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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병매(金甁梅)*

금병매 (663)

작성자-미션|작성시간26.06.20|조회수30 목록 댓글 0

🎈금병매 (663)

 

제20장 흉몽(凶夢) 4


야웅 야웅 야웅...

그녀는 그만 견디질 못하겠는 듯,

“악~ ”

냅다 악을 쓰듯이 소리를 내지르며 이불 속으로 머리까지 온통 푹 파묻고 바짝 온몸을 오그라붙였다.

이튿날 아침 잠을 깬 이병아는 중병을 앓고 난 사람처럼 어지럽고 기력이 없어서 자리에서 일어나질 못했다.

수춘이가 방문을 열고 아침 준비가 되었다고 알려도 돌아보지도 않고 눈을 감은 채,

“싫어, 나 아침 생각 없어”

하고 잘라 버렸다.

여느 날은 억지로라도 일어나 세수를 하고 아침을 조금이라도 먹고서 도로 자리에 누었었는데, 오늘은 숫제 아침식사도 마다하고서 그대로 누워 있으니 수춘이는 마님의 몸이 더 안 좋은 것 같아 슬그머니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약이라도 마시도록 해야겠다 싶어서 서둘러 한약을 달였다.

약사발을 들고 수춘이가 방으로 들어갔을 때 이병아는 잠이 들었는지 그냥 눈을 감고 있는지 천장을 향해 반듯이 누워 있었다.

침상 곁으로 다가간 수춘이는, “마님 마님”하고 나직한 목소리로 불렀다.

아무 반응이 없었다. 잠이 든 것 같았다. 그래서 수춘이는 나중에 깨면 약을 드리는 게 옳겠다 싶어서 가만히 돌아서려 했다.

그런데 그때 이병아는 눈을 떴다. 그리고 누운 채 얼굴을 살짝 움직여 수춘이를 바라보았다.

“으악 ~”

별안간 이병아는 질겁을 하며 비명을 내질렀다.

자기를 보고 마님이 냅다 비명을 지르며 놀라니 수춘이는 당황하지 않을 수가 없다.

“어머나, 왜 그래요”

자기도 모르게 수춘이는 후다닥 한 걸음 뒤로 물러선다. 그 바람에 들고 있던 사발에서 약이 출렁거리며 절반가량이나 방바닥에 쏟아진다.

“아이고 이걸 어쩌나...”

수춘이는 얼른 탁자 쪽으로 가서 약사발을 놓고 걸레를 가져다가 쏟아진 약을 닦는다.

“수춘이었구나. 휴유~”

이병아는 걸레질을 하는 수춘이를 멀뚱히 내려다보며 안도의 숨을 내쉰다.

수춘이가 일어서며 묻는다.

“마님, 왜 그렇게 놀라셨어요”

“나는 고양인 줄 알았다구”

“예? 고양이라뇨”

“아 글쎄, 누가 부른 것 같애서 눈을 떠보니 고양이가 앞에 서있지 않겠어”

“어머나, 그럼 제가 고양이처럼 보였단 말이에요”

“그렇다니까. 고양이라도 보통 고양이가 아니다, 바로 우리 관가를 물어 죽인 그놈의 백사잔가 지랄인가 하는 하얀 고양이지 뭐야.”

“어머, 별일이야. 하하하...”

어이가 없는 듯 그만 수춘이는 웃음이 나와 버린다.

이병아는 간밤의 꿈 얘기를 할까 하다가 그만둔다.
죽은 남편 화자허를 수춘이 앞에 들먹거리고 싶지가 않았던 것이다.
화자허의 눈을 속이고 자기와 서문경이 밀회를 거듭할 때 바로 수춘이가 호두나무에 등불을 달고, 서문경이 담을 넘어오면 사다리를 받쳐주고 했으니 말이다.

“약은 이따가 내가 알아서 먹을테니까 , 나가 네 볼일이나 보라구”

“예, 약이 쏟아져서 절반도 채 안 남았다구요”

“괜찮아”

수춘이가 나가자, 이병아는 다시 퀭한 두 눈을 힘없이 감아 버린다.

이병아가 기력이 허해져서 귀에 헛소리가 들리는 듯하더니, 이번에는 눈에 헛것까지 보인다는 소문은 곧 수춘이의 입을 통해서 집안에 퍼졌다.
그 소문은 오월랑의 귀에도 들어갔고, 그날 해질 녘 오래간만에 퇴청해서 곧바로 집으로 돌아온 서문경도 오월랑 으로부터 그 얘기를 들었다.
수춘이가 고양이로 보이다니, 도대체 어떻게 된 영문인가 싶어서 서문경은 저녁을 먹자 곧바로 이병아를 찾아갔다.

서문경이 찾아오자 이병아는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그러나 핑 현기증이 골을 때려서 그대로 비실 쓰러지듯 드러누웠다.

서문경은 의자를 바짝 침상 곁으로 당겨놓고 앉았다.

“여보, 당신 계속 한약을 먹고 있지?”

“예”

“그런데 왜 몸이 좋아지지 않지”

이병아는 조금 미안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가만히 서문경을 바라보기만 한다.

“얘기를 들으니 눈에 헛것이 보인다구”

“......”

“수춘이가 고양이로 보였다는 게 사실인가”

말없이 이병아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얼른 시선을 내리깐다.

“얘기를 좀 해보라구. 도대체 어떻게 된 영문인지”

그러자 이병아는 약간 곤혹스러운 듯한 기색을 떠올리며 망설이더니 도리가 없다는 듯이 입을 연다.

“어젯밤에 이상한 꿈을 꾸었지 뭐예요. 꿈에 말이죠 죽은 남편이 보이지 않겠어요”

“죽은 남편?”

“예”

“누구?”

혹시 장죽산이 아닌가 싶어 서문경은 슬그머니 표정이 굳어든다. 장죽산이라면 자기가 노화와 장승 두 불량배를 시켜 호랑이에게 물려 죽은 것처럼 꾸며서 살해한 터이니 말이다.

“화자허 말이예요”

“음 ~”

장죽산이 아니어서 조금은 마음이 놓이는듯 하나, 화자허는 친구였으니 역시 기분이 좋지가 않아서 서문경은 살짝 이맛살을 찌푸린다.

“화자허가 글쎄 우리 관가를 안고 방으로 찾아 들어오더라구요”

“그래서?”

“어디 갔다가 인제 오느냐고 물으니까 염라국에 가 있다가 온다면서 이 아기의 애비가 누구나고 묻잖아요. 관가를 내밀어 보이면서 말이에요.
얼른 대답을 못하겠더라구요. 그랬더니 눈을 흘기면서 대답을 안 해도 다 안다는 거예요.
염라국에 가면 지난 세월이 그림처럼 다 보인다나요. 그러면서 글쎄 무슨 얘기를 하는가 하면, 우리가 처음 밀회를 할 때 호두나무에 등불을 걸었잖아요.
화자허가 집에 없다는 신호로 말이에요. 그러면 당신이 담을 넘어왔다고요. 그 얘기를 하더라구요”

“음 ~ ”

“그리고 이 더러운 년 하면서 냅다 관가를 나한테 내던지고는 돌아서 나가는데 보니까 글쎄 사람이 아니라, 고양이지 뭐예요. 거창하게 큰 흰 고양이더라니까요. 화자허가...”

서문경은 몹시 기분이 언짢은 듯 그만 벌떡 의자에서 일어난다. 그리고 아무 말도 없이 성큼 성큼 방문 쪽으로 걸음을 떼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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