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한 99가지 이야기들
133회. 추측하기 어려운 풍수(어우야담)
부원군(府院君) 박응순(朴應順)은 전대 임금의 국구(國舅)였다. 그가 죽어 장지를 택하는데, 묘혈(墓穴) 뒤에 주인없는 오래된 무덤이 있었다. 땅을 파고 묘혈을 열자 오래된 비석이 있었는데, 또한 예전 부원군의 묘였다.
이에 임금께 계(啓)를 올려 다른 곳으로 옮겨 주도록 청했지만 윤허하지 않으셨다. 오늘날의 대원군(帶原君) 윤효전(尹孝全)이 상지인(相地人) 박상의(朴尙義)에게 부친 부정공(副正公)의 묏자리를 봐 달라고 하니 박상의가 말했다.
이곳은 귀문혈(鬼門穴)을 범하고 있어 광중(壙中)에 괴기가 있으니, 속히 옮기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반드시 재앙이 닥칠 것입니다.
그래서 광중을 열어보니 그 안에 목로(木奴)에 모두 수염이 나고, 목비(木婢)에는 모두 머리털이 나 있었다. 그 길이가 서너 촌으로 바람결에 나부꼈다. 매우 괴이하게 여겨 머리털을 뽑아 보니, 모근(毛根)이 모두 하얀 것이 살아 있는 사람의 피부에 붙어 있는 것과 똑같았다. 상서롭지 못한 것이라 여기고 다시 점쳐 다른 산에 장사 지냈는데 광중에서 나온 지석(誌石)에 따르면 또한 예전 부정의 묘였다.
장자(莊子)에 이르길 " '그 아들에게 보호받지 못해 영공(靈公)이 빼앗아 여기에 묻는다'라고 했으니, 영공(靈公)이 혼령이 된지 오래였다"라고 했는바, 영공 전에 예전의 영공이 있지 않았다는 것을 어찌 알겠는가? 부원군(府院君)과 부정(副正)의 묏자리에 예전 부원군과 예전 부정의 묘가 있었던 것고 마찬가지인 것이다. 지리(地理)는 추측하기가 쉽지 않은 일이다.
*부원군(府院君)--왕비의 친정아버지나 정1품 공신(功臣)에게 내리는 시호
*상지인(相地人)--지형의 기세를 살펴보고 길흉을 판단하는 일을 하는 사람
*부정(副正)--조선시대에 종친부. 돈녕부. 봉상시. 사복시. 군기시.에 속한 종3품의 벼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