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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기억은사라지지않는다 나의 육신은 이 산하의 흙이 되었으니 / 권영심

작성자-미션|작성시간26.06.06|조회수16 목록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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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기억은사라지지않는다

나의 육신은 이 산하의 흙이 되었으니

권영심

'초연이 쓸고 간 깊은 계곡
깊은 계곡 양지녘에
비 바람 긴 세월로 이름 모를,
이름 모를 비목이여
먼 고향 초동 친구 두고 온 하늘가
그리워 마디 마디 이끼되어 맺혔네

궁노루 산울림 달빛 타고,
달빛타고 흐르는 밤
홀로 선 적막감에 울어 지친,
울어 지친 비목이여
그 옛날 천진스런 추억은 애달파
서러움 알알이 돌이 되어 쌓였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모를 수 없는 이 시는, 비목의 전문이다. 한명희가 지은 시이고 장일남이 곡을 붙여 1969년에 처음 발표되었다. 한명희는, 강원도 화천 백암산 부근에서 십자나무만 세워져 있는 무명용사의 돌무덤의 비목을 보고, 미친듯이 시를 썼다고 한다.

1960년대에 장교로 강원도 화천에 근무했던 한명희는, 그 당시 에 부대 주변의 어디를 파더라도 뼈와 헤어진 군복등이 나오고 주인 잃은 철모가 뒹굴던 것을 생각하고 비목의 그 뼈저린 가사 를 써낸 것이다.

한강토의 마지막 전쟁이 있은 지, 78년의 세월이 흐르고 당사자들과 유가족조차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이 민족의 가장 큰 비극 6.25동란은 이제 잊혀져가고 있다. 이것이 옳은 것인가? 진정 잊어야만 할까?

마지막 전쟁이라고 표현했지만 과연 6.25동란이 이 한강토의 마지막 전쟁이 맞을까? 우리는 휴전을 유지하고 있을 뿐, 종전국가가 아니다. 그러나 이제 전쟁의 무섭고 혹독한 상처를 기억하고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래서 이제 비목의 가사는 그저 그 옛날의 애틋한 노래로만 존재해도 좋은 것일까? 6.25전쟁뿐만 아니라 이전의 수많은, 헤아릴 수도 없는 전쟁에서 죽은 사람들은 모두 이 땅의 사람, 백성들이었다.

소년의 나이에서 심지어 육순의 나이까지 자의, 타의로 전쟁에 나가서 죽었다. 그냥 죽었다는 말이 옳다. 죽은 채로, 그 어떤 추모나 장례도 없이 그 자리에서 썩어 이윽고 풍화되어 형체조차 사라졌다. 그렇다고 해서 넋과 혼이 다 사라졌으랴?

나라란 지금 살고있는 사람들만이 이루어가는 공동체가 아니다. 특히 수많은 긴 세월 동안 외세의 발톱을 이겨낸 나라는, 그 사실 만으로도 찬란한 빛의 정신이 채워져 있다. 이 땅은 그런 땅이다.

그 정신은 언제까지나 우리의 주변에서 살아 있음을 잊지 말라. 지구별의 많은 곳들이 그랬었다 그래서 지구의 대지와 공기는 언제까지나 사라지지 않는 아우성으로 바람이 되어, 우리에게 소리치고 있다. 잊지 말라고...

되풀이하지 말라고. 그러나 이해할 수 없는 약육강식의 논리로 전쟁의 비명이 그치는 날이 단 하루도 없다. 지금 평화를 누리며 행복하다면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잊지 않음이 정신의 이어짐이다.

격전지였던 곳, 피아간의 전투가 치열했던 곳을 가게 된다면 우리는 밟는 것조차 걸음을 아끼자. 뛰지도 말고 바삐 걷지도 말자. 수풀이 무심히 무성한 어느 검붉은 흙 위에 잠시 무릎을 꿇어 눈을 감고 기도해도 좋으리라.

때로 손을 내밀어 흙 한 줌을 손에 소중히 담고, 가만히 가슴에 대고 속삭여 보자. 그 흙에 스미어 있는 누군가의 마음을, 혈관을 통해 흐르는 뜨거운 피처럼 느껴 보자... 눈물 한 방울로 그 흙을 적셔도 좋으리라.

"감사합니다 당신들이여...
이 흙에 당신의 자취가 머물러 있음을 압니다 . 이 바람이 당신들의 숨결이며,산하를 넘나드는 모든 소리들이 당신들의 눈물이며 간청인 것을, 우리는 꼭 기억하겠습니다. 기억하겠습니다...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권영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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