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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병매(金甁梅)*

금병매 (657)

작성자-미션|작성시간26.06.14|조회수30 목록 댓글 0

🎈금병매 (657)

 

제19장 백사자 16회


“그래, 어서 돌아가자”

춘매와 함께 집에 당도한 반금련은 자기의 거처에 들러 우선 나들이 옷을 벗고, 일상복으로 갈아입었다.
그리고 차를 한잔 마시며 좀 숨을 가다듬은 다음 이병아의 거처로 가기 위해 거실을 나섰다. 춘매도 뒤를 따랐다.

회랑을 걸어가고 있는데 어디선지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야웅 야웅 ~ ”

반금련은 주춤 걸음을 멈추었다. 비취헌의 깊숙한 마루 밑에서 백사자가 기어 나오더니 냅다 꼬리를 흔들며 달려오는 것이 아닌가.

반금련은 절로 얼굴이 화끈해진다. 반가운 생각과 함께 섬뜩한 두려움이 어스스하게 엄습해 온다.
반금련이 백사자에 대해서 그런 두려움을 느끼기는 처음이다. 말하자면 살인을 공모한 셈이니 그럴 수 밖에 없다.

그녀는 힐끗 춘매를 돌아본다. 춘매도 기분이 안 좋은 듯 긴장된 표정이다. 이번에는 사방을 휘둘러본다.
아무도 보고 있는 사람은 없다.

고양이가 껑충 회랑으로 뛰어올라 다가와서 반가워 못견디겠다는 듯 꼬리를 흔들며 반금련의 치맛자락에 휘감길 듯이 몸을 비벼댄다.
그러자 반금련의 입에서 서슴없이,

“이 못된 고양이 새끼, 네가 관가를 물었다면서”

하는 소리가 튀어나온다.

“아웅 ~ ”

고양이는 반금련을 빤히 쳐다본다. 뜻밖에 그 목소리가 꾸짓는 듯 하니 어리둥절해지는 모양이다.
빨간 옷을 입은 아기를 물어 뜯으라고 해서 그대로 했는데 꾸짖다니 알 수 없다는 그런 눈빛이다.

“저리 가! 보기도 싫다구!”

냅다 내뱉으며 반금련은 그만 고양이를 발길로 걷어차 버린다.

“캬캬웅 ~ ”

잘했다고 쓰다듬어 주기는 고사하고 도리어 걷어 차기까지 하니 고양이는 어이가 없는 듯 비실비실 피하면서 날카롭게 쏘아본다.

“저놈의 고양이 때려 잡으라구. 어서!”

반금련은 일부러 사람들 들으라는 듯이 목소리를 돋구어 춘매에게 이른다.

“예”

춘매는 후다닥 고양이를 잡으려고 달려든다.

그러나 고양이가 춘매에게 그렇게 간단히 붙잡힐 턱이 없다. 잽싸게 회랑에서 뛰어내려 비취헌 쪽으로 달려가 아까 기어 나왔던 깊숙한 마루 밑으로 후다닥 도로 자취를 감추어 버린다.

고양이는 어제 관가를 물어뜯은 다음 여의에게 쫓겨서 도망쳐 나오자 곧바로 비취헌의 깊숙한 마루 밑으로 기어들어가 피신을 했던 것이다.
짐승인 저도 끔찍한 일을 저질러서 이제 붙들리면 맞아 죽을 거라는 느낌이 왔던 모양이다.

반금련이 이병아의 거처로 들어가 닫혀있는 내실문을 가만가만 두드리니 안에서 힘없는 여자의 음성이 들렸다.

“누구요?”

여의의 목소리였다.

조심스레 방문을 열고 들어선 반금련은 정말 눈이 휘둥그레진다.

“어머나”

침상에 누워있는 관가의 몰골이 너무나도 끔직스러웠던 것이다. 차마 눈 뜨고 똑바로 볼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숨이 붙어 있다고는 하지만, 살아있는 것 같지도 않았다.

관가와 함께 이병아도 침상에 누워 있었다. 그녀의 몰골 역시 말이 아니었다. 두 눈이 퀭하게 꺼져 들어갔고, 안색이 창백하기 이를 데 없었다. 병자라도 이만저만한 병자가 아닌 것 같았다.

어제 무당집에서 돌아와 기절을 한 다음 정신을 돌이키기는 했으나, 그 뒤로 잠 한숨 못자고, 목구멍으로 물밖에는 넘긴 것이 없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자는지, 그냥 눈을 감고 있는지, 그녀 역시 꼼짝도 하질 않았다. 마치 두 모자가 숨이 거두어지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만 같았다.

침상 곁에 지키고 앉아있는 여의도 기진맥진해 보였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반금련은 시치미를 뚝 떼고 여의에게 묻는다.
정말 너무나도 뜻밖의 일이라는 그런 긴장된 표정이다.

“고양이가 난데없이 달려들어서 물어뜯었지 뭐예요”

여의는 힘없는 목소리로, 그러나 약간 반금련이 원망스러운 듯이 힐끗 쳐다보며 대답한다.
고양이의 임자이니 말이다.

“아니, 아무 일도 없었는데, 고양이가 달려들었단 말이야 도무지 알 수가 없군”

“관가가 자다가 깨어서 울고 있었다구요. 그런데 그만 그 망할 놈의 고양이가...”

반금련의 곁에 서서 관가의 끔직한 몰골을 지켜보며 주고받는 말을 듣고 있던 춘매가 미심쩍다는 듯이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입을 연다.

“고양이가 도대체 여기까지 뭘 하러 왔을까. 어떻게 이 안방까지 들어왔지?"

그 말에 여의는 약간 당황하는 기색이더니, 목소리에 힘을 주어 변명을 하듯 늘어놓는다.

“관가를 재워놓고 혼자 뜨개질을 하고 잇는데 현관문이 덜컹거리더라구. 그래서 누가 온 줄 알고 나가 문을 열어봤더니 글쎄 고양이지 뭐야. 고양이가 들어오라고도 안했는데 어느새 안으로 들어왔다니까”

힉, 하고 춘매는 웃으려다가 참는다. 고양이가 들어오라고도 안했는데 들어왔다는 말이 우스웠던 것이다.

반금련은 여전히 시치미를 뚝 떼고 여의를 나무라는 투로 말한다.

“좌우간 고양이를 집안에 들여 놓는 게 잘못이라구. 고양이만 안들여 놓았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거 아냐”

그러자 여의는 힐끗 눈을 흘기듯 반금련을 바라보며 볼멘소리로 한마디 하고 만다.

“그 고양이를 키운 건 누군데요?”

“뭐라구?”

반금련은 안색이 싸늘하게 달라지며 여의를 매섭게 노려본다.

그 눈길이 너무나 섬뜩해서 여의는 다시 대거리를 하려다가 그만둔다. 반금련은 분을 못 참겠다는 듯 거침없이 쏘아붙인다.

“고양이를 기르는 것도 뭐 잘못인가. 유모면 유모지, 네년이 그런 것까지 상관하기야. 앙! 이년이 이제 보니까 책임을 나한테 떠넘기려고 드네. 나 참 기가 막혀서...”

지금까지 자는지, 가만히 눈을 감고 누워있는지 정물처럼 꼼작도 안하던 이병아가 퀭한 두 눈을 힘없이 떴다

 

다음회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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