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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병매(金甁梅)*

금병매 (651)

작성자-미션|작성시간26.06.08|조회수29 목록 댓글 0

🎈금병매 (651)

제19장 백사자 10회

반금련은 희안한 생각이 떠올랐다는 듯이 혼자서 킬킬 웃었다.

무슨 대단히 중요하고 급한 일이라도 되는 듯 반금련은 당장 나들이옷으로 갈아입고 옷감을 끊으러 저자 거리를 찾아갔다.

표목점에 들어가 앉아서 이것저것 베를 만지작거리며 주인 남자와 얘기를 나누고 있던 반금련은 문득 선반 한쪽에 얹혀있는 인형으로 눈이 간다.

“어머, 귀여워라”

“인형 말입니까”

주인 남자도 그 쪽으로 시선을 보내며 묻는다.

“예, 동자군요”

“맞아요”

“사내아이한테 왜 빨간 옷을 입혔죠?”

“그래야 마귀가 안 달라든다지 뭡니까”

“인형한테도 마귀가 달라드나요”

“그저 그렇게 만들어 본 거죠 뭐”

“저거 파는 거예요?”

“팔려고 만든 것은 아니지만, 손님이 원하신다면 팔 수도 있죠”

“주세요. 너무 귀여워서 가지고 싶네요”

반금련은 그 빨간 옷을 입은 동자인형과 청색의 모본단을 몇 자 끊어가지고 포목점을 나섰다.

집에 돌아온 그녀는 그 동자 인형을 경대 위에 얹어놓고 그 앞에 앉아 그것을 바라보면서 모본단으로 고양이의 옷을 짓기 시작했다. 바느질 솜씨가 남다른 반금련은 몇 해 전 왕파네 찻집 안방에서 서문경의 옷을 지으면서 관계를 가지게 된 지난날의 회상에 젖기도 했다.
불과 몇 해 전에는 그처럼 가슴 두근거리기도 짜릿하지만 하던 사랑이 어느덧 식을 대로 식어 이제는 소박까지 당하여 생과부 신세가 된 걸 생각하면 절로 한숨이 나오기도 했다.

그럴수록 그녀는 고양이의 옷 짓는 일에 정성을 다했다.

고양이는 반금련이 옷을 짓는 곁에 앉아서 그게 뭔가 싶은 듯 멀뚱멀뚱 쳐다보기도 했고, 경대 위에 얹혀있는 동자 인형을 뚫어지게 바라보기도 했다.
빨간 옷을 입고 있는 그 인형이 신기하면서도 어쩐지 괴이하게 보이기도 하는 모양이었다. 가만히 바라보고 있다가 공연히 허연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거리곤 했다.

어느 날 오후, 반금련이 맹옥루에게 가서 바둑을 두고 놀다가 돌아오니 뜻밖에도 고양이가 경대 위의 그 동자 인형을 끌어내려 입에 물고서 이리저리 방바닥에 끌고 다니고 있었다.

“아니, 백사자야, 왜 그래. 응”

반금련은 놀라 눈이 휘둥그레진다.

고양이는 반금련이 들어서자 힐끗 한번 바라보고는 좀 주춤하는 듯하더니 다시 사납게 으르렁거리며 인형을 이번에는 냅다 이빨로 갈기갈기 찢어놓을 듯이 물어뜯는다.

“야웅 야웅-”

“어머 어머...”

귀여운 동자 인형을 사정없이 망가뜨리고 있어서 당황하던 반금련은 곧 “옳지, 그렇구나” 하는 소리가 절로 입에서 흘러나온다. 문득 희한한 생각이 머리에 와 닿았던 것이다.

고양이의 이빨에 물어 뜯겨지고 있는 그 빨간 옷을 입은 인형이 마치 관가처럼 보이질 않는가. 관가를 저렇게 고양이가 물어뜯어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다.

“어서 물어뜯어. 어서. 갈기갈기 찢어 놓으라구. 히히히 히히히...”

반금련은 두 눈을 반질거리며 킬킬킬 웃는다.

마침내 반금련은 무서운 결심을 하기에 이르렀다. 고양이로 하여금 관가를 물어뜯게 해서 목숨을 앗아 버려야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렇게라도 해야 꼬이고 뒤틀린 심사가 풀리고, 가슴에 맺힌 응어리가 삭아 내릴 것 같았다.

관가의 돐이 정월 하순이었다. 반금련은 돌잔치를 하기 전에 죽여버려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돌 잔치를 성대히 벌여 기쁨에 들떠서 흥청거릴 서문경과 이병아의 꼬락서니를 아니꼽고 배가 아파서 도저히 볼 수가 없을 것 같았던 것이다. 기왕에 죽일 바에야 그런 꼴 보기 전에 실행에 옮기는 게 옳으리라 싶었다.

반금련은 그 일에 춘매를 끌어들일 것인가 하고 생각해 보았다. 혼자서 그 일을 무사히 잘 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춘매가 그 흉계에 가담을 한다면 한결 일이 수월할 듯했다. 그러나 만약 그런 말을 꺼냈다가 춘매가 거절을 할 경우는 큰 낭패가 아닐 수 없었다. 무서운 비밀이 새나가 버리는 결과가 되니 말이다.

