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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

작성자-미션|작성시간26.06.20|조회수23 목록 댓글 0

장마


올케와 냉기류 풀린 옥매 별당에 비 맞은 방물장수 들어오는데…



열여덟살 방물장수 장복은 계집애처럼 예쁘장한 얼굴에 말재주가 빼어났다. 하기야 마님이나 별당 아씨 상대로 방물 고리짝 하나 열어놓고 주둥아리 놀려서 쌈짓돈 빼내는 게 일이니, 우선 인상이 좋아야 안방이나 별당에 들어갈 수 있고 들어갔으면 귀가 솔깃하도록 입을 놀려야 하는 게 방물장수다.

시집에서 쫓겨나 별당에 칩거하고 있는 최 참봉의 셋째딸 옥매는 방물장수 장복의 단골이다.

방물장수의 고리짝을 열면 여인네들의 혼을 빼버리는 앙증맞은 물건들이 올망졸망 쌓여 있다. 형형색색의 실과 노리개, 빨간 댕기, 노란 댕기, 은반지, 금목걸이 … . 이런것들은 이문이 별로다. 과부나 바람둥이 남편을 둔 아낙의 고쟁이 쌈짓돈을 빼내는 데 비장의 상품은 뭐니 뭐니 해도 나무로 정교하게 깎은 남근(男根)인 목신(木腎)을 따라갈 물건은 없다.

옥매는 처녀 때부터 행실이 단정치 못하더니 그 버릇을 못 버려 두해 만에 시집에서 쫓겨나 친정집 별당에 똬리를 틀고 앉아 올케의 눈칫밥에도 아랑곳없이 큰소리치고 있다. 장복이 옥매에게 바가지 씌워 팔아먹은 목신이 무려 일곱개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어느 날 방물장수 장복이 별당에 들어갔다.

“뭐 새로운 거 있소, 장 서방?” 장복이 사방을 살펴보더니 “아씨, 이것은 정말이지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물건입니다.” 옥매의 가슴은 뛰고 얼굴은 달아오른다. 한지 일곱겹으로 곱게 싸 비단 주머니에 넣은 목신을 꺼내 건네주자 옥매는 한지를 조심스럽게 한겹씩 벗겼다. 마지막 겹을 벗겨 울퉁불퉁한 남근이 모습을 드러내자 “아∼.” 옥매의 입에서 탄성이 절로 나왔다.

뚫어져라 내려다보던 옥매가 볼멘소리로 “이게 어째서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다는 게야?”라고 묻는다. 빙긋이 웃던 장복이 “한번 써보시면 왜 그런지 금방 알아차리실 겁니다”라고 했다. “얼마인가?” “써 보시고 주십시오.”

방물장수가 빗속으로 떠난 후 옥매는 문을 잠그고 이부자리를 펴고 그 속으로 들어갔다. 목신의 생김새도 우렁찼지만 무엇보다 촉감이 예사롭지 않았다. “맞아! 이럴 수가!” 시원하고도 화끈거리고 얼음처럼 차가웠다가 불덩이처럼 뜨거웠다. 목신을 처마 밑 빗물에 씻어서 입에 넣었더니 박하사탕처럼 입속이 화해져 감각이 마비됐다.

“큰오빠가 이 집 대주가 됐으니 올케는 안방마님이 됐다. 그런데 이 집에 모내기할 때나 피를 뽑을 때나 추수할 때 새참 함지박을 머리에 이고 막걸리 주전자를 한 손에 들고 종종걸음으로 들판으로 달려간 사람은 누구인가? 올케가 아니고 나야 나! 시집에서 쫓겨났다고 나를 괄시하면 안되지.”

올케와 시누이는 원래 사이가 나쁜 데다 별당에 똬리를 틀고 큰소리치는 시누이는 안방마님의 눈엣가시다.

그런데 이상한 일로 두 사람 사이의 냉기류가 봄 햇살에 눈 녹듯이 허물어지게 됐다.

이 집 대주인 옥매의 큰오빠가 첩살림을 차렸다. 올케가 첩집에 살림을 부수러 갈 때 옥매도 따라 나서 맹활약했다. 큰오빠가 집에 와서 눈에 쌍심지를 켜고 올케를 다그칠 때도 옥매가 가로막고 큰오빠에게 삿대질을 해댔다.

“아가씨, 이것 좀 들어보세요.” 찹쌀떡 한접시에 수정과를 들고 안방마님이 별당을 찾아왔다.

“새언니, 남정네들이란 다 그 모양이에요. 제멋대로 살게 내버려두세요. 나는 샛서방이 일곱이나 있어요.”

어느 장날 옥매가 일부러 별당 문을 잠그지 않고 장에 갔다 왔더니 올케가 몰래 들어와 샛서방 하나를 훔쳐 갔다.

장마철이 왔다. 몸이 근질근질하던 차에 방물장수 장복이 비를 쫄딱 맞고 도랑에 빠진 생쥐처럼 별당으로 들어왔다. 옥매는 장복이 전에 주고 간 목신에 대해서 집요하게 물었다. 한참이나 빼던 장복이 “이건 영업 비밀인데 올해 돋아난 산초 줄기로 만들었어요” 하니 옥매가 무릎을 쳤다. “그래∼, 산초맛이 나더라니!”

비 맞은 옷을 벗기느라 장복의 진짜 혁신(革腎)을 보게 됐다. 두 연놈의 감창소리는 장맛비 소리가 삼켰다. 방물 고리짝을 메고 고개 넘고 내 건너 쏘다니느라 다릿심이 엄청 좋은 장복은 옥매를 기절시키고 안채로 들어가 올케까지 녹초로 만들었다. 장맛비는 뇌성까지 일으키며 끝없이 내렸다.

 

#사랑방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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