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병매 (666)
제20장 흉몽(凶夢) 7
“아니야, 괜찮아, 좌우간 이상한 꿈이네.
그런 꿈을 꾸어서 오늘 아침에 손호가 마치 죽은 장죽산으로 보인 모양이지”
“그런 것 같애요”
“두 사람이 다 의생이니까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지. 기력이 허해서 그렇다구. 꿈을 가지고 너무 신경을 쓰지 말라구. 꿈은 어디까지나 꿈이잖아. 안 그래?”
오월랑은 역시 속이 깊은 여자답게 말한다.
“맞아요, 신경 안쓸 거예요”
“아직 아침을 안 먹었지?”
“예”
“입맛이 없어도 하루 세끼 식사는 꼭꼭 해야 된다구. 조금이라도 해야 기운을 차리지, 약만 가지고는 안 돼, 알겠어”
“예”
“좀 누웠다가 일어나 세수도 하고, 아침을 먹도록 하라구”
“예, 큰형님 정말 고마워요”
“고맙긴... 나는 가보겠네”
오월랑은 의자에서 일어난다. 그리고 방문 쪽으로 걸음을 떼놓다가 도로 가만히 멈추어 서서 돌아보며 묻는다.
“꿈에 장죽산을 죽인 그 두 불량배의 이름이 뭐라 그랬지”
“노화하고 장승이라 그러는 것 같았어요”
“노화하고 장승이라...”
오월랑은 중얼거리면서 방에서 나간다.
그날 밤 서문경에게 오월랑은 그 얘기를 꺼냈다.
서문경은 이제 집에 돌아오면 정실인 오월랑과 함께 잤다. 그날 밤도 그는 술에 취해가지고 삼경이 넘어서야 돌아왔는데, 오월랑은 자다가 일어나 조금도 귀찮아하는 기색이 없이 반겼다.
그전에는 갈증이 나도록 드문드문 찾아오던 낭군이 요즘은 거의 매일 밤 자기한테 와서 자니 고맙고 좋을 수밖에 없다.
그녀는 속으로 관가가 죽기를 잘했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관가가 죽은 뒤로 서문경이 이병아한테서 멀어져 자기에게 오게 되었으니 말이다.
서문경의 품에 안겨 한바탕 화끈한 호강을 하고나서 오월랑은 남편의 믿음직하게 생긴 가슴패기를 한 손으로 어루만지면서 입을 열었다.
“여보, 오늘 아침에 말이에요 이병아가 기절을 했지 뭐예요”
“왜?”
서문경은 조금도 놀라는 기색이 없이 그저 시들하게 묻는다.
“진맥을 하러 온 손호를 보고 그랬다나요”
“손호를 보고 기절을 했단 말이야?”
“예, 손호가 마치 장죽산이처럼 보이더래요”
“뭐, 장죽산이처럼 보여?”
그제야 서문경은 약간 놀라는 기색이다.
오월랑은 정사후의 재미있는 여담이라도 나누는 기분으로 얘기를 꺼낸다.
“이병아가 어젯밤에 괴상한 꿈을 꾸었나봐요.
전남편 장죽산이가 왕진을 나갔다가 산에서 호랑이에게 물린 게 아니라, 개한테 물려죽었다고 하더래요”
“개한테?”
“예”
“음-”
서문경은 표정이 슬그머니 굳어든다. 그의 팔을 베고서 옆얼굴을 보고 있는 터이라, 오월랑은 그런 표정까지 알 수는 없다. 그래서 재미삼아 예사로 지껄인다.
“산에 개가 있을 턱이 있겠어요. 늑대라면 몰라도...
웬 개냐하면 글쎄 불량배들이 데리고 간 개라지 뭐예요. 장죽산이를 죽이기 위해서...”
“........”
“어떤 비각 속에서 개에게 장죽산이를 물어죽이도록 해가지고 마치 호랑이한테 물려서 죽은 것처럼 산길에 버렸다는 거예요.
꿈에 장죽산이가 나타나 그러더래요, 글쎄...”
“그럴듯한 꿈인데...”
표정이 굳어졌던 서문경이 이번에는 싱그레 웃음을 떠올리면 중얼거린다.
“그럴듯하죠, 그런데 말이에요 그 불량배들이 돈을 받고 그랬다는 거예요”
“돈을 받아. 누구한테?”
“그게 누군가하면... 하하하...”
“오월랑은 재미있다는 듯이 웃기부터 한다.
“당신이라지 뭐예요”
“나라고? 나한테 돈을 받고 불량배들이 그랬다는 거야?”
“예”
“헛헛허...”
서문경은 능글능글하게도 껄껄 소리를 내어 웃는다. 그리고 말한다.
“그거 참 재미있는 꿈인데...
장죽산이가 아주 그럴듯하게 잘 꾸몄군..
이야기를...
안그래?”
“맞아요. 누가 들으면 혹시 싶어서 당신을 의심할 지경이지 뭐예요. 죽은 사람이 꿈에 나타나서 얘길 했으니까, 말하자면 귀신의 말이라고 할 수있잖아요”
“귀신도 거짓말을 하는 모양이지”
“하하하... 그런 모양이죠”
“그런데 말이야 이병아 그 여자 정말 귀신이 붙은 거 같더라니까”
“그래요, 또 무슨 일이 있었는데요?
“나한테는 말이야 화자허 얘기를 하더라구. 화자허가 꿈에 보이더라는 거야. 관가를 안고서 방으로 들어오더라나”
“관가를 안고서요. 화자허가 왜 관가를 안고 나타나죠, 별일이네”
“꿈이니까 그런 거지 뭐. 그런데 그 관가를 냅다 자기한테 내던지고는 돌아서 나가는데 보니가 글쎄 그게 사람이 아니라, 고양이더라지 뭐야”
“어머”
“온몸이 하얀 고양이더래. 바로 관가를 물어 죽인 그 백사잔가 지랄인가 하는 고양이더라나”
“어머나, 그래요?”
오월랑은 눈이 휘둥그레진다
다음회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