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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1방

억새 20.11월글

작성자bighead|작성시간26.06.10|조회수2 목록 댓글 0

 

 

억새  

 

                           시 ; 도종환
 
저녁 호수의 물빛이 억새풀빛인 걸 보니
가을도 깊었습니다
가을이 깊어지면 어머니,
억새풀밖에 마음 둘 데가 없습니다
억새들도 이젠 그런 내 맘을 아는지
잔잔한 가을 햇살을 따서
하나씩 들판에 뿌리며 내 뒤를 따라오거나
고갯마루에 먼저 와 여린 손을 흔듭니다
저도 가벼운 몸 하나로 서서 함께 흔들리는
이런 저녁이면 어머니 당신 생각이 간절합니다
억새풀처럼 평생을 잔잔한 몸짓으로 사신
어머니, 올 가을 이 고개를 넘으면 이제 저는
많은 것을 내려놓고 저무는 길을 향해
걸어 내려가려 합니다
세상의 불빛과는 조금
거리를 둔 곳으로 가고자 합니다
가진 것이 많지 않고 힘이 넘치는
자리에 앉아 본 적이 없는지라
어머니를 크게 기쁘게 해드리지 못하였지만
제가 가슴 아파하는 것은
어머니의 평범한 소망을
채워드리지 못한 점입니다
험한 일 겪지 않고 마음 편하고 화목하게만
살아달라는 소망
아프지 말고 아이들 잘 키우고 남에게 엄한 소리  
듣지 말고 살면 된다는 소박한 바램
그 중 어느 하나도 들어드리지 못하였습니다
험한 길을 택해 걸었기 때문에
내가 밟은 벼룻길 자갈돌이
어머니 가슴으로 떨어지는 소리만
수없이 들어야 했습니다
내가 드린 것은 어머니를 벌판 끝에 세워놓고
억새같이 떨게 만든 세월뿐이었습니다
어머니는 점점 사위어 가는데
다시 가을은 깊어지고
바람은 하루가 다르게 차가워져
우리가 넘어야 할 산 너머엔 벌써
겨울 그림자 서성댑니다
오늘은 서쪽하늘도
억새풀밭을 이루어 하늘은
억새구름으로 가득합니다
하늘로 옮겨간 억새밭 사잇길로 어머니가
천천히 천천히 걸어가는 게 보입니다
고갯마루에 앉아 오래도록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동안
하늘에서도 억새풀이 바람에 날려 흩어집니다
반짝이며, 저무는 가을 햇살을 묻힌 채
잠깐씩 반짝이며
억새풀, 억새풀 잎들이,
------------------  

 

아주 평범한 어머니의 소망,

그 소망 하나도 제대로 들어드리지 못한

우리의 모습이 그대로 보입니다.

 아이들을 키워보니 이제야 알겠습니다.

얼마나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간절히 떨며 기도로 손을 모았는지,

황홀하고 아름다운 풍경 앞에서도

자연스럽게 무릎을 꿇고 기도하게 되는지를......
      도종환 시인님은

전교조 활동으로 좌천도 되고

암병동이나 접시꽃 당신의 시구절을 문제삼아

투옥되기도 하며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 오셨지요.

30대에 딸이 태어난지 4개월만에

암으로 부인을 보내야 했고

본인은 뇌출혈,자율신경실조증으로

투병생활을 위해

보은의 속리산 자락으로

모든걸 내려 놓고

요양차 떠나기 전

이 시를 쓴듯 합니다.

다음의 구절은 그런 시인의 마음을

표현했다고 보여집니다.

 

"어머니, 올 가을 이 고개를 넘으면 이제 저는
많은 것을 내려놓고 저무는 길을 향해
걸어 내려가려 합니다
세상의 불빛과는 조금
거리를 둔 곳으로 가고자 합니다 "

사연을 알고나면 가슴 절절한 시가 아닐수 없습니다.

해서인지 그분의 시는

마음줄을 튕기듯

절절하지요.

그러다 시인님이

정계에 발을 들여놓아서

정치인으로서는 성공했는지는 모르지만

정치를 하는동안은

붓끝이 많이 무디어 져 보입니다.

속히 속세와의 인연을 끊고

보석과 같은 시어들을 건져올려

가슴을 울리는 시를 쓰셨으면하고

소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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