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음 도덕경 제48장을 읽고 ‘도를 닦음은 날마다 덜어내는 것’에 대해 생각해 봅시다.
48-1 배움을 이룸은 날마다 더하는 것,
도를 닦음은 날마다 덜어내는 것.
2 덜고 또 덜다 보면
억지로 함이 없음에 이르니,
억지로 함이 없으면 하지 못함이 없네.
3 천하를 얻으려면 무리한 일1)을 해선 안 되니,
무리하게 일을 벌이면
천하를 얻기에 부족하네.2)
주1) 여기서 ‘무리한 일[事]’이란 순리에 어긋나는 일체의 일로, 특히 정치에선 당시에 임금이 화려한 궁전을 짓기 위해 백성들의 뜻에 반해 그들을 혹독한 노역에 동원하거나, 가렴주구를 행하거나, 가혹한 형벌로 백성들의 삶을 억압하여 피폐하게 만들거나, 영토 야욕에 빠져 백성들을 전쟁에 동원해 살육을 일삼는 일 등을 말한다.
주2) 3절은 곽점 초묘죽간본(BCE 300년경)에는 없다. 따라서 이 구절은 한(漢)나라 마왕퇴 백서본의 형성기(BCE 3세기 중반~2세기 전반)에 황로학(黃老學)의 추종자가 노자의 관점에서 나라를 지배하는 지방의 군주나 왕의 행실을 교화하려고 의도적으로 삽입한 구절로 보기도 한다.
어쨌든 진(秦)나라의 법가적 폭압정치에 신음하던 백성들을 편안케 하기 위해 한(漢) 고조(高祖: BCE 247/256?~195, 재위 BCE 202~195)가 즉위 수년 전 진(秦)나라 수도 함양(咸陽)에 입성했을 때 선포한 약법3장(約法三章)을 참고해볼 만하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살인한 자는 사형에 처한다(殺人者死).
2. 사람에게 상해를 입힌 자와 도둑질을 한 자는 죄의 경중에 따라 처벌한다(傷人及盜抵罪).
3. 나머지는 모두 진나라의 법을 폐지하고 관례에 따른다(餘皆除秦法, 依約).
이로써 유방(劉邦)은 민중의 지지를 얻고 민심을 수습할 수 있게 되어, 훗날 포악하여 민심을 잃은 항우(項羽: BCE 232~202)를 물리치고 한(漢)나라를 건국할 수 있었다.
“이 장은 앞장에서와 마찬가지로 무엇보다도 우선 도를 체득하는 데 전념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상식적 의미의 배움이란 매일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익혀 ‘박학다식’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도를 닦음은 이와 반대로 매일 덜어가는 작업이다. 우리가 갖고 있는 단견, 선입견, 이분법적 사고방식, 일상적 의식을 초월해 ‘특수한 인식 능력의 활성화’를 이뤄 도를 꿰뚫어 보는 것이다.(1절)
궁극 실재인 도는 우리의 말과 생각을 초월하기 때문에, 도에 대한 개념과 생각을 하나하나 덜어나가 완전히 제거했을 때 그런 매개 개념을 통하지 않고 ‘직접’ 그에 접하게 된다.
이렇게 하나하나 덜어내 우리의 이원론적 의식에서 얻어진 모든 생각, 궁극적으로는 이원론적 의식 자체를 완전히 씻어낼 때 진정한 의미의 무지(無知), 무욕(無欲), 무위(無爲)의 경지에 이르게 되고, 이렇게 된 상태에서 일을 할 때 이뤄지지 않는 것이 하나도 없게 된다.(2절)
세상을 다스리는 지도자가 되려면 우선 이런 경지에 도달해야 할 것이고, 그러면 자연의 순리에 어긋나는 무리한 일을 하지 않게 되어(無事) 그런 사람이야말로 플라톤이 말한 ‘철학자-왕(Philosopher-King)’이 된다는 말이다.”(오강남)
“학문을 한다는 것은 세상에 관한 지식을 쌓는 것이다. 하루하루 지식이 쌓여 학문이 완성된다. 어떤 분야에 대한 지식이 두텁게 축적되면 그 분야에서 전문가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도가 통한 경지에 오르기 위해서는 지식의 축적이 아니라 지식의 폐기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더하는 단계가 아니라 덜고, 버리고, 멀리하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기존의 지식에 의존하기만 하면 사고의 질적 전환이 불가능해진다. 익숙하게 알고 있는 것에 매몰되면 혁신을 이룰 수 없다. 기존의 패러다임 안에 갇혀서 진부한 방법밖에 찾아낼 수 없기 때문이다.
혁신은 산더미처럼 쌓인 지식 그 너머로 뭔가를 볼 수 있을 때 가능해진다. 그것을 볼 수 있는 것은 통찰력이다. 통찰력은 지식의 많고 적음과 무관하게 다가온다. 도를 깨우칠 때 순간적으로 주어지는 영혼의 능력이다.”(chamnet21)
48-1 為學日益(위학일익),
為道日損(위도일손)。
2 損之又損(손지우손),
以至於無為(이지어무위)。
無為而無不為(무위이무불위)。
3 取天下常以無事(취천하상이무사),
及其有事(급기유사),
不足以取天下(부족이취천하)。
* 為(위): 하다, 행하다; 위하다; 다스리다; 되다, 이루어지다; 생각하다, 간주하다; 배우다; 만들다; 가장하다
* 取(취): 갖다, 취하다; 갖다; 의지하다; 채용하다; 이기다; 다스리다(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