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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성찰의시간 누구나 온전치 않다 / 권영심

작성자-미션|작성시간26.06.08|조회수14 목록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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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성찰의시간
누구나 온전치 않다

권영심 

몇 십 년도 지나지 않았는데 아주 명료하게 다가오는 사회적인 현상이 있다. 나만 느끼는 것이 아닐 것이다. 온 나라에 넘치던 취객, 사라지고 있는 현상이다. 밤의 번화가를 걸을 때 그 변화는 더욱 확실하게 다가 온다.

그렇게도 많았던 취객들의 갖가지의 작태들을 그대로 당해야 했던 시절이 있었다. 아무리 망나니, 양아치라도 술 때문에 그랬다고 하면 거의 면죄부를 받았다.

아아는 착한데 그 놈의 술때문에...그런 변명이 누구라도 통용이 되었다. 동네 파출소, 주민센타, 보건소 등에서 취객들의 막무가내 때문에 담당자들이 정말 고생하는 모습들을 많이 보았다. 파출소가 취객들의 종착역이 되기 십상이고 경찰들은 뒷 처리도 해야 했다.

파출소 문도 아무나 열고 들어가서 경찰관들과 드잡이하고 기물을 부수고, 주민센타에서도 거의 다를 것이 없는 모습들이 보였었다. 그래놓고 서로가 하는 말, 취해서 그랬다, 취한 사람이 그렇지 뭐...그렇게 취객들에게 관대한 사회분위기였다.

그러니 술을 판매하는 주점에선 하루가 멀다 하고 싸움이 벌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함께 일하고 함께 걸어가는 동료들이라도 멱살드잡이하는 일은 예사였다. 그런데 그래도 또 함께 어울리고 늘어진 동료를 택시를 불러 태워 보내는 모습들이 보통이었다.

원수니 악수니 하면서도 그런 동료를 데리고 술을 마시러 오고 또 싸우고 그랬다. 취해서 겪는 고역을 나누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의리라고 말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그런 모습들이 사라지고 있다.

취해서 실수를 거듭하는 사람들은 함께 어울리지 않고 취중에 일으키는 사고의 뒷처리도 엄중하게 되어가는 것을 느낀다. 그것이 옳은 것이고 진작 그랬어야 했다. 술때문에 실수가 거듭되면 주변인들은 그 사람을 외면하고 식사도 함께 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또 다른 면죄부가 슬그머니 우리 사회에 나타나고 있는 것을 느끼는 것은 나만일까? 조현병을 비롯한 각종 정신병리적인 질병의 이름을 들먹이면서 죗값이 깍이고 심지어 무죄가 되기도 하는 일들을 보면서 심각한 데미지를 받는다.

심신미약의 상태는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으며 그런 사람은 보호받고 심하면 격리되어야 하지만 오늘날엔 누구나 불리하면 심신미약을 내놓는다. 특히 펜데믹 이후 우리 사회의 모양새가 아주 나쁜 방향으로 달라진 것이 있다.

정신적인 장애를 겪는 사람들이 전 계층을 통털어 너무 많아지고, 무참한 범죄를 저지른 후 심신미약을 내거는 몹쓸 사례가 빈번해 지면서 정말 면죄부인양 써먹는 진짜 나쁜 사람들이 많이 생기는 현상이 그것이다.

층간 소음으로 쉽사리 이웃을 죽이고, 만남을 거절하는 연인을 살해하고, 자신이 낳은 아기를 각종 방법으로 죽이고, 학대하고...전부 심신이 미약해서 그랬단다. 정말 심신 미약이어도 문제지만 그것을 방패인양 휘두르는 사람들이 주폭보다 더 두렵다.

이 세상에 완벽한 제 정신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 그다지 없다. 누구나 상처투성이의 마음들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상처가 아물어 흉터가 되지만 그 상처가 타인에게 무기가 되면 안된다. 그 무기를 휘두르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을 보면서 이 사회의 어느 곳이 병들어 감을 절감한다.

우리의 삶에 온전한 날이 얼마나 될까? 그러나 온전치 않은 날의 고통으로 온전한 날까지 망치는 어리석음은 없어야 한다. 내 정신줄을 바로잡고 삶의 시간을 살아야하는,인간임을 잊지 않는다면 적어도 타인에게 공포가 되진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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