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루아흐(설교와 묵상)

연중12주일

작성자오디모테오|작성시간26.06.21|조회수16 목록 댓글 0

연중 12주일 (마태 10:24-39)

<그리스도와 함께 살아가는 것>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말씀드립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세 번이나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 말씀을 들으면 이런 생각이 따라옵니다. ‘무엇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것일까?’ 예수님 당시의 제자들은 박해와 배척을 경험해야 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신앙 때문에 목숨을 잃은 순교자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종교의 자유 속에서 살아갑니다. 그렇다면 오늘 우리를 두렵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일 수 있습니다. 관계가 깨어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일 수도 있습니다. 미래에 대한 불안일 수도 있고, 인정받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문제를 만납니다. 그런데 우리를 괴롭히는 것은 문제 자체보다도 그 문제를 통해 건드려지는, 언제부터 들어와 자리잡고 있는지도 모르는, 두려움인 경우가 많습니다.

 

오늘 창세기의 하갈은 광야에서 모든 희망이 끊어진 사람입니다. 아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지 못해 멀리 떨어져 앉아 울던 하갈에게 하느님은 말씀하십니다. ‘두려워하지 마라(원문)’ 그리고 그의 눈을 열어 우물을 보게 하십니다. 하갈이 끝이라고 생각한 광야는 하느님을 만나는 장소가 되었습니다. 하느님은 먼저 문제를 없애 주신 것이 아니라 하갈의 눈을 열어 주셨던 것입니다.

 

우리 삶도 그렇습니다. 우리는 문제가 생기면 빨리 해결되기를 원합니다. 불편함이 생기면 없애 버리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때때로 그 문제를 통하여 우리 자신을 보여주십니다. 무엇을 놓지 못하고 있는지, 무엇이 우리 삶을 지배하고 있는지를 드러냅니다. 그래서 신앙은 단순히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이 아닙니다. 삶을 통하여 드러나는 나 자신을 하느님의 빛 안에서 바라보는 일입니다.

 

예수님께서도 오늘 복음에서 말씀하십니다. "육신은 죽여도 영혼은 죽이지 못하는 사람들을 두려워하지 마라." 예수님은 두려움이 사라질 것이라고 말씀하지 않으십니다. 오히려 두려움에 끌려다니지 않는 길을 보여 주십니다. 사람들의 시선과 평가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 삶을 붙들고 계시는 하느님을 바라보라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또 제자가 스승보다 높지 않다고 말씀하십니다. 주님께서 오해받고 거절당하셨다면 제자도 그 길을 걷게 됩니다. 또한 "사람의 원수는 자기 집안 식구들이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우리 안에도 오랫동안 함께 살아온 식구들이 있습니다. 두려움과 욕심, 상처와 집착입니다. 예수님은 그것들과 마주하게 하십니다. 그래서 복음은 우리를 편안하게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과 마주하게 하여 불편하게 만듭니다.

 

우리는 두려움이 사라지기를 원합니다. 문제가 해결되기를 원합니다. 그러나 복음은 거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예수님은 우리를 더 깊은 자리로 초대하십니다.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지 않는 사람은 내 사람이 될 자격이 없다.’

 

자기 십자가를 진다는 것은 단순히 고난을 참는 것이 아닙니다. 삶에서 일어나는 일을 통해 드러나는 나 자신을 외면하지 않는 것입니다. 내 안의 두려움과 상처, 욕망과 집착을 하느님 앞에 가져가는 것입니다. 우리는 문제를 해결하려고 애쓰지만, 주님은 때때로 그 일을 통하여 우리 안을 보여 주십니다. 그래서 자기 십자가를 진다는 것은 내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하느님과 함께 바라보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하느님께 질문해야 합니다. ‘주님, 왜 이런 일이 저에게 일어났습니까?’ ‘주님, 이 일을 통하여 무엇을 보여주시려 합니까?’ 질문한다는 것은 단순히 시험문제의 답을 찾는 것이 아닙니다. 질문은 주님을 따라가는 것입니다. 질문하며 머물고, 질문하며 기다리고, 질문하며 살아가는 가운데 우리는 조금씩 새로운 눈을 얻게 됩니다.

 

그때 비로소 우리를 붙들고 있던 두려움은 힘을 잃기 시작합니다. 예전에는 당연하다고 여겼던 삶의 방식이 흔들리고, 하느님께서 보여주시는 새로운 길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오늘 로마서에서 사도 바울로는 말합니다. ‘우리가 그리스도와 함께 죽었으니 또한 그와 함께 살 것이다.’ 신앙은 단순히 착하게 사는 것이 아닙니다. 두려움이 이끌던 옛 삶이 죽고, 하느님께서 이끄시는 새로운 삶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내가 붙들고 있던 낡은 의미가 죽고, 그 자리에 그리스도의 생명이 들어오는 것입니다.

 

교우 여러분, 신앙인은 두려움이 없는 사람이 아닙니다. 두려움 속에서도 하느님을 향해 진심으로 진리를 찾고자 질문하는 사람입니다. 광야같은 인생에서도 하느님께서 함께 계심을 믿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삶의 사건들 속에서 드러나는 자신을 외면하지 않고 그리스도와 함께 바라보는 사람입니다.

 

하갈은 광야에서 우물을 발견했습니다. 우물이 그날 갑자기 생긴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미 그곳에 있었지만 보지 못했던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그의 눈을 열어 주셨을 때 비로소 보게 된 것입니다. 우리에게도 그런 인생의 광야가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게도 보지 못하는 우물이 있습니다. 탐욕 때문에, 분노 때문에, 어리석음 때문에 보지 못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러므로 두려움 속에서도 그리스도와 함께 걸어가십시오. 그리스도와 함께 자신을 바라보십시오.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를 지십시오. 시련 속에서 우물을 발견했듯이, 우리도 삶의 광야에서 하느님의 은총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그 은총 안에서 그리스도와 함께 죽고 그리스도와 함께 살아나는 삶을 살아가시기를 기도합니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