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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일요일특선 #배비장전(21) 기생 애랑

작성자-미션|작성시간26.06.07|조회수20 목록 댓글 0

 🌲🌟일요일특선🌟🌲    

 

#배비장전(21)

 

□기생 애랑□

제주성 밖에 정자(亭子)가 하나
우뚝 솟아 있었다.
환풍정(换风亭)이라는 현판이 걸려있다.
그 환풍정엔 난간이 처졌다.
때로는 사또가 뭇 기생들을 데리고 
진탕 마시고 노는 연회 장소요, 
때로는 마음에 둔 수청 기생과
은밀한 정을 주고받으며 달을 구경하는 곳이다.


그래서 망월루(望月楼)라는
이름이 붙었나 보다.
내일이면 구 목사가 이곳을 떠나고 
신임사또 김경이 이곳 제주의의 생사여탈 (生死舆夺)을 한 손에
쥐는 날이다.
그 전날 밤 달빛이 밝은 망월루에 
돌부처처럼 얼싸안고 떨어질 줄 모르는 한쌍의 남녀가 있었다.
남자는 이번에 제주를 떠나게 된 
정비장(郑裨将)이요, 
여인은 바로 제주 제일의 미색(美色)기생 애랑(爱娘)이다.


"여보, 여보 당신이 가면은 난
어떻게 살아요."
애랑은 그 가냘픈 몸을 정비장에게 찰떡같이 붙어 안기고 아까부터 몸부림을 친다.
나이는 바야흐로 한창 피어나는 
이구십팔 열여덟살의 부용(芙蓉)
같이 아름다운 여인이다.
눈매는 가늘게 초승달처럼 째지고 눈썹은 짙었다.
코는 코 뿌리가 약간 둥근데 오뚝하다.
콧구멍이 위로 난 약간 들 들창코였다.
그러나 그 보일듯 말듯한 콧구멍이 
오히려 사랑스럽게 맑은 바람이
그곳 에서 드나들고 있었다.
이마는 좁고 귀는 부잣집 맏며느리 감 같이 생겼다.
뺨은 토실토실 잘 익은 복숭아 처럼 
오동통 하게 살이 쪘고 뻘쭉하니 웃으면 보조개가 옴폭 파인다.
그리고 무엇보다 귀염성 있는 건 입, 입술은 두텁지도 않고 엷지도 않다.
그 빛은 석류속 보다 더 붉었는데 뜨거운 입김이 한숨처럼 토해질 때는 사나이의 간장을 녹일 것만 같았다.
그리고 굳게 다물었을땐 
엽낭 주머니를 오무리 듯 입가가 
반듯하고 조그만 입 전체를 사나이의 큰 입으로 아작 아작 삼켜도
비린내도 나지 않을 것만 같다.
목은 길고 어깨는 둥글고 허리는 개미 허리처럼 나긋하고 엉덩이는 펑퍼짐 하나 위로 치켜 붙었다.
가슴은 치마허리를 질끈 동여 메어
그 탐스럽고 팽팽한 젖가슴이
조금도 들어나지 않았다.


"아, 아."
하고 사나이는 한숨을 쉬었다.
애랑에 비하여 정비장은 사나이답게 썩 잘 잘생기지 못했다.
얼굴은 검으죽죽한 게 말상이요, 
눈은 왕방울 같이 동글동글 했다.
다만 키가 엄청 나게 휘엉청 크다. 
그는 수염 난 턱으로 애랑의 보드라운 입매와 뺨을 썩썩 문지른다.
"아아, 내가 널 두고 어떻게 간단 말이냐?"
하고 곰이 울부짖듯 소리를 질렀다.
"그렇게 꼭 가셔야 하나요?"
"암 가야지. 두고 가는 내 마음은 더욱 쓰리고 쓰리다만 할 수가 없구나."
"그렇지만 사실은 가고 싶은 거지요."
하고 애랑이 토라졌다.
두 눈엔 원망이 잔뜩 담겨 있었다.
정비장은 애랑의 갑작스런 태도에 손을 흔들며 변명했다.
"넌 어찌 그렇게 사나이의 진정을 
몰라주니, 
내 비록 태생이 한양이요, 
우연히 아는 양반 쫓아 이곳까지 왔다마는 너하곤 정이 안 들래야
안 들 수가 있겠느냐?"
"공연히 거짓말만은...."
애랑은 정비장의 턱밑 수염 하나를 뽑았다.
정비장은 따끔한 아픔을 느꼈지만, 더욱더 애랑을 꼬옥 껴안고는 말했다.
"당신같이 아리따운 여인이 이 세상에 또 있겠느냐?
맵시있는 너의 태도, 
청아한 목소리로 부르는 맑고 아름다운 노래, 
그래도 반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남자가 아니고 멍청이
일 것이다."
"아이 서방님도.....
소녀가 진정으로 몸과 마음을 바친 사람은 서방님 밖에 없어요."
하고 이번엔 애랑이 정비장의 콧잔등을 깨물었다.
그래도 정비장은 좋아한다.
"아니다, 그러니 내가 더욱 너를 두고 이별하는 게 슬프고 애달프구나!
마치 푸른 강 맑은 물에 원앙새가
짝을 잃는 격이다.
사람은 높은 산 깊은 골에서 두 사람이 만나 희롱하다 속절없이 이별하여 헤어지는 격이 되었구나.
정말 이별이란 두 글자 누가 만들었는지 어이 원통해라."
정비장은 그러더니 엉엉 하고 울고 말았다.
달은 보기가 애처로운지 구름 속을 들락거리고 바다에선 거센 바람이 불어왔다.
두 사람은 꼭 껴안은 채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


