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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병매(金甁梅)*

금병매 (658)

작성자-미션|작성시간26.06.15|조회수32 목록 댓글 0

🎈금병매 (658)

제19장 백사자 17회


여의에게 퍼부어 대던 반금련은 대뜸 목소리를 싹 바꾸어,

“아이고 여보게,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지. 세상에 무슨 이런 일이 다 있어. 응?”

하면서 침상 가까이로 바싹 다가선다. 이병아를 위로하려는 듯이 말이다.

그러나 눈을 뜬 이병아는 초점이 흐릿해서 마치 얼빠진 것 같은 그런 시선으로 멀뚱히 바라볼 뿐 아무 말이 없다.

“여보게, 얼마나 놀랬는가. 정말 어처구니가 없지 뭐야. 유모라는 것이 뭘하고 있었기에 아이가 고양이에게 이렇게 물리도록 내버려 느냐 말이야.
하도 기가 막혀서 말이 안나온다니까”

그러나 이병아는 이제 누구를 원망하고 말고 할 것도 없다는 듯이 도로 눈을 감으며 힘없이 고개를 저쪽으로 돌려 버린다.

여의는 도저히 그대로 가만히 앉아 듣고만 있을 수가 없다는 듯이 벌떡 일어선다.

그리고 기어이 반금련을 향해 말대꾸를 하고 만다. 가만히 있다가는 자기가 온통 책임을 뒤집어쓰고 말 것 같았던 것이다.

“그놈의 고양이가 비호같이 달려들어 물어뜯을 줄이야 누가 알았겠어요. 도대체 사람을 잡아먹을 듯이 물어뜯는 고양이가 세상에 어디 있단 말이에요.
그게 호랑이 새끼지 고양이라고 기른 거예요?”

“아니, 무엇이 어쩌고 어째. 이년이 이제 보니 간뎅이가 부었어. 누구한테 함부로 아가리를 놀려대는 거야. 앙”

“왜 고양이가 한 짓을 내 잘못으로 뒤집어 씌울려고 그러느냐 말이에요. 난 잘못한거 하나도 없다구요”

“아이구, 이년을 그만......”

반금련은 분을 참지 못해 곧 여의의 머리끄덩이를 거머쥘 기세다.

마침 그때 어험, 헛기침 소리가 나며 방문이 열렸다. 서문경이었다. 아직 퇴청때가 멀었는데 관가가 걱정이 되어 일찍 돌아온 것이다.

방에 들어선 서문경은 반금련을 보자 그만 안색이 달라지며 내뱉는다.

“뭐야 왜 시끄럽게 야단이야.”

반금련은 무척이나 죄송스러운 듯이 고개까지 살짝 떨구며 말한다.

“아이고 여보, 무슨 이런 끔직한 일이 다 있죠.
하도 기가 막혀서 유모를 좀 나무라 줬어요.
뭘 하고 있었기에 고양이가 관가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도록 가만히 내버려 뒀느냐구요”

서문경은 반금련의 입에서 ‘고양이’라는 말이 나오자 그만 허파가 팍 뒤집어지는 듯 불문곡직하고 냅다 사정없이 발길로 걷어차 버린다.

“아가리 닥쳐! 뭘 잘했다고...”

“아이고~ ”

비명 소리와 함께 방바닥에 쓰러진 반금련은 매서운 눈초리로 서문경을 쏘아본다.
반사적(反射的)인 시선이다.

그러나 그녀는 얼른 표정을 바꾸어 애원하는 투로 지껄인다.

“여보, 내가 뭘 잘못했다고 이러시는 거예요. 난 어제 어머니의 생신에 친정에 가고 없었단 말이에요.
당신도 아시잖아요. 내가 없는 동안에 일어난 일을 난들 어쩌겠어요.
오늘 아침에 춘매가 달려와 알려줘서 곧바로 이렇게 돌아왔다구요.
몸이 너무 피곤해서 며칠 쉬었다 오려고 했는데, 이런 일이 일어났으니 안 올수가 있나요”

“도대체 그따위 고양이를 키운 것부터가 잘못이라 그거야. 고양이를 안 키웠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게 아냐”

“누가 이럴 줄 알고 키웠나요. 그저 외로워서 취미 삼아 키운 거죠”

“아가리 닥치지 못해! 뭘 잘했다고 나불거리고 있어”

“.......”

“고양이하고 붙어자는 년이 뭐 취미삼아 키웠다고? 짐승하고 붙는게 취민 모양이지. 이 더러운 년!”

서문경은 쓰러져있는 반금련을 또 한번 냅다 걷어찬다.

“아이크~ 으흐흐흑...”

그만 반금련은 흐느껴 울기 시작한다.

“울기는... 여기가 어디라고 시끄럽게 떠들고, 울고 지랄이야. 못 그쳐! 어서 그쳐! 그치고 일어나서 그놈의 고양이를 잡아 오라구. 내가 당장 그 망할 놈의 고양이를 갈기갈기 찢어놓고 말테니까”

그래야 분이 조금은 풀리겠다는 듯이 서문경은 입에서 침을 튀겨가며 뇌까린다.

그러자 반금련이 뚝 울음을 그치고 고개를 쳐들며 말한다.

“그러잖아도 여보, 조금 전에 비취헌의 마루 밑에서 기어 나온 백사자를 내 손으로 잡아 없앨려고 했다구요. 그런데 도로 그 밑으로 깊숙이 기어 들어가 버렸지 뭐예요. 춘매한테 물어보세요. 거짓말인가”

겁에 질려서 한쪽 구석으로 잔뜩 움츠리고 서있던 춘매가 얼른 입을 연다.

“정말이에요. 대감어른”

“그래? 백사잔가 지랄인가 그놈의 고양이가 비취헌 마루 밑에 숨어 있었군. 어디로 갔는가 했더니...오냐 됐다. 이놈의 고양이 인제 너는 죽었다”

그러면서 서문경은 후다닥 방에서 뛰어나간다.

곧 고양이 사냥이 시작되었다. 서문경으로부터 명령을 받은 하인들이 장대나 막대기를 들고 비취헌을 둘러쌌다. 그리고 마루 밑 깊숙이 숨어있는 고양이를 밖으로 나오도록 하려고 와-와- 야단법석이다.

고양이가 쉬 밖으로 나올 턱이 없었다. 사람이 하는 말까지 알아듣는 듯한 그런 유별난 고양이인지라 이미 저를 잡아 죽이려는 수작들인 줄을 뻔히 알터인데, 순순히 기어 나올 까닭이 없는 것이다.

마루 밑이 워낙 깊어서 어지간한 장대로는 한가운데까지 닿지도 않았다. 한참 법석을 떨어대다가 이래가지고는 안되겠다고, 한 하인이 장대를 쥐고 마루 밑으로 기어들어갔다. 그리고 바깥에 둘러 서있는 하인들은 고양이가 튀어나오기를 기다리며 조용히 지켜 서있었다.

잠시후 도리가 없는 듯 고양이는 쏜살같이 밖으로 튀어나왔다.

“와~”

“잡아라”

“이놈의 고양이!”

별안간 시끌벅쩍해지며 하인들이 우르르 고양이에게 달려들었다.

저만큼 떨어진 곳에 뒷짐을 지고 서서 지켜보고 있던 서문경은 냅다 큰소리로 호령을 한다.

“잡아서 이리 끌고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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