관가를 죽였다는 것은 목숨을 내건 일대모험이 아닐 수 없다. 만약 일이 잘못되어 발각이라도 되는 경우는 죽음을 각오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 목숨을 내건 일에 춘매가 쉽사리 발을 들여놓으려 하겠는가 말이다.

아무래도 혼자서 그 일을 해내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 반금련은 은밀히 고양이에게 훈련을 시키기 시작했다. 훈련이란 다름이 아니라, 실제로 관가만한 크기의 인형을 만들어서 빨간 담으로 지은 옷을 입혀 그것을 물어뜯게 하는 일이었다. 관가를 보면 대번에 달려들어 사정없이 물어뜯어서 죽이도록 말이다.

그 훈련을 반금련은 용의주도하게 춘매를 일부러 바깥에 심부름을 보내놓고서 방문 고리를 안으로 걸고 아무도 모르게 침실에서 실시했다.
처음에는 인형을 그냥 방바닥에 앉혀놓고서 고양이에게 물어뜯도록 했고, 그다음엔 인형을 침상의 이부자리 속에 눕혀놓고서 했다.
실제로 관가가 방안에 앉아있든 침상에 누워 자든 어떤 경우든 상관없이 기습을 해서 물어 죽일 수 있도록 말이다.

“가서 물어”

하고 말로써 명령을 하다가, 나중에는 그냥 고양이의 엉덩이를 한손으로 가볍게 치며 앞으로 밀어내는 것으로 대신했다.
실제 상황에서는 말로써 명령을 내리는 것보다 손짓으로 그렇게 하는 편이 한결 안전할 것 같아서였다.

반금련이 살짝 엉덩이를 치며 앞으로 밀어내면 고양이는 사납게 으르렁거리며 냅다 쏜살같이 달려 나가 인형을 사정없이 물어뜯어서 갈기갈기 찢어 놓기 일쑤였다.

그런 광경을 지켜보며 반금련은 기분이 좋아서 히죽히죽 혼자 웃었고, 때로는 너무 통쾌해서 자기도 모르게 가볍게 손뼉을 치기도 했다.
고양이에게 인형을 물어뜯는 훈련을 시키는 것만으로도 벌써 속이 어지간히 후련해지는 느낌이었다.
새해 벽두부터 말하자면 사람 죽이는 일을 즐기고 있는 셈이었다.

훈련이 거의 완벽하게 이루어지자 반금련은 다음은 어떤 식으로 관가에게 고양이를 접근시킬 것인지 그 방법에 대해서 궁리를 해 보았다.
아무도 모르게 감쪽같이 해치워야 될 터인데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 같았다.
관가가 혼자 있는 일이 거의 없을 것이니 말이다. 설령 요전처럼 그런 때가 있다 하더라도 그 기회를 자기가 어떻게 알 수가 있겠는가.
요전에는 마침 회랑을 지나다가 용케 관가의 우는 소리를 들었었지만, 생각한 끝에 반금련은 고양이에게 제2단계 훈련을 실시하기로 했다.

이번에는 인형을 물어뜯어 갈기갈기 찢어놓기 전에 집안 어딘가에 있는 빨간 옷을 입은 인형을 스스로 찾아내는 훈련이었다.
인형을 침상 밑에 숨겨두기도 했고, 경대 뒤에 감추어 두기도 했으며, 장롱위에 얹어놓기도 했다.
그렇게 해놓고서 고양이에게 찾아내어 물어뜯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런 제2단계 훈련을 시키기로 한 것은 아무래도 고양이가 제 발로 관가에게 접근해서 일을 해내도록 하는 게 안전할 것 같아서였다.
말하자면 고양이의 단독 범행으로 감쪽같이 위장을 하려는 것이었다.
자기가 고양이를 안고 관가가 있는 곳까지 접근을 한다는 것은 위험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고양이의 단독 범행으로 꾸며놓아야만 나중에 자기에게 혐의가 돌아오지 않을 게 아닌가.

고양이는 제2단계 훈련도 능숙하게 해내게 되었다. 인형을 실내의 어디에 감추어두어도 용케 찾아냈고 장롱 위에 얹어 놓아도 기어이 그 위까지 기어 올라가서 끌어내려 보기 좋게 물어 뜯어 놓는 것이었다.

말하자면 거사의 날을 반금련은 보름날로 잡았다. 그날은 이병아가 수춘이를 데리고 무당한테 아기의 축원을 드리러 가기 때문에 낮에는 유모인 여의가 혼자서 관가를 돌보게 되어 있었다. 그러니까 아무래도 여느 날보다는 기회가 좋을 것 같았다.

그리고 그날은 또 반금련의 어머니 생신이기도 했다. 일년에 한번씩 그날만은 반드시 친정집을 찾아가 노모의 생신을 축하하는 일을 반금련은 잊지 않았다.

그날 친정집 나들이를 하면 나중에 자기에게 관가 살해의 혐의가 돌아올 까닭이 없지 않겠는가

 

다음회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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