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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남자] 정상으로 (22)

작성자산사랑맨|작성시간26.04.04|조회수93 목록 댓글 7

[도시의남자] 정상으로 (22)

그 날밤 이후로 박채영은 이대진과 자주 만났지만 시치미를 뚝 떼고
행동했다. 극일전자의 본사가 된 극동전자 종합기획실에 찾아와 둘이
되었을 때도 냉냉한 표정으로 업무 이야기만 하고 돌아갔다.
이대진은 처음에는 그것이 우습기도 하고 겸연쩍기도 했지만 금방 적응이
되었다. 자주 업무관계로 부딪치는 입장이어서 오히려 그런 분위기가 낫기
때문이었다.
합병이 된 지 열흘 쯤이 지났을 무렵, 이번에는 이대진이 박채영의 영업
상무실로 찾아갔을 때에도 분위기는 여전했다. 정색한 박채영이 이대진을
맞더니 물었다.
"무슨 일이죠?"
"경진전자를 계열사에서 제외시켜야 겠는데요."
"아니 왜요?"
박채영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경진전자는 일성이 운영해 온 계열사의
하나로 규모가 컸다. 그래서 일성전자 생산량의 10% 정도를 카버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대진이 탁자 위로 서류를 밀어 놓았다.
"경진전자의 임가공비가 타 공장과 비교해서 3년 동안 5%정도
높았습니다."
"어려운 제품이 투입되니까 당연하지요."
"물량이 많은 제품만 투입되니까 일정기간이 지나면 생산량은
높아집니다."
"그것만으로 경진을 제외시킬 수는 없어요."
"경진전자의 실질적인 사주는 홍정규 사장입니다."
그러자 박채영이 놀란 듯 얼굴을 굳혔다. 홍정규는 일성전자의
사장이었다가 이번에 극일전자의 사장이 된 인물인 것이다.
"그게 무슨 말예요? 경진 사장은 이재호라고 저도 아는데."
"이재호는 홍사장의 처삼촌 아들입니다. 회사에다는 철저히 비밀로 하고
있었지요."
이대진이 눈만 깜박이는 박채영을 똑바로 보았다.
"3년 동안을 결산시켜 보니까 약 30억 가까운 순이익을 올렸더군요. 물론
장부상으로는 5억 흑자로 기록해 놓았지만."
"그럴리가."
"영업 5부장과 8부장이 홍사장의 심복으로 경진을 밀어주었습니다. 그들은
경진과 홍사장과의 관계를 알고 있겠지요."
이제는 입만 꾹 다물고 있는 박채영에게 이대진이 자르듯 말했다.
"사욕부터 챙기는 경영자를 내버려 두면 안됩니다. 경진을 계열사에서
제외시키고 홍사장과 부장 두 명의 사표를 받아야겠습니다."
"회장님께 보고를 하셨겠지요?"
마침내 박채영이 그렇게 물었을 때 이대진은 머리를 저었다.
"먼저 박상무한테 온겁니다."
"아버지께 말씀 드리겠어요."
"난 극동에 있을 적에 해먹는데는 일가견이 있었지요."
소파에 등을 붙인 이대진이 조금 느슨해진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서 부장급 이하에서 리베이트를 챙기는 습성에는 약간 관대한
편입니다."
"그러시겠죠."
"리베이트가 업무에 활력을 주기도 하거든요. 부하들 통제에도 요긴하게
쓰이고."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려는 거죠?"
"숨통을 바짝 조이지는 않겠다는 말입니다. 차근차근 정리를 해가겠어요."
"그렇게 썩었나요?"
"구 일성 측이 더욱."
다시 정색한 이대진이 박채영을 보았다.
"혼자 처먹고 부하들의 원성을 받는 부서장급이 많더군요. 그런자는
1순위로 자르겠습니다."
"경험이 많으시니까."
박채영이 혼잣소리처럼 말했을 때 이대진이 풀석 웃었다.
"그런데 내 경험이 박상무한테는 통하지가 않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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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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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서리1 | 작성시간 26.04.04 즐독
  • 작성자기도수 | 작성시간 26.04.06 즐독
  • 작성자용유정 | 작성시간 26.04.14 감사합니다
  • 작성자누리사랑 | 작성시간 26.05.13 덕분에 즐감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 작성자아산hsm | 작성시간 26.07.16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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