이윽고 애랑이 애잔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녀의 긴 속 눈썹엔 밤이슬처럼 눈물이 매달려 있었다.
"당신과 같이 다가오는 정월에는 
오손도손 떡이라도 구워서 먹으며 
재미있게 놀려고 했는데
이젠 다 걸렀어요."
"나도 정월을 역관에서 보내려니 서글퍼진다."
그러자 애랑이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서방님 제 말은 그게 아니에요.
제가 눈물을 흘리는 것은 서방님과 헤어지는 것도 슬프지만..."
"아니 그러면 또 무슨 걱정이 있느냐?"
순진하고 사랑에 눈이 어두운 
정비장은 훌쩍훌쩍 우는 여자의 
잘록한 허리를 한 손으로 바짝 끌어당기고 한 손으로는 애랑의 어깨를 토닥거렸다.
"가실 분은 가실 분.
무정을 말해서 무엇 하겠어요.
그러나 이제 저는 어떻게 해요?
나으리가 이곳에 계실 때는 먹고 입고 살기에 걱정이 없이 세월을 보냈지만 이제 서방님이 훌쩍 떠나시면 어떻게 살아가요?"
"살림 걱정인가?"
"네."
애랑은 부끄러운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걸 보니 사나이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 큰 소리를 땅땅 친다.
“그동안에 준 것은 다 어떻게 하였노?"
"....."애랑은
정비정은 애랑이 가만히 있자,
자기 자랑하듯 그동안 준 품목을
죽죽 늘어놓는다.
"여보 당신, 우선 내가 준 것을 대충 들더라도, 

중양(中凉)과 세양(细凉)이 각각 포목 열벌, 탕건(宕巾)이 한짐."
"옷만 입고 살 수 있나요."
"그리고 병 알았을 때 쓰라고 우황(牛黄)이 열근, 인삼(人参) 열근."
"약만 먹고 사나요."
"추울 때 춥지 말라고, 마미(马尾) 백근, 말가죽 사십장, 사슴가죽 이십장."
"이불만 덮고 사나요?" ​
“또 있다.
밥 반찬용 홍합, 전복, 문어, 삼치, 
석어(石鱼),대하, 미역, 다시마를 한짐씩 수시로 주지 않았느냐?”
"해물만 먹고 어찌 살겠어요?"
"그럼 밥 먹고 후식으로 먹으라고 유자, 잣, 석류, 복숭아, 귤 등..."
"아이 참 과일만 먹고 못살아요."
"그럼 내가 마련해 준 세간살이는
남만 못하느냐?
삼단 난간 용봉장, 이층문갑, 계수로 만든 서랍 경대, 산유자 궤, 쌀 두주, 반다지등....
"누가 못하다고 했나요?"
"또 있다.
살찐 종자 말 두필, 당나귀 세 마리.
또 한양 간 님 생각 난다하여 서신
자주 보내라고 간지(简纸) 열 축, 간필(简笔) 한통, 초필(草笔) 한통, 벼루와 먹 한질을 주었는데."
"아아! 서방님은 기억력도 좋으셔."

 

그러자 정비장이 신이 나서 다시 읊조리기 시작한다.
"또 심심할 때 담배 피우라고 쌍수봉 백동, 대장죽 한컬래, 남초(南草) 열근, 그리고 술 담가 먹고 양념 하라고
생꿀 한말, 숙성된 꿀 세대, 낱밤 한말, 마늘 열접, 생강 열근, 찹쌀 열섬, 고추 스무근, 후추 한근, 기타 여러 식품은 뭐하고...."
그러자 애랑은
"호호호...호호호..."
깔깔 웃는다.
정비장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영문을 몰라 한다.
"호호호, 그래서 서울 양반을
깍쟁이라 해요."
"아니 내가 깍쟁이라니, 도시 난 네 
마음을 이해 할 수 없구나."

 

- 다음주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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