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국지의 세계에 탐닉하다
- 3부 일통 천하 (105)
제12권 사라지는 영웅들
제 12장 조무령왕과 호복기사 (6)
그런데 조무령왕(趙武靈王)이 자신의 아들에게 왕위를 물려주기로 결심했는데, 여기서 현실적인 문제가 발생했다.
누구에게 왕위를 물려주느냐 하는 것이었다.
당시 조무령왕(趙武靈王)에게는 여러 명의 아들이 있었다.
그 중 유력한 공자는 셋이었다.
죽은 한씨 부인의 소생인 세자 장(章)과 후궁 소생인 공자 승(勝), 그리고 맹요의 소생인 공자 하(何)가 바로 그들이었다.
원래대로라면 당연히 세자 장(章)에게 왕위를 내주어야 했다.
하지만 맹요(孟姚)를 총애하면서부터 조무령왕의 마음은 자신도 모르게 공자 하(何)에게로 쏠렸다.
맹요(孟姚)의 부추김도 있었을 것이다.
자연 세자 장(章)이 못마땅하게 여겨졌다.
'왕재(王才)가 아니다.'
하지만 선뜻 세자를 바꾸기도 곤란했다.
공자 하(何)의 나이 이제 불과 일곱 살이었기 때문이었다.
반면 세자 장(章)은 20세에 이른 성인이었다.
세자를 폐할 뚜렷한 명분이 없는 것도 망설임의 한 이유였다.
그런 중에 대량 땅에 사는 이름난 인물 감별가 하나가 한단(邯郸)에 머물러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조무령왕(趙武靈王)은 잘 되었다 싶어 그를 궁으로 불러들여 세자 장(章)을 보였다.
인물감별가는 세자 장의 관상을 본 후 말했다.
- 단명(短命)입니다.
오래 살지 못한다는 것이다.
조무령왕(趙武靈王)의 얼굴에 기쁨의 기색이 스쳐갔다.
오래 살지 못하는 아들에게 왕위를 물려줄 수는 없는일이 아닌가.
이번에는 공자 하(何)를 나오게 했다.
- 어떻소?
휘장 안에 숨어 일곱 살 난 공자 하(何)를 훔쳐본 인물 감별가는 한참을 생각하다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 오래 사십니다.
그뿐이었다.
조무령왕(趙武靈王)은 어딘지 미흡해보였다.
오래 살 거라는 말을 듣기 위해 그를 초빙한 것은 아니질 않은가.
- 다른 것은 없소?
- 대체로 무난하십니다. 다만.......
- ......................?
- 올빼미상입니다.
올빼미는 어미를 잡아먹는 새다.
그래서 관상가들 사이에서는 '불효의 새'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그 인물 감별가는 조무령왕(趙武靈王)의 저의를 짐작했음인가.
그것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들려주지 않았다.
그렇게 그는 궁을 나가버렸다.
- 올빼미상이라니? 그것이 어떤 것을 뜻하는 것일까?
조무령왕(趙武靈王)은 궁금했다.
공자 하(何)의 후견인으로 이태(李兌)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자기 나름대로의 해석을 조무령왕에게 들려주었다.
- 올빼미는 밤에도 머리카락 한 올까지 낱낱이 보는 새입니다. 백성들의 마음을 구석구석까지 살핀다. 그것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요?
- 그렇다면 명군(名君)이로군.
비로소 조무령왕의 안색은 환하게 빛났다.
그 이듬해 봄.
조무령왕(趙武靈王)은 마음속에 담아 두었던 바를 실행에 옮겼다.
세자 장(章)을 폐하고, 공자 하(何)를 세자로 책봉한 것이다.
그리고 다시 그 이듬해 여름,
조무령왕(趙武靈王)은 또 하나의 놀라운 조치를 취했다.
- 왕위를 세자 하(何)에게 물려주노라!
깜짝 놀라는 신하들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조무령왕(趙武靈王)은 계속해서 말했다.
- 과인은 스스로 주보(主父)가 되어 군사의 일을 맡을 것이다.
그제야 조무령왕의 뜻을 안 신하들은 허리를 숙이며 그 뜻을 받들었다.
주보(主父).
군주의 아버지라는 뜻이다.
이때부터 조나라 사람들은 조무령왕을 '주보' 라 부르기 시작했는데, 이 말이 변해서 나중에는 '태상황(太上皇)', 혹은 '태상왕(太上王)' 이 되었다.
그러므로 조무령왕(趙武靈王)은 중국 역사상 최초의 태상왕이 된 셈이다.
조무령왕(趙武靈王)의 이러한 행동으로 인해 이제 막 아홉 살이 된 세자 하(何)는 졸지에 왕이 되었다.
그가 바로 조혜문왕(趙惠文王)이다.
BC 299년(조무령왕 27년) 5월의 일이었다.
워낙 대가 센 조무령왕의 위엄에 눌린 폐세자 공자 장(章)은 별다른 반발을 보이지 않았다.
이로 인해 조무령왕에서 조혜문왕으로 이어지는 양위(讓位)는 순조롭게 이루어졌다.
뒤이어 후속조치가 내려졌다.
재상에는 원로대신이자 조무령왕의 스승이었던 비의(肥義)가 올랐다.
군대를 통솔하는 사마(司馬)에는 조무령왕의 숙부인 공자 성이 임명되었다.
폐세자 장(章)은 안양 땅을 식읍으로 받고 안양군(安陽君)에 봉해졌다.
안양군의 보좌관으로는 전불례(田不禮)가 임명되었다.
이로써 조(趙)나라는 두 왕이 통치를 하는 묘한 정치 형태를 보여주게 되었다.
앞서 얘기했던 대로 조무령왕(趙武靈王)은 내정에 관한 일만 아들인 조혜문왕에게 넘겨주었을 뿐 군사권은 여전히 자신이 장악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명확하다.
- 영토 확장.
나아가서는 천하 패업을 이루려는 야심에서였다.
🎓 다음에 계속.............
< 출처 - 평설열국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