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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가 있었기에

작성자-미션|작성시간26.06.07|조회수15 목록 댓글 1

염소가 있었기에


사람은 살아가며 자신을 불편하게 만드는 사람을 만나게 된다. 이유 없이 날카로운 말을 하는 사람, 괜히 마음을 흔들어 놓는 사람, 평온한 일상을 어지럽히는 사람들이다. 우리는 그런 사람을 만나면 본능적으로 마음속에 떠오른다. “저 사람만 없으면 편할 텐데.”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신을 힘들게 하는 존재를 멀리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삶은 때때로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인간을 가르친다. 이스라엘의 한 언덕 위에서 양 떼 사이를 분주하게 뛰어다니던 염소처럼 말이다. 느긋한 양들은 한자리에 머물기를 좋아하지만, 염소 한 마리가 이리저리 움직이며 건드리기 시작하면 결국 양들도 움직이게 된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풀을 먹고, 자연스럽게 운동하며 더 건강해진다. 귀찮고 부산스러운 존재 같았던 염소가 사실은 양들을 살아 움직이게 만든 셈이다.

인간관계도 어쩌면 이와 비슷한지도 모른다. 우리는 보통 나를 편안하게 해주는 사람만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정말 인간을 성장시키는 관계는 때때로 불편함 속에서 찾아온다.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 때문에 인내를 배우고,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 속에서 겸손을 배우며, 이해되지 않는 사람을 이해하려 애쓰는 과정에서 마음의 폭도 조금씩 넓어진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상처를 주는 행동까지 모두 정당화할 수는 없다. 잘못된 행동은 분명 바로잡아야 하고, 자신을 함부로 소모시키는 관계에서는 거리를 둘 줄도 알아야 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인간관계를 단순히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으로만 쉽게 나누지 않는 태도다. 지금 내게 불편한 존재가 시간이 지나 돌아보면 오히려 나를 단련시키고 성장하게 만든 계기였음을 깨닫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람은 편안함 속에서는 쉽게 안주한다. 모든 것이 내 뜻대로 흘러가면 자신을 돌아볼 이유도 줄어든다. 그러나 갈등과 충돌, 예상하지 못한 불편함은 인간을 멈추게 하고 생각하게 만든다. 왜 나는 이 말에 상처받았는가, 왜 나는 저 사람을 그렇게 미워하는가, 나는 어떤 태도로 살아가고 있는가를 돌아보게 된다. 그래서 어떤 불편함은 단순한 고통이 아니라 인간을 더 깊게 만드는 질문이 되기도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나 또한 누군가에게는 염소 같은 존재일 수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흔히 자신은 양의 입장이라고 생각하지만, 누군가의 눈에는 내가 불편하고 까다로운 사람일 수도 있다. 이 사실을 깨닫는 순간 인간은 조금 더 겸손해진다. 타인을 쉽게 판단하기보다 서로가 불완전한 존재임을 이해하게 되기 때문이다.

공자는 “세 사람이 길을 가면 그중에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다”고 말했다. 닮고 싶은 사람에게서는 배울 점을 발견하고, 불편한 사람에게서는 “나는 저렇게 살지 말아야지”를 배우게 된다. 결국 삶의 지혜는 완벽한 사람들만 만나며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과 부딪히고 흔들리며 조금씩 깊어지는 과정 속에서 만들어진다.

그래서 성숙한 사람은 단순히 불편한 사람을 제거하는 데만 집중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관계 속에서 자신이 무엇을 배우고 있는지를 돌아본다. 염소가 없는 세상을 꿈꾸기보다, 염소가 있었기에 내가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를 바라보는 것이다.

어쩌면 인간의 성장은 편안함 속보다 불편함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석하느냐 속에서 이루어지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삶은 결국, 나를 흔드는 존재들 속에서도 배움을 발견할 수 있을 때 조금 더 깊고 넓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박진하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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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김종승 | 작성시간 26.06.08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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