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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도덕경#

도덕경 제47장

작성자-미션|작성시간26.06.14|조회수21 목록 댓글 0


* 다음 도덕경 제47장을 읽고 ‘억지로 하지 않고도 모든 것을 이루어 줌’에 대해 생각해 봅시다.




47-1 문밖을 나가지 않고도 천하의 일을 알고,
창밖을 살펴보지 않고도 하늘의 도1)를 깨닫네.
멀리 나가면 나갈수록, 그만큼 앎은 더 적어지네.

2 그러므로 성인은 돌아다니지 않고도 알고,
보지 않고도 사물에 이름을 지어 주니,2)
억지로 하지 않고도 모든 것을 이루어 주네.


주1) 하늘의 도[天道]: 천체의 운행 원리를 비롯한 만사 만물의 근원적 이치를 말한다.

주2) 이 구절(不見而名)은 “보지 않고도 훤하며/훤히 알며[明]”라고 옮기기도 한다.(오강남) 그러나 이는 문맥상 어울리지 않는 해석으로 보인다. 마왕퇴 갑·을본 모두 이름 ‘명(名)’을 사용하고 있고, 북경대 한나라 목간본에는 목숨 ‘명(命)’이 사용되었다. “보지 않고도 이름을 짓는다.”거나 “보지 않고도 운명을 안다.” 정도로 옮길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1절a의 말은 요술쟁이나 점쟁이, 허풍쟁이처럼 눈 감고도 세상사를 다 알 수 있는 신통력을 갖추었다는 말이 아니다. 따라서 이 말이 귀납과 연역에 의한 과학적/경험적/이성적 탐구 정신을 배격하고 있다고 해석할 필요는 없다.

요컨대 진리가 외부 세계에 있는 것처럼 생각하고 외부 현상에 대한 정보만 찾는 데 온갖 신경을 다 쓰면서 돌아다니지 말라는 것이다. 이렇게 외부적인 것에만 관심을 쏟게 되면 사물의 밑바탕인 참된 근원을 간과하게 된다는 사실을 일깨우고 있다. 그러니 그런 부질없는 일을 하지 말고 조용히 앉아서 우리 내면에서 발견되는 진리의 뿌리를 붙잡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말이다.

일단 우주의 근본 법칙인 도를 꿰뚫어 보는 능력만 갖추면 그 도에 따라 움직이는 세상 문물이 어떠함은 미루어 알 수 있을 것이다. 세상의 ‘사물을 있는 그대로(things as they really are)’ 보는 통찰지를 말하는 불교 중관철학의 반야지(prajna)와 통하는 말이라 할 수 있다. 하이데거의 말을 빌리면 ‘한발 물러섬(step back)’이다.

중국 선종(禪宗)에서도 진리는 몸 밖에 있는 것이 아니고 마음에 있으므로 마음에서 구하라고 했고, 선종의 영향을 받은 신유학 중에서 특히 육구연(陸九淵: 1139~1192)과 왕수인(王守仁: 1472~1529)으로 대표되는 심학파에서도 ‘우주는 곧 내 마음이요, 내 마음이 곧 우주’임은 물론, ‘마음이 곧 이치[心卽理]’이므로 먼저 마음만 알면 자연히 우주의 이치를 다 알 수 있다고 했다. 이들은 노자의 말을 이런 식으로 받아들인 셈이다.

17세기 유럽에서는 과학적 사고의 중요성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인간의 내면세계를 등한시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에 대항해 내면세계로 우리의 관심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상가가 나오게 되었다. 대표적인 이가 파스칼, 몽테뉴, 존 던, 칸트 같은 사람이다.

최근의 에리히 프롬(Erich Fromm) 도 ‘외부 공간을 탐색하는 우주과학자(outer space astronaut)’가 아니라 ‘내부 공간을 탐구하는 우주과학자(inner space astronaut)’가 더욱 중요하다고 역설했다.”(오강남)


참고로 이 장에 대한 왕필(王弼: 226~249)이 주석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일에는 근본이 있고 사물에는 주인이 있으니, (《周易》 <계사전(繫辭傳)>에서 공자가 말한 것처럼) 길은 비록 달라도 돌아가는 곳은 같고, 생각은 비록 백 가지로 다양해도 이르는 곳은 하나이다. 도에는 커다란 원칙이 있고, 이치에는 커다란 일치점이 있다. (제14장에서) ‘옛날 (성왕이 다스리던 때의) 도를 잡아 오늘을 다스릴 수 있다.’고 했다. 비록 처한 현실은 오늘이지만 옛 시작을 알 수 있기 때문에, 문밖을 나가지 않고 창밖을 살펴보지 않아도 하늘의 도를 알 수 있다.(1절a)

무(無)는 하나에 있는데 (사람들이) 많은 것에서 그것을 찾기 때문에 (마음 밖으로 멀리 나가게 된다). 도(道)는 (제14장에서 말했듯이) ‘보려 해도 볼 수 없고, 들으려 해도 들을 수 없으며, 만지려 해도 만질 수 없으니’, 만약 이것을 알면 구태여 문밖을 나가지 않을 것이고, 만약 이것을 모르면 (문밖을) 나가 멀어질수록 더욱 미혹될 것이다.(1절b)

(성인은) 사물이 도달할 곳을 깨달았으므로, 비록 길을 돌아다니지 않아도 (천하 사람들이 무엇을 느끼고 생각하는지/필요로 하는지/원하는지) 알 수 있다. 사물의 근본을 알므로 비록 보지 않아도 옳고 그름의 이치를 (정확히 파악하여 사물의) 이름을 정할 수 있다. (성인은) 사물의 본성을 밝게 알아 그에 따를 뿐이다. 그러므로 비록 (억지로/의도적으로) 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모두 일을) 이루게 한다.(2절)”


요컨대 이 장의 내용은 “세상의 일을 알아(知), 천도를 깨닫고(見), 사물에 이름을 부여하여(名=有名, 萬物之母), 만물을 완성한다(成).”로 이해할 수 있다.


47-1 不出戶, 知天下(불출호, 지천하);
不闚牖, 見天道(불규유, 견천도)。
其出彌遠, 其知彌少(기출미원, 기지미소)。

2 是以聖人不行而知(시이성인불행이지),
不見而名(불견이명),
不為而成(불위이성)。


* 戶(호): 집; 지게문<옛날식 집에서 마루와 방 사이의 문이나 부엌의 바깥문>
* 闚(규): 엿보다(窺); 훔쳐보다; 잠깐 보다; 조사하다, 검사하다; 꾀다, 유인하다
* 牖(유): 들창<들어서 여는 창>; 남쪽으로 난 창
* 見(견): 보다, 보이다; 만나다, 대면하다; 당하다; 듣다; 알다, 깨닫다
* 彌(미): 더욱; 두루; 멀리; 그치다; 다하다; 오래다
* 名(명): 이름하다, 지칭하다, 이름 짓다; 이름나다, 훌륭하다; <훤히 알다(明)>; 운명(命)<북경대 한나라 목간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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