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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병매(金甁梅)*

금병매 (664)

작성자-미션|작성시간26.06.21|조회수31 목록 댓글 0

🎈금병매 (664) 

 

제20장 흉몽(凶夢) 5


“여보, 왜 그래요. 가시는 거예요? 얘기가 다 끝나지도 않았는데...”

이병아가 약간 당황한 듯이 말하자, 서문경은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본다. 그리고 거침없이 내뱉는다.

“당신은 기분 나쁜 여자라구. 그따위 꿈이나 꾸고...”

“어머, 꿈을 뭐 내가 꾸고 싶어서 꾸나요”

“그러니까 기분 나쁘다 그거야. 아마 당신한테 귀신이 붙은 거 같아”

“귀신이 붙다니, 그게 무슨 소리예요."

이병아는 가뜩이나 초췌한 얼굴에서 핏기가 싹 가신다.

“귀신이 붙었으니까 약을 먹어도 안 낫는 거 아냐. 화자허의 귀신이 붙었다 그거야.
화자허가 흰 고양이라면서. 그래서 우리 관가를 물어뜯어 죽인게 아니고 뭐야”

“아이구 ~”

이병아는 그만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울음을 터뜨린다.

“울기는...... 재수 없다구”

매정하게 내뱉고는 성큼성큼 서문경은 방을 나가 버린다.

이병아는 이제 서문경에게서 깨끗이 버림을 받은 것 같아 서럽게 울었다.
수춘이의 진정어린 권유가 고마워서 건강을 되찾아 서문경의 애정을 돌이켜서 다시 잉태를 해보기로 마음먹었는데, 일이 이렇게 되어 버리다니 너무나 어이가 없고 슬프기까지 했다.

그러나 그녀는 오래 울지도 못했다. 우는 것도 기력이 있어야 되는 듯 얼마 못 울어서 그만 현기증이 오고, 왼쪽 귀의 이명이 심해지는 것이었다.

서문경의 말마따나 정말 이병아에게 귀신이 붙었는지, 그날 밤도 그녀는 괴이한 꿈을 꾸었다.

산길을 이병아가 혼자서 걸어가고 있었다.
어디에 무얼 하러 가는지 그녀 자신도 잘 알 수가 없었다. 그저 사방을 두리번거리면서 걷고 있는데, 앞에 우거진 숲이 나타났다.
숲 속으로 들어서니 바람도 없는 것 같은데 낙엽이 우수수 쏟아지듯 떨어져 내렸다.

“어머 ~ 웬 낙엽이 이렇게...”

그녀는 약간 놀라면서도 감탄을 하듯 말했다. 그리고 숲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데 어디선지, “여보, 당신 어디 가는거야. 응? 나 여기 있다구”

하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난 쪽을 돌아보니, 낙엽의 무더기 속에서 웬 사내가 한 사람 부스스 일어나고 있었다.
낙엽을 털고 일어서는데 보니까, 몰골이 온통 산짐승에게라도 물어뜯긴 듯 말이 아니었다.

“어머나”

이병아는 놀라 입이 딱 벌어진다.

그 사내는 다름 아닌 죽은 남편 장죽산이었던 것이다. 얼굴이 온통 물어 뜯겨 엉망이었으나, 대뜸 그가 장죽산이라는 것을 이병아는 알아볼 수가 있었다.

“여보, 오래간만이여. 왜 이제야 왔지. 내가 당신을 얼마나 기다리고 있었다구."

장죽산은 무척 반가운 듯 물어 뜯겨 말이 아닌 얼굴에 싱그레 웃음을 떠올리며 지껄인다.

“당신이 살아 있었군요. 왕진을 나간 사람이 안 돌아와서 걱정을 하며 기다리고 있었더니 글쎄 산길에서 호랑이에게 물려 죽었다고 당신의 시체를 관원들이 집에 가져왔지 뭐예요. 그래서 장례를 지냈는데...”

