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금병매(金甁梅)*

금병매 (661)

작성자-미션|작성시간26.06.18|조회수34 목록 댓글 0

🎈금병매 (661)

 

제20장 흉몽(凶夢) 2


수춘이는 현관문을 열고 밖을 내다본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어서 바깥으로 나가볼수는 없다. 그냥 현관에서 목을 빼어 사방을 살펴본다.
그러나 고양이의 모습은 보이지가 않는다.

“안 보이는데요”

하면서 수춘이는 이병아를 돌아본다. 그리고 현관문을 닫으려 한다.

“우산을 가지고 바깥에 나가 집을 한 바퀴 돌아 보라구. 그래야 확실한 걸 알지”

이병아가 다시 이른다.

수춘이는 좀 귀찮은 듯한 표정을 떠올리면서도 우산을 찾아들고 바깥으로 나간다.

“예, 알았어요”

수춘이가 현관 밖으로 나가는 것을 보자 이병아는 가만가만 걸어서 도로 내실로 들어가 침상에 눕는다. 여전히 왼쪽 귀에서는 벌떼들 앵앵거리는 듯한 이명이 가물가물 들린다. 아까보다는 그 소리가 작아진 듯하나, 짜증이 나기는 마찬가지다.

이병아는 이맛살을 찌푸리며 힘없이 두 눈을 감는다. 그리고 왼손의 손바닥으로 왼쪽 귀를 막았다 뗐다 해본다. 그런다고 이명이 사라질 턱이 없다.
신경질만 난다.
악- 하고 냅다 고함을 내지르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애써 참고 누웠으려니 팔다리까지 한결 더 노작자근하다.

잠시 후 방문 열리는 소리가 나고, 수춘이가 들어왔다. 이병아는 가만히 눈을 뜬다.

“마님, 아무데도 고양이는 없더라구요”

“그래?”

“아마 마님께서 기력이 허해져서 헛들으신 모양이죠?”

“글쎄, 그럼 아까 내가 꿈을 꾸었던가...”

“그런가봐요. 푹 쉬시라구요”

수춘이가 물러나려 하자, “잠깐만”하고 붙든다.

“왜요, 마님”

“수춘아 내가 말이야 팔다리가 몹시 무겁구나.
자근자근 쑤시고 말이야.
수고스럽지만 네가 좀 주물러 줄 수 없겠어?”

“예, 그러죠”

그게 뭐 수고스러울 게 있냐는 듯이 수춘이는 순순히 침상에 바싹 다가서서 이병아의 한쪽 팔부터 주무르기 시작한다.

이병아는 사르르 다시 두 눈을 감는다.

양쪽 팔을 주무르고 나서 다리 쪽으로 옮겨가며 수춘이가 불쑥 입을 연다.

“마님, 이제 관가를 잊어버리셔야 된다구요”

이병아는 반사적으로 눈을 떠 수춘이를 쳐다본다.
그러나 아무 말이 없다.

“그래야 마님 건강이 좋아지신다니까요. 팔다리의 살이 말이 아니지 뭐예요. 힘이 하나도 없어 허벅허벅 하다구요. 이러다간 큰일 나겠어요”

“......”

“죽은 관가를 자꾸 생각한다고 해서 살아 돌아오나요. 잊어버리시라구요. 그래서 건강을 되찾아 다시 아이를 배도록 해야지요. 그러면 될 거 아니에요.
몸이 이래 가지고는 어디 아이를 베겠어여”

그 말에 이병아의 눈빛이 약간 달라진다. 깜깜한 절망 속에서 한 가닥 희망의 빛을 본 듯한 모양이다.

마님의 그런 기색을 보자 수춘이는 기뻐서 다리를 더욱 정성껏 주무르며 계속 지껄인다.

“대감 어른께서 마님이 이렇게 누워만 계시니까 주무시러 오지도 않잖아요. 잘못하면 대감 어른의 애정이 다른 마님한테 옮겨갈지도 모른다구요.
부디 기운을 차리시고 일어나도록 하세요.
마님이 이렇게 맨날 병자처럼 누워만 계시니까 저도 우울하고 슬픈 생각이 들지 뭐예요”

“오냐, 고맙다”

수춘이의 진정이 가슴에 와 닿는 듯 이병아는 두 눈에 핑 눈물이 어린다.

그날 밤도 이병아는 이슥토록 잠을 이루지 못했다.

아침나절에 수춘이가 다리를 주물러 주면서 한 말이 머리에서 떠나지가 않았다.
아직 스무 살이 안 된 어리다면 어린 몸종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다니, 놀랍기도 하고 고맙기도 했다.

수춘이의 말과 같이 관가를 잃어버리는 것이 옳을 것 같았다. 슬픔에 잠겨 한탄을 해댄다고 해서 관가가 살아 돌아오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정신을 차려 건강을 돌이켜서 서문경의 애정을 되찾아 다시 아이를 가지도록 노력하는 길 밖에 달리 무슨 도리가 있겠는가.

그런 생각을 굳히게 되니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지며 하품이 나왔다. 어느덧 삼경이 된 듯 둥둥둥...
현청의 북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오고 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사르르 잠으로 빠져들고 있는데, 똑똑똑... 방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났다.

“누구세요?”

하면서 이병아는 눈을 떴다.

스르르- 방문이 열렸다. 그리고 웬 낯선 남자가 아기를 하나 안고 방으로 들어왔다.

“아니, 누구죠. 이 밤중에...”

이병아가 부스스 일어나 앉으며 묻는다.

“내가 누군지 모르겠어?”

뜻밖에 남자는 불쑥 반말로 내뱉는다

 

다음회로 ~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