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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동네이야기 나...누군데 / 권영심

작성자-미션|작성시간26.06.10|조회수18 목록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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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을,동네이야기


나...누군데

권영심 

그 싸움을 본 것은 하교 후 가게에 갔을 때였고 엄마나 아버지가 싸우는 일은 극히 드물어서 정말 잘 기억하고 있다. 가게에 도착하기도 전에 우리 가게 앞에 사람들이 모여 있었기 때문에, 나는 무슨 큰일이 난줄 알고 마구 뛰어 갔다.

뜻밖에도 아버지와 어떤 여자가 싸우고 있었다. 그것은 정말이지 굉장히 놀라운 일이었다. 아버지의 싸움의 코드가 무엇인지 그 때도 알았던 나는, 대체 저 요란한 차림새의 여자가 뭐 때문에 우리 아버지의 뿔을 건드렸을까라는 생각으로 한 쪽으로 물러 섰다.

내가 누군데, 도의원 누구의 안사람인데 한낱 장사치 따위가 이딴 식으로 나를 대하느냐가 요지였다. 줄창 손가락으로 삿대질을 하며 남편 도의원 이름을 불러대고 있었다. 그러나 팔짱을 낀 채로 바위처럼 서서, 아버지는 정말 경멸에 가득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버지는 그녀가 엄마에게 완패 당해 물러날 때까지 팔짱을 풀지 않았는데 나중에 그 이유를 말해 주었다

"그 쌍년의 에미나이레 쳐버릴까서리 그런 거이야. 사람같지도 않은 거이래 치고 소나아 어째 살간니?"(해석: 그 못된 여자를
때릴까봐 내 팔을 내가 잡고 있었던 거야. 그딴 여자나 때리면 남자가 부끄럽지 않겠니?)

그 싸움을 종결지은 것은 엄마였다. 엄마가 어딘가 외출을 하고 돌아왔는데 아주 멋있는 정장에 검은 하이힐, 공들여 화장을 한
엄마는 표정도 도도하게 이렇게 말해서 그 여자를 넘어가게 만들었다.

"흥! 그깢 도의원? 웃기고 자빠졋지러! 우리 오야지한테 도의원 하라고 빌고 잡아 땡기고 해도 안 했능거를, 뭐이 그리 잘나빠졌다고 여와서 이 지랄이고? 여 다 물어바라! 내 말이 맞는가, 아잉가!"

싸움의 원인은 그 집의 식모가 버선을 여러개 사갔는데 안 맞는다고 모조리 바꾸러 온 것이었다. 식모가 먼저 바꾸러 온 것을 거절했는데, 버선마다 올이 터지고 바닥이 더러워진 것을 바꿔줄 수는 없었다.

그러자 그 귀하신 도의원부인이 출두해서 바꿔 달라고 소리 질렀으나 아버지는 원칙에 벗어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 여자 가 간 뒤 상인들이 말하는 것을 들어보니 정말 진상이었다. 도의원 부인이 무슨 엄청난 권력인지 시장내에서의 별별 갑질로 유명세를 타고 있었다.

먼지같은 직함의 권력에 취해 웃기는 짓을 부리는 그런 사람들, 그 시절엔 참 많았었다. 어른이 되고 인천에 살면서 직접 그런 일을 겪은 것은 몇 번 있는데, 자기네들끼리야 무엇을 하든지 요즘의 직함들은 그런 실수를 잘 하지 않는다.

그래도 터지는 콩자루는 반드시 있다. 몇 년 전에 어느 시의원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모임이 있는 식당으로 갔는데 주차장에 자리가 없었다. 주차요원에게 시의원이 말하기를,

"나 시의원 ㅇㅇㅇ인데 자리 하나 내주지."

너무나 낯이 뜨거워서 나는 먼저 내려서 식당으로 들어가 버리고 그후 그 사람이 주최하는 모임엔 참석을 피했다. 그 사람은 재선에서 패하고 이젠 잊혀진 사람이다. 국회의원들이나 그 부인들은 적어도 내가 만나본 사람들은 겸손했다. 노력을 해서라도 그런 모습을 견지해야할 것이다.

그런데 오늘 정말 드문 일을 카페에서 보았다. 일요일이었고 행사가 있는 교회에 인접한 그 카페는 큰 규모였지만 손님들이 많았다. 나와 지인은 네 자리인 테이블에 앉아 있었고 우리 옆 테이블이 비었다. 그 때 소란스러운 웃음과 함께 한 무리의 여자들이 들어왔는데 여덞 명이었다.

"자리가 없네. 떨어져 앉으면 안 되는데..."

여자들의 시선이 우리에게로 향했다. 우리는 아랑곳하지 않고 모르는척 했다. 가게에 들어오면서 여자들의 소란이 이미 우리의 비위를 상하게 했었다. 그럴 경우 그들은 업주에게 말해서 우리에게 양해를 구해야 한다.

구석 자리엔 한 자리씩의 미니테이블이 있었기에 그 곳으로 옮겨도 상관없었다. 정중한 양보 요청이 있었으면 우리는 태도도 산뜻하게 각자의 잔을 들고 옮겨 주었을 것이다. 그런데 자기들 끼리 속살거리더니 그들중의 한 여자가 다가와서 말하기를,

"아, 미안합니다만 저 안 쪽 자리로 옮겨 주시면 안 될까요? 우리 일행들이어서...이 분이 시의원 사모님이세요."

맙소사...나는 천천히 일어섰다. 그리고 시의원 사모라고 말한 여자를 향해 말했다.

"시의원 누구죠? 이름을 말해 주겠어요? 부인이란 사람이 무리지어 다니면서, 카페에 먼저 앉은 손님보고 일어나라는 갑질을 시전하는 그 시의원 이름을 꼭 알고 싶네요."

내 표정과 냉정하고 분명한 말투가 그녀들에게 무엇을 일으켰는지 모르겠으나, 시의원 이름을 말하지 못 하고 그들은 그대로 서로의 옷소매를 끌며 그 장소를 서둘러서 나갔다.

놀라워라....지방선거가 시작되고 있는, 이 2026년도의 인천에서 시의원 부인이라며 자리를 비켜달라는 갑질을 당하다니!!!
사진을 찍지 못한 것이 아쉬울 뿐이다. 그래서 선거운동이 시작되면 한 번씩은 다 가서 얼굴을 볼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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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김종승 | 작성시간 26.06.11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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