“맞다구. 난 말이야 그때 죽었어. 그러나 호랑이에게 물려 죽은 것이 아니라, 개한테 물려 죽었다구. 알겠어.”

“개한테요. 산에 무슨 개가 있었죠?”

“그러니까 그게 참 희한한 일이지. 어떻게 된 일이가 하면 말이야... 자, 나를 따라와 보라구”

그러면서 장죽산은 앞장을 선다. 이병아는 다소곳이 뒤를 따른다.

숲 속을 한참 걸어가노라니 저쪽 언덕바지에 비각이 하나 나타났다. 아주 오래된 듯 지붕에는 이끼가 끼고, 잡초까지 돋아나 있었다.
그런데 비각 앞에 웬 당나귀가 한 마리 서성거리고 있었다.

그 당나귀를 보자 이병아가 약간 놀라며 먼저 입을 연다.

“어머나, 저 당나귀 우리 집에서 기르는 거 아니에요? 왕진 나갈 때 당신이 타고 다니던...”

“그렇다구. 바로 내가 타고 다니던 당나귀지...”

“그런데 우리 당나귀가 왜 저기에 있죠?”

“그날 말이야 어떤 아낙네가 자기 남편이 위독하다면서 왕진을 청해 왔었잖아. 그래서 저 당나귀를 타고 집을 나섰는데, 글쎄 그 아낙네가 나를 이곳으로 데리고 오더라구.
조금만 더 가면 자기네 동네가 있다면서 말이야.
그런데 저 비각 앞에 웬 낯선 사내 두 놈이 기다리고 있지 뭐야. 시중의 불량밴데, 그땐 누군지 알 수가 없었지.
죽고 나니까 다 알겠더라구. 그 두 놈의 이름까지 알지. 한놈은 노화고, 한 놈은 장승이지”

“어머 ~ ”

이병아는 눈이 휘둥그레지며 신기한 듯이 장죽산을 바라본다. 화자허의 경우와 너무 비슷해서 말이다.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요?”

그녀는 몹시 궁금한 듯이 묻는다.

“그 두 놈이 나를 저 비각 안으로 몰아넣었지 뭐야”

“왜요?”

“저 속에 사나운 개가 한 마리 대기하고 있더라니까. 나를 물어 죽이려고 말이야”

“어머나, 그래서 저 비각 속에서 당신이 개한테 물려 죽은 거예요?”

“글쎄 그랬다니까”

“그런데 왜 관원들이 당신의 시체를 집에 가지고 와서 호랑이한테 물려 죽었다고 했죠?"

“관원들은 확실한 걸 모르니까 그럴 수밖에. 내가 개한테 물려 죽자 그 세 연놈이 내 시체를 당나귀에 싣고 사람이 잘 다니는 저쪽 고갯길에 갖다 버린 거라구. 누가 보면 영락없이 호랑이에게 물려 죽은 시체지 뭐. 안그래?”

“어머나 어머나...”

이병아는 일이 그렇게 되었구나 하고 어이가 없는 표정이다. 장죽산은 하소연을 하듯 계속 지껄인다.

“그래 놓고서 두 놈은 산으로 해서 도망치고, 그 아낙네가 관가에 가서 고갯길에 호랑이에게 물려 죽은 듯한 시체가 있더라고 신고를 한 거라구. 알겠어?
그년이 누군가 하면 노화를 데리고 사는 계집이라구”

“세 연놈이 짰군요. 그 연놈들이 왜 당신한테 그런 끔직한 짓을 했을까요. 원한을 살만한 일이라도 있었나요?”

“내가 남한테 원한을 살 일이 뭐가 있었겠어. 의생이었는데... 돈을 받고 한 짓이라구”

“돈을 받고요. 누구한테요?"

그러자 지금까지 마치 하소연을 하듯이 늘어놓던 장죽산이 별안간 표정과 말투를 싹 바꾸어 냅다 호통을 치듯 쏘아 붙인다

 

다음회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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