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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의 보살에서 세계 표준으로 ― 캐논(Canon)의 이름과 위상

작성자미션|작성시간25.09.22|조회수24 목록 댓글 0

[자비의 보살에서 세계 표준으로 ― 캐논(Canon)의 이름과 위상]

오늘날 세계적인 카메라 제조업체 캐논(Canon)은 누구나 아는 브랜드지만, 그 이름 뒤에는 의외로 종교적이고 철학적인 배경이 숨어 있다.
1933년 도쿄에 설립된 정기광학연구소(精機光学研究所, Precision Optical Instruments Laboratory) 는 일본 최초의 35mm 포컬 플레인 셔터 카메라 개발을 목표로 한 작은 연구소였다.

이곳에서 1934년 완성된 시제품 카메라는 불교의 자비의 보살인 관음보살(観音, Kannon)의 이름을 따 ‘Kwanon’이라 불렸다. 창업자 가운데 특히 요시다 고로(吉田五郎)는 관음보살을 깊이 신앙했고, 세계 최고의 카메라를 만들어 세상에 이로움을 주고자 하는 바람을 담아 이 이름을 붙였다고 전해진다. 실제로 초기 시제품에는 천수관음의 이미지와 불꽃 모양의 로고가 새겨졌다.
하지만 세계 시장을 바라보던 창업자들은 곧 현실적인 고민에 직면했다. 종교적 색채가 강한 이름은 국제적으로 쓰기에 한계가 있었고, 외국인들에게 발음하기도 쉽지 않았다. 이에 1935년, 연구소는 발음은 비슷하면서도 더욱 보편적이고 세련된 느낌을 주는 'Canon’을 상표로 등록했다.
영어 단어 canon은 단순한 이름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성경의 정경(正經, canon of scripture), 규범(criterion), 표준(standard)이라는 뜻을 담고 있어, 정밀성과 정확성을 생명으로 하는 광학기기 회사의 비전과 잘 맞아떨어졌다. ‘관음’의 자비로운 이상은 그대로 간직하되, 세계 시장에서는 ‘표준’과 ‘규범’을 지향하는 기업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이후 회사명은 1947년 Canon Camera Co., Inc., 1969년에는 지금의 Canon Inc.로 바뀌며 세계적인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이처럼 이름의 유래가 흥미로운 만큼, 캐논은 카메라 업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해 왔다. 2003년부터 2024년까지 22년 연속으로 교환렌즈 디지털 카메라 시장 세계 점유율 1위를 지켜내며, 전 세계 시장에서 약 4312%) 등 경쟁사를 크게 앞선다. 특히 EOS 시스템을 중심으로 한 광범위한 렌즈 라인업, 독자적인 이미지 센서와 엔진, 강력한 오토포커스 기술 등은 전문가와 소비자 모두에게 높은 신뢰를 받고 있다.
도전 과제도 있다. 스마트폰 카메라의 비약적인 발전은 전통적인 카메라 시장을 압박하고 있으며, 미러리스 전환 속도나 일부 기술 혁신 면에서는 소니, 후지필름 등 경쟁사들에 비해 뒤처졌다는 평가도 있다. 실제로 시장 점유율은 최근 들어 소폭 감소하는 흐름을 보인다. 하지만 캐논은 EOS R 시스템을 앞세워 미러리스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영상·콘텐츠 시대에 맞춘 8K 촬영, 브이로그 전용 기능 등으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고 있다.
관음보살에서 출발해 세계 표준을 꿈꾼 이름, Canon. 그 안에는 창립자들의 신앙과 이상, 그리고 국제 시장을 향한 전략적 선택이 함께 담겨 있다. 오늘날 캐논은 단순한 카메라 제조업체를 넘어, “기준과 표준”이라는 이름 그대로 업계의 규범이자 하나의 상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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