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4. 27. 부활2주일 신앙교양강좌 대한성공회 대구교회 성프란시스 성당
열일곱 번째 이야기 : ‘사랑’
■ 조지 허버트의 ‘사랑’이란 제목의 시를 번역한 것이다. 천천히 읽어보고 묵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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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분의 사랑은 나를 반갑게 맞지만 내 영혼은 뒤로 물러서네. 먼지와 같이 자욱한 죄 연약한 나를 발견한 그분의 사랑은 한눈에 나를 알아보고 내가 들어서자 나에게 다가와 부드러운 목소리로 묻는다. “왜 이리 힘들게 보이느냐”고
나는 겁에 질린 목소리로 묻는다. “아무나 여기 앉아도 되는가요?” 그분은 말한다. “이 자리는 너를 위해 준비된 것이다.”나를 위해서 라고요? 저처럼 형편없고 분수도 모르는 자를 위해서 말입니다. 아, 나는 그분의 얼굴을 쳐다 볼 수도 없었네. 그분은 나의 손을 부드럽게 잡고 얼굴에 미소를 머금고 말씀하신다. “너의 눈은 내가 만든 것이니 부끄러워 말라.”
진실하신 주님, 저는 주님이 만드신 아름다운 눈을 망쳐버리고 말았네요. 저는 제 수치스런 죄에 합당한 나락으로 떨어져도 할 말이 없어요. 그분은 말씀하신다. “누가 너를 죄인이라 손가락질 하는가?” 나는 그분께 다가서서 말한다. 그러면 주님 저는 주님의 종이 되렵니다. “이라와 내가 준비한 식탁으로 오라. 이 음식을 나와 함께 나누자.“ 나는 그분과 함께 앉아 음식을 나누네. |
사랑은 말한다, 어서 오라고. 하지만 내 영혼은 더러움과 죄를 부끄러워하며 뒷걸음질 친다. 그러나 눈치 빠른 사랑은 내가 들어서려다 망설이는 것을 보고, 내게 더욱 다가와 부드럽게 묻는다. 내가 무엇이 부족해서 그러느냐고.
나는 대답했다. 저는 여기 있을 만한 손님이 못 됩니다. 사랑은 말한다. 네가 바로 그 손님이다. 저같이 매정하고 감사할 줄 모르는 사람이 말입니까? 아 사랑하는 이여, 저는 당신을 쳐다볼 수도 없습니다. 사랑은 내 손을 잡고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나 말고 누가 그 눈을 만들었는가?
그렇습니다. 주여, 그러나 저는 이미 그것을 더럽혔습니다. 저의 부끄러움에 걸맞은 곳으로 가게 해 주십시오. 사랑은 말한다. 그리고 누가 너의 멍에를 졌는지 모르겠다는 말인가? 사랑하는 이여 , 그러면 제가 섬기겠습니다. 앉으라, 사랑은 말한다. 그리고 나의 살을 맛보라. 나는 앉았다. 그리고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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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허버트(George Herbert) [1593~1633] 영국의 성공회 사제이며 형이상파(形而上派)의 시인
■ 순수하고 효과적인 시어를 선택해 쓴 것으로 유명한 주요한 형이상파 시인이다. 처베리 허버트 남작 1세이며 세속적인 형이상파 시인으로 유명한 에드워드 허버트의 동생인 그는 1610년에 신년인사로 어머니에게 2편의 소네트를 써 보냈는데, 여인의 사랑보다는 신의 사랑이 시의 주제로 더 적합하다는 취지의 이 시들은 그의 시풍과 소명의식을 미리 드러낸 것이었다.
■ 허버트는 자신의 시를 이렇게 표현했다. "그것은 하느님과 나의 영혼 사이에서 빚어진 수많은 정신적 갈등의 표현이다. 이제 나는 내 영혼을 나의 주인이신 예수의 뜻에 복종시킬 수 있게 되었고, 그분을 섬기는 가운데 완전한 자유를 얻었다."
■ 집에서 교육을 받은 뒤 웨스트민스터 스쿨과 케임브리지대학교 트리니티 칼리지에서 공부한 그는 1630년에는 성공회 사제서품을 받고 베머턴의 주임신부가 되었다. 리틀기딩 근처에 신앙공동체를 세운 니콜러스 페러와 친구가 된 그는 농촌교구일과 교회의 재건에 힘을 쏟았다. 이때 그는 많은 시를 썼는데, 임종 무렵에는 그 가운데 절반이 넘는 원고뭉치를 페러에게 보내 출판할 것인가 버릴 것인가를 결정해 달라고 부탁했다. 페러는 1633년 이 시들을 성전〈The Temple:Sacred Poems and Private Ejaculations〉이라는 제목으로 출판했다.
■ 또한 그는 •꿀은 달지만 꿀벌은 쏜다. •돈이 있으면 걱정되고 돈이 없으면 슬퍼진다. •반생이 지나서야 인생이 무엇인가를 알게 된다. •벌들은 합동하지 않고는 아무 것도 얻지 못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사랑과 기침은 감출 수 없다. •한 사람의 아버지가 백 사람의 선생보다 낫다. 등 아주 짧은 시적 표현을 많이 하였다.
※ 형이상파
17세기 영국 시단에서 활약한 J.던 일파 시인들의 총칭. S.존슨이 야유적으로 명명한 이름으로 J.던, G.허버트, H.본, A.카울리 등이 있다. 시적 구조는 지적(知的)이며 또 논리적이고 구어적(口語的) 표현을 많이 쓰고, 이미지와 비유의 대담성, 정교한 심리분석에 특색이 있다. 20세기가 되어 그리어슨에 의하여 텍스트의 편집이 있었고, T.S.엘리어트의 비평을 계기로 폭발적인 재평가를 받았으며, 현대시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다음 이야기 : 십자성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