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국지의 세계에 탐닉하다
- 3부 일통 천하 (89)
제12권 사라지는 영웅들
제 11장 하나를 다시 여섯으로 (2)
이 무렵, 유학(儒學)의 대가 맹자(孟子)는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다가 다시 제나라에 와 잠시 빈객으로 머물고 있었다.
맹자(孟子)는 연나라의 이 사태를 '불의(不義)'라고 판단했다.
제민왕에게 간(諫)했다.
- 연(燕)나라를 칠 절호의 기회입니다.
제민왕(齊湣王)은 맹자의 간언을 받아들여 발빠르게 움직였다.
맹자가 바라는 대로 '인의(仁義)'를 보이기 위해서는 아니었다.
그는 연나라의 내란을 기회로 그들을 자신의 영향권에 두려는 심산에서였다.
장수 장광(章匡)을 대장으로 삼아 연나라의 내란을 진압하도록 명했다.
장광은 군사 10만을 거느리고 연(燕)나라를 향해 쳐들어갔다.
자지(子之)를 미워하는 연나라 백성들은 제나라 군사들을 환영했다.
출병 50여 일 만에 계성에 당도한 제군 장수 장광(章匡)은 단숨에 왕궁을 점령했다.
왕 노릇을 하던 자지(子之)는 제군의 공격과 백성들의 저항에 혼비백산했다.
황급히 녹모수와 함께 대항했으나 결과는 대패였다.
녹모수(鹿毛壽)는 전사하고 자지는 사로잡혔다.
제군이 연나라 왕궁을 점령했을 때 연왕 쾌(噲)는 별궁에서 자살했고, 그때까지 연나라에 머물러 있던 소대(蘇代)와 소여(蘇厲)는 송(宋)나라로 달아났다.
제군 대장 장광(章匡)은 자지 일당을 패퇴시키자 기고만장(氣高萬丈)했다.
자지(子之)를 함거에 실어 임치로 압송하는 한편, 그 자신은 계성에 남아 그 곳의 재물을 마구 노략질했다.
장광은 심지어 종묘를 불태우기도 했으며, 스스로 총독이 되어 연(燕)나라 땅을 다스렸다.
제민왕(齊湣王)은 압송되어온 자지를 능지처참형에 처했다.
그 시체에 소금을 뿌려 신하들에게 나누어주었다.
자지(子之)는 왕위에 오른 지 불과 3년 만에 소금절임의 신세가 되고 말았다.
이때가 BC 314년(진혜문왕 24년).
뒤늦게 제나라 군사들의 만행과 장광의 야욕을 눈치챈 연(燕)나라 백성들은 크게 격분했다.
- 제(齊)나라가 우리 연나라를 집어삼키려 한다.
이런 소문이 퍼지면서 여기저기서 의병이 일어났다.
그들은 제나라 군사들이 연나라 땅에서 물러날 것을 요구하며 저항했다.
동시에 무종국(無終國)에 숨어 있던 세자 평(平)을 찾아내어 왕으로 삼았다.
그가 바로 그 유명한 연소왕(燕昭王)이다.
BC 312년(진혜문왕 26년)의 일이었다.
연소왕(燕昭王)은 아버지 연왕 쾌(噲)에 대해 시호를 추존하지 않았다.
왕위를 스스로 내주고 연나라를 혼란 속으로 몰아간 아버지를 왕의 자격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새로이 왕위에 오른 연소왕(燕昭王)은 연나라 독립에 온 힘을 쏟았다.
흩어진 군사를 모으고 의병들을 규합하여 장광(章匡)의 군정에 저항했다.
- 연(燕)나라를 회복하자.
연소왕(燕昭王)은 아버지 쾌(噲)와 달리 총기가 넘쳐흘렀다.
연일 승리를 거두었다.
제군 대장 장광(章匡)은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2년 만에 계성에서 철수하여 제나라로 돌아갔다.
이 과정에서 장광은 연나라 땅의 3분의 1을 제나라 영토로 복속시켰다.
마침내 연소왕(燕昭王)은 제군을 몰아내고 계성에 입성했다.
불탄 종묘를 다시 세우고 신위(神位) 앞에 꿇어앉아 굳게 맹세했다.
- 반드시 제(齊)나라를 쳐서 원수를 갚겠습니다.
연소왕(燕昭王)은 태부 곽외를 불러 청했다.
"제(齊)나라는 우리나라가 혼란한 틈을 이용해 기습적으로 공격해와 종묘를 불태우고 영토의 3분의 1을 탈취해갔소. 과인은 이런 제나라에 대해 원수를 갚고자 하오."
"그러기 위해서는 인재가 있어야 하는데, 그대는 훌륭한 인재가 있으면 서슴치 말고 부디 천거해주시오. 아무리 멀더라도 과인이 직접 가서 모셔오겠소."
그러자 곽외(郭隈)가 대답했다.
"왕께서 현자를 초빙할 생각이시라면 제게 좋은 방법이 있습니다."
"그게 무엇이오?"
"먼저 이 외(隈)부터 중하게 쓰십시오. 그러면 저절로 천하의 현자들이 연(燕)나라로 몰려올 것입니다."
연소왕(燕昭王)은 곽외의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그대를 중히 쓰면 어째서 저절로 천하의 인재가 우리 나라로 몰려든다는 말이오?"
"옛날에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어떤 임금이 한 신하에게 1천 금(金)을 내주고 천리마를 구해오게 했다.
그 신하가 천리마(千里馬)를 구하기 위해 어느 시골에 이르렀을 때였다.
많은 사람들이 죽은 말 주변에 모여 연신 탄식하고 있었다.
- 참으로 아까운 일이로다.
그 신하가 영문을 알 수 없어 시골 사람들에게 물었다.
- 당신들은 어째서 탄식하고 있소?
그러자 시골 사람들이 대답했다.
- 이 말은 살아 있을 때 하루에 천 리를 달리는 명마였소. 그런데 이제 죽었으니 어찌 안타까운 일이 아니겠소?
이에 그 신하는 두말 않고 그 죽은 말의 뼈다귀를 5백 금(金)에 사서 돌아와 임금에게 바쳤다.
임금은 버럭 화를 내며 크게 꾸짖었다.
- 이런 죽은 말뼈다귀를 무엇에 쓰겠다고 그 많은 돈을 주고 사왔느냐?
신하가 대답했다.
- 5백 금(金)을 주고 죽은 말의 뼈다귀를 샀다는 것은 확실히 보통 일이 아닙니다. 조만간에 이 소문은 전국 방방곡곡에 퍼질 것입니다.
- 그러면 그 소문을 들은 자들은 '임금께서 죽은 말뼈다귀도 5백 금(金)을 주고 샀는데, 살아 있는 천리마(千里馬)를 바치면 얼마나 많은 상금을 주실 것인가' 라고 서로 말할 것입니다. 왕께서는 진정하십시오. 머지않아 반드시 천리마를 바치러 오는 사람이 있을 것입니다.
과연 그 신하의 말은 맞았다.
불과 일 년이 채 안 돼 그 임금은 천리마를 세 필이나 구했다.........
"신(臣)은 신이 재능없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왕께서 신을 귀하게 여기시고 높이 쓰신다면 신보다 재능이 훨씬 뛰어난 인재들이 어찌 연(燕)나라로 몰려들지 않겠습니까? 신은 기꺼이 죽은 말뼈다귀가 되겠습니다."
곽외(郭隈)의 말을 들은 연소왕은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큰절을 올렸다.
🎓 다음에 계속.............
< 출처 - 평설열국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