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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병매(金甁梅)*

금병매 (652)

작성자-미션|작성시간26.06.09|조회수29 목록 댓글 0

🎈금병매 (652)

 

제19장 백사자 11회


보름 전날이었다. 반금련은 밤에 이병아의 거처로 서문경을 찾아갔다. 내일이 자기 어머니의 생신이라는 것을 알리고 친정에 다녀오겠다는 말을 하기 위해서였다.

해마다 그랬었다.
그러면 서문경은 다섯 번째 장모의 생신을 축하하는 뜻에서 친정에 다니러 가는 반금련에게 얼마간의 돈을 주어서 보냈다.
비단 반금련에게만 그러는 게 아니라, 부인들 모두에게 그렇게 하고 있었다.

그 축하금을 받기 위해서이기도 했지만, 이번에는 그것보다도 반금련은 분명히 자기가 내일, 그러니까 보름날에 친정에 다니러 가고 집에 없었다는 것을 미리 서문경에게 알려놓기 위해서였다.
그래야 용케 성공을 하여 고양이가 스스로 관가를 물어 죽였다 하더라도 자기에게는 전혀 혐의가 돌아오지 않을 게 아닌가 말이다. 말하자면 미리 부재증명을 확실하게 해놓으려는 속셈이었다.
서문경은 출타를 하고 없었다.

“그이 어디 가셨지?”

하고 이병아에게 물으니,

“오늘밤에 흥아각에서 연회가 있다고 나가셨어요. 동경서 높은 어른이 오셨나봐요”

실은 서문경이 왕육아에게 자러 갔는데 말이다.

반금련은 이병아에게라도 알려 놓는게 좋겠다 싶어서 억지로 살짝 미소를 떠올리며 말했다.

“내일이 우리 친정어머니 생신이지 뭐야. 그래서 내일 친정에 좀 다녀 올려고...”

“아, 그래요. 오늘밤 늦게라도 돌아오실는지 모르겠네요. 내일 새벽에는 틀림없이 돌아오셔요. 그러니까 내일 아침에 등청을 하시기 전에 한 번 더 오시는 게...”

이병아는 공연히 반금련을 대하기가 미안한 듯한 그런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그녀로부터 서문경을 완전히 빼앗아버린 셈이어서 그러는 모양이다.

“알았어” 하고 반금련은 이병아의 거처에서 나와 그 걸음으로 이번에는 오월랑을 찾아갔다.
정실인 오월랑에게도 미리 내일의 부재증명을 해두려는 속셈이었다.

오월랑은 처음엔 좀 묘한 시선으로 반금련을 바라보았다. 고양이와 동침을 한다는 것을 그녀도 들어서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그녀는 정실답게 그런 내색을 하지 않고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다녀와야지. 어머니 생신인데...”

그리고 선물로 비단 한 감을 내주었다.

이튿날 아침 일찍 반금련이 이병아의 거처로 서문경을 찾아가니 외박을 하고 돌아온 서문경은 관가를 안고서 의자에 앉아 있었고, 이병아와 수춘이는 식탁에 아침 준비를 서두르고 있었다.
이제 돐이 열흘 남짓밖에 남지 않은 관가는 여전히 빨간 담으로 지은 옷을 입고 제법, “아빠 아빠” 하고 방글방글 웃으며 재롱을 떨고 있었다.

반금련이 들어서자 서문경은 아침 일찍부터 무슨 일인가 싶은 듯 말없이 멀뚱히 바라보기만 했다.

반금련은 약간 긴장이 되었으나 애써 부드러운 표정을 지으며 서문경에게 다가가 곁에 놓인 의자에 앉으며 입을 열었다.

“여보, 오늘이 우리 어머니 생신이지 뭐예요”

“아, 그런가, 맞어, 정월 보름날이 생신이었지”

“친정에 며칠 다녀와야겠어요”

“그러라구”

서문경은 순순히 응낙을 한다. 그리고 한손으로 안 호주머니에서 은화 두 닢을 꺼내어, “자, 이거” 하면서 건네준다.

반금련은 그 은화를 말없이 받는다. 해마다 관례가 되어 있는 터이라 당연한 일로 여긴다.

용무를 마친 셈이어서 반금련은 의자에서 일어난다. 그러자 관가가 일어서는 반금련에게, “엄마 엄마” 하면서 빤히 바라본다.

“아이고 우리 관가, 참 귀엽게도 생겼구나”

반금련은 상그레 미소를 지으며 관가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엄마 엄마”

“어머, 나한테 올려고 그러네. 아이 귀여워라. 여보, 내가 한번 안아볼께요”

하면서 반금련은 서문경이 안고 있는 관가를 자기가 받아 안으려 한다.
서문경도 싫지가 않은 듯 히죽이 웃으며 관가를 건네준다.

관가를 받아 안은 반금련은 무척이나 귀여운 듯 한쪽 볼에 쪽, 소리가 나도록 입맞춤을 한번 한다.
그리고,

“둥개둥개 둥개야 우리 관가 둥개야...”

하면서 허리까지 간들간들 흔들어 어른다.

식탁에 아침 준비를 하고 있던 이병아가 그 광경을 힐끗힐끗 보며 속으로 중얼거린다.

“흥, 저 여우, 노는 꼬락서니 좀 봐”

그러나 어쨌든 제 새끼를 이뻐하는 터이니, 표정은 결코 어둡지가 않다.

이병아의 거처를 나서며 반금련은 속으로 썩 일이 잘됐다고 생각한다.
서문경이 보는 앞에서 관가를 안고 귀여워 못견디며 둥개둥개.... 어르기까지 했으니 나중에 자기에게 관가를 살해할 의도가 있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할게 아니겠는가 말이다.

부재증명보다도 오히려 더 확실한 증명을 미리 보여준 셈이었다.

자기 거처로 돌아온 반금련은 기분이 좋아서 오래간만에 싱글벙글 웃으며 춘매에게 어서 아침식사를 하자고 호들갑스럽게 재촉을 했다.
그리고 말한다.

“오늘이 우리 어머니 생신이지 뭐야. 어서 밥을 먹고 가봐야지”

“어머, 그렇군요. 오늘이 정월 보름이니까”

춘매도 생신 날짜가 기억에 떠오르는 듯 기분 좋아 한다.

서둘러 아침을 먹고 나자 반금련은 어찌된 영문인지 조금 전과는 달리 늑장을 부리며 춘매한테 먼저 자기 친정집에 가있도록 이른다.
오월랑이 준 비단 옷감과 자기가 마련한 이바지를 가지고서 말이다.

해마다 같이 집을 나섰었는데, 올해는 왜 먼저 혼자 가라고 하는가 싶어서 춘매가 묻는다.

“마님은요. 같이 안 가세요”

“난 말이야 좀 볼일이 남았다구. 맹옥루 형님하고 뭐 좀 상의 할 일이 있거든. 그러니까 먼저 네가 가서 집안일도 좀 거들어 드리고 해. 그러면 내가 곧 뒤따라 갈테니까”

“예, 그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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