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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는 감정의 노예다

작성자-미션|작성시간26.06.22|조회수21 목록 댓글 0

논리는 감정의 노예다


사람은 스스로를 이성적인 존재라고 믿는다. 중요한 결정을 할 때 우리는 논리를 따르고, 객관적으로 판단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조금만 깊이 들여다보면 다른 사실이 보인다. 우리는 생각보다 훨씬 먼저 느끼고, 그 다음에야 판단한다. 감정이 문을 열고, 논리는 그 뒤를 따라 들어온다. 그래서 논리는 종종 감정을 설득하는 도구가 아니라, 이미 내려진 감정을 정당화하는 역할을 한다.

누군가의 말을 들을 때를 떠올려보라. 같은 내용이라도 어떤 사람의 말은 쉽게 받아들여지고, 어떤 사람의 말은 거부감부터 든다. 그 차이는 내용이 아니라 감정에서 시작된다. 마음이 열려 있는 상대의 말은 자연스럽게 이해하려 하고, 마음이 닫힌 상대의 말은 의심부터 하게 된다. 결국 우리는 말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 전에 이미 그 사람을 좋아하는지, 편안하게 느끼는지, 신뢰할 수 있는지를 먼저 결정하고 있다.

그래서 인간관계에서 순서는 언제나 같다. 호감이 먼저이고, 신뢰가 그 다음이다. 마음이 열려야 말이 들어가고, 말이 들어가야 비로소 믿음이 쌓인다. 많은 사람들이 논리로 설득하려 하지만, 마음이 닫혀 있는 상태에서는 어떤 논리도 힘을 갖지 못한다. 반대로 마음이 열려 있으면 완벽하지 않은 말도 받아들여진다. 이 단순한 원리를 이해하지 못하면 우리는 계속해서 상대를 설득하려 애쓰면서도 왜 통하지 않는지 알지 못한 채 지치게 된다.

감정이 먼저라는 사실은 약점이 아니라 인간의 본질이다. 사람은 자신을 안전하게 느끼게 하는 사람을 신뢰한다.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 이해받고 있다는 감각, 편안하게 존재할 수 있다는 경험이 쌓일 때, 그 사람의 말은 자연스럽게 설득력을 갖게 된다. 그래서 영향력은 논리에서 나오지 않는다. 관계에서 나온다. 관계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논리는 공허하고, 관계가 형성된 뒤의 논리는 힘을 가진다.

이 사실을 알면 인간관계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다. 더 이상 이기기 위해 말하지 않게 되고, 이해하기 위해 듣게 된다. 설득하려 하기보다 먼저 마음을 열려고 한다. 상대를 바꾸려 하기보다, 상대가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그렇게 감정이 안정되면 논리는 자연스럽게 제자리를 찾는다.

물론 감정이 모든 것을 지배하도록 내버려 두라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감정이 먼저라는 사실을 알수록 우리는 더 책임 있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나의 감정이 상대의 판단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이해하고, 상대의 감정이 어떤 상태인지 살피는 것, 그것이 성숙한 관계의 시작이다. 감정을 무시하는 것은 지혜가 아니고, 감정을 이해하는 것이 지혜다.

결국 중요한 것은 논리를 버리는 것이 아니라, 논리가 서야 할 자리를 아는 것이다. 논리는 감정을 이기는 도구가 아니라, 감정을 바르게 이끄는 도구다. 마음이 닫혀 있을 때는 어떤 말도 닿지 않지만, 마음이 열려 있을 때는 작은 말 한마디도 깊이 스며든다. 그래서 우리는 먼저 묻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 나는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가 아니라, 어떤 마음으로 말하고 있는가를.

논리는 감정의 노예다. 이 말은 논리를 낮추는 말이 아니라, 인간을 이해하는 말이다. 우리는 생각으로 움직이는 존재가 아니라, 느끼고 그 다음에 생각하는 존재다. 이 순서를 받아들이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사람을 설득하려는 자리에서 벗어나 사람을 이해하는 자리로 나아간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비로소 말은 힘을 갖고, 관계는 깊어진다.

#박진하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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