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금병매(金甁梅)*

금병매 (649)

작성자-미션|작성시간26.06.06|조회수35 목록 댓글 0

 

🎈금병매 (649)

제19장 백사자 8회

그런 생각에 잠기다가 춘매는 살풋 또 잠이 들었는데, 얼마나 잤는지 눈을 떴을 때는 창문에 햇빛이 눈부셨다.

“어머나”

늦잠을 잔 것 같아 약간 놀라며 뛰어 일어난 춘매는 얼른 옷을 갈아입고, 머리를 대충 손으로 쓰다듬으며 거실로 나갔다.

반금련 마님이 혼자서 차를 마시고 있었다. 그런데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마치 심한 몸살이라도 앓고 난 사람처럼 하룻밤 사이에 눈에 띄게 수척해져 있었다. 아마도 간밤에 잠을 이루지 못한 것 같았다.

“마님, 미안해요. 늦게 일어나서...”

춘매가 탁자 쪽으로 다가가자 반금련은 힘없이 말하면서 살짝 미소를 지었다.

“괜찮아”

어딘지 모르게 쑥스러운 듯하면서도 쓸쓸해 보이는 그런 웃음이었다.

춘매는 속으로 아, 싶었다. 분명히 마님이 간밤에 자기가 서문경에게 이끌려가서 자고 온 줄을 알 터인데, 조금도 언짢아하거나 얄미워하는 기색이 보이질 않고, 오히려 마님 자신의 어젯밤의 일이 부끄럽고 창피한 듯이 그런 표정이 아닌가.

탁자 쪽으로 다가간 춘매는 진정이 밴 그런 목소리로 묻는다.

“마님, 어디 아프세요?”

“아니”

“그런데 얼굴이 무척...”

“잠을 깊이 못 자서 그래”

그러면서 다시 반금련은 춘매를 향해 쓸쓸하게 웃는다. 마치 실연을 하여 실의에 빠진 사람의 자조적인 웃음 같다.

“마님”

“응?”

“간밤에 말이에요, 대감 어른께서 뭐라고 하시는가 하면...”

반금련은 약간 긴장이 되는 듯 입에 가져갔던 찻잔을 얼른 탁자에 놓고 가만히 춘매를 바라본다.

“저... 저한테 마님을 살피라지 뭐예요. 고양이하고 어떤 짓을 하는가”

“그래? 치사한 놈, 언제나 하는 짓이 그 모양이라구. 남자가 좀 정정당당하질 못하고, 누굴 시켜서 뒷구멍에서 살피도록이나 하고... 그래, 살펴서 어쩌겠다는 거야”

“마님, 정말 보통 일이 아닌 것 같아요. 만약 고양이와 정말 그런 짓을 한다면 가만히 안 놓아둔다는 거예요”

“어젯밤에 발길로 걷어찼으면 됐지, 또 뭘 어쩌단 말이야?”

“발길로 차는 정도가 아니라, 그런 여자를 마누라라고 데리고 살 수가 없다지 뭐예요”

“뭐라구. 데리고 살 수 없다구”

“예”

반금련은 그만 얼굴에서 핏기가 싹 가신다. 잠시 앞에 놓인 찻잔의 옆구리에 그려진 모란꽃 무늬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생각에 잠기더니 곁에 서있는 그녀의 한손을 두 손으로 덥석 잡는다.

“춘매야”

“날 좀 도와줘”

“마님, 그러잖아도 그럴 생각이었어요. 그러니까 그런 말을 해드리는 거죠”

“아이 고마워. 정말 고맙다구. 그 대신 말이야 내가 돈을 듬뿍 줄게”

반금련은 곧바로 일어나 침실로 가서 장롱 깊숙이 넣어둔 돈주머니를 꺼내어 아가리를 벌리고서 손에 집히는 대로 한 웅큼 집어내어 가지고 온다. 그것을 탁자 위에 주르르 쏟아놓으며 말한다.

“이거 다 가져”

“어머나”

춘매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이걸 다 갖고 말이야 서문경이한테 그저 고양이를 껴안고 자기만 하더라고 말해줘. 알겠지?”

“그러면 대감 어른이 곧이 안 들을 텐데요. 마님의 치마 속으로 고양이가 기어들어가는 것을 봤다고 하시던데...”

“그러면 말이야 이렇게 말해. 고양이가 혓바닥으로 내 아랫도리를... 무슨 말인지 알겠지”

“예, 알겠어요”

춘매는 탁자 위의 돈을 한 닢 한 닢 집으면서 살짝 미소를 짓는다.

사흘 뒤 해질 무렵에 춘매는 퇴청해온 서문경이 자기의 거실에 혼자 있는 기회를 잡아서 찾아들어갔다.

“춘매가 웬 일이지”

뜻밖에도 서문경은 이렇게 말했다.

“어머, 대감 어른, 제가 왜 찾아왔는지 모르시겠어요”

“글쎄...”

“호호호... 며칠 전 밤에 저한테 무슨 분부를 내리셨는지 벌써 잊으셨나요”

“아, 알겠어. 참 그랬었지”

그제야 생각이 나는 듯 서문경은 싱그레 웃는다. 그만큼 그는 매사가 그때그때 기분 내키는대로고, 또 집안일 바깥일이 뒤섞여 늘 머리 속이 뒤숭숭한 나날이기도 한 것이다.

“제가 잘 살펴봤다구요”

“그랬더니”

“고양이를 그냥 껴안고 자던데요”

“그것뿐이야”

“그러다가 한번은 아랫도리를 고양이에게 내맡기더라구요. 그러니까 고양이가 혓바닥으로...”

“혓바닥으로?”

“예. 히히히...”

춘매는 킬킬 웃음이 나온다.

“그렇구먼. 고양이의 혓바닥이 사람의 혓바닥보다 좋은 모양이지”

“외로우니까 그러시겠죠 뭐”

“외롭다고 고양이한테 아랫도리를 내맡기다니... 더러운 여자라구. 알았어”

“대감 어른”

“응”

“우리 마님을 이제 용서해 주시는 거죠”

“도리가 없지 뭐. 만약 고양이하고 그 짓을 했다면 가만히 안두지만, 고양이의 혓바닥을 이용했을 뿐이니까 눈감아 줄 수밖에. 안 그래?”

“예, 대감 어른, 정말 고맙습니다”

춘매는 마치 자기가 용서를 받기라도 한 것처럼 좋아서 머리를 깊이 숙여 절을 한다. 그리고 얼른 돌아서서 거실을 나간다.

춘매가 서문경을 찾아간 줄을 아는 터이라 반금련은 혼자서 거실에서 술잔을 기울이며 초조히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춘매가 돌아오자 약간 주기가 도는 시선으로 가만히 그녀의 표정을 살피듯 바라본다.

“마님, 아무 걱정 마시라구요. 잘됐어요”

"뭐라고 해?“

“고양이의 혓바닥을 이용했을 뿐이니까 눈감아 주신다고 했어요. 도리 없지 뭐, 그러시더라구요”

“휴유-”

반금련은 이제 살았다는 듯이 안도의 숨을 크게 내쉰다. 그리고 잔에 남은 술을 단숨에 들이켜고는 그 잔을 춘매에게 내민다.

 

다음회로 ~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