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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글

유월 대관령 .. 허림

작성자-미션|작성시간26.06.13|조회수25 목록 댓글 0

유월 대관령


허림





바닷가 마을에 봄꽃이 다 지고 난 무렵 대관령에 갔다

이제야 노란 향기 품은 꽃들과 발가스름한 까마구 복사꽃이

폈다 밭두렁에서 봄을 캐는 아낙들이 나물처럼 환하다




오래 전에 대관령 어딘가 산다는 산막의 여자에게 편지를

쓴 적이 있다 봄이 다 지나갔다고 쓴 것 같은데 다 지나간

봄을 만나러 오지 않겠냐는 답장이 왔다




몇 번의 봄이 바닷가를 지나간 후 문득 보고 싶은 봄꽃을

보려고 대관령을 갔다가 어떤 꽃향기에 끌려 산막을 지나게

되었다 안개가 밀려오고 이내 바람이 불었고 어떤 꽃향기도

이내 흐릿해지고 서늘했다




긴 밭고랑 끝에서 그 여자 닮은 여자가 이쪽을 한참

바라보았다 이내 안개에 묻히고 밋밋한 등강*에서 한 떼의

소들이 울며 내려왔다




유월 대관령 지날 때마다 봄을 만나러 오라는 한 여자가

산다고 여태 기억하곤 한다





* 등강 : '야산 정상'을 이르는 강원도 강릉 지역 방언

 

 

 

-- 시집 [말 주머니] (2014)

 

 

  • • <Condition-Light>, 2008, 캔버스에 유채, 193.5 x 97.0 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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