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합격소식을 듣고 수기를 쓸지를 상당히 망설였습니다. “전기기사자격증은 엉덩이 의자에 딱 붙이고 열심히 하면 취득합니다.” 라고 말하기에는 50~60대 비전공자에게는 너무 험난한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5년 가까운 세월동안 전기공부를 하면서 느꼈던 점들을 공유하게 되면 처음 시작하시는 분들에게는 그래도 참고가 되지 않을까, 시행착오를 줄일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용기를 내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경험하고 고민했던 내용을 다 얘기할려면 책을 한권 써도 모자랄 지경이지만 그래도 2~3페이지 정도로 요약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우선 제 나이부터 말씀드리면 52년생이고 우리나이로 68세입니다. 제가 처음 전기공부를 시작하게 된 시점은 2014년 가을쯤으로 기억됩니다. 그 당시 저는 환갑을 지난 나이에 동네근처에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고 있었는데 관리실 기전반장으로부터 전기자격증을 취득하면 취업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다는 얘기를 듣고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기전반장이 한 말이 생각나는군요. 자신이 아파트에서 시설관리일을 한지가 20년이 넘었는데 경비원이 전기기사자격증을 취득한 경우는 한번도 본적이 없다. 제가 취득하게 되면 주택신문에 내주겠다고 하더군요. 물론 신문에 나기위해 전기공부를 시작하게된 것은 아닙니다. 그 당시 강남아파트에서 경비원 분신자살 사건이 있어서 경비원들의 사기도 많이 떨어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분위기 쇄신차원에서 직업전환을 생각하게 된 것이지요.
처음에는 서점에서 “쌩초보 전기”같은 종류의 서적을 구입해서 공부하다가 인터넷 무료강의로 공부를 하면서 실력을 쌓아갔습니다. 그러나 공부하는 도중 이론중심의 기사공부에 회의를 느끼고 기능사부터 시작하는 것으로 진로를 바꾸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기능사 실기시험은 작업형이라 집에서 혼자서는 준비할 수 없어 학원을 찾게 되었고 1개월동안 매일같이 학원에서 실기준비를 해야하는 일정 때문에 경비원직을 병행할 수가 없어 사직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본의아니게 “경비원 신분으로 전기기사자격증을 취득한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154에서 전기기능사 자격을 취득하고, 163때 전기산업기사 자격을 취득하게 되었습니다. 그 후 백화점에 시설관리직으로 일을 시작하게 되었고 업무파악한다고 한동안 전기공부를 못하다가 17년 하반기부터 다산교재로 공부를 시작하여 181때 기사필기를 통과하고 183에서 첫번째 실기시험을 봤는데 59점으로 실패하고 191때 77점으로 최종합격하였습니다. 사진에 첨부된 점수는 다산에 가입한 이후 거둔 성적표입니다.
이번 실기시험 볼 때는 옆자리에 손주뻘되는 학생들과 같이 시험을 보게 되었는데 마치 50년전 학창시절로 되돌아간 느낌이 들어 마냥 즐거웠습니다. 시험을 너무 즐겨서(?) 그런지 나와서 체크해보니까 몇문제 아주 단순한 실수를 했더군요. 집중력이 떨어졌던 모양입니다. 도면을 그리는데 선과 선이 만나는 부분에 점을 빠뜨리기도 하고 단상 모터를 3상으로 착각하기도 했습니다. 가채점결과 75점 정도로 예상했는데 거의 비슷 나온 것 같습니다.
필기와 실기 학습포인트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회로과목은 원장님도 언급하셨지만 전기공부에 가장 기본이 되는 과목인데 처음 시작부터가 만만하지가 않습니다. 교류의 특성상 위상차이에 따른 진,지상의 개념이 도입되는데 이것을 표시하기 위해 복소수를 적용하게 되고 크기는 당연히 벡터합성을 하게 됩니다. 이것은 역률과도 바로 연결됩니다. 그리고 Y결선과 델타결선방식에 따른 상전압과 선간전압과의 상관관계를 잘 파악해야 합니다. 특히 상전압과 선간전압을 구분하는 것은 특히 중요하지요. 게시판에서도 자주 언급되는 전선굵기 구하는 공식과 183때 신출 계산문제로 출제된 4단자정수도 상전압을 표시합니다. 이러한 부분들에 대해 제대로 개념정립이 안되어 있으면 필기는 운좋게 통과해도 실기가서 계속 고전하게 됩니다.
설비과목은 게시판을 보면 이론을 1회독 정도 하면서 용어를 익히고 과년도 문답하는 것이 대세인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여기에도 2가지의 전제조건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답만 찾지 말고 내용전체를 다 공부해야 합니다. 이것은 학창시절 선생님으로부터 많이 들어왔던 말입니다. 둘째, 자주 출제되는 숫자는 테이블화 되어있으면 테이블 전체를 외워야 합니다. 이번에 A라는 숫자가 시험에 나왔으면 다음에는 그옆에 있는 B라는 숫자가 나올 수가 있습니다.
전기를 공부하다보면 많은 공식이 등장하는데 저는 가급적 성격이 비슷한 공식끼리 그룹으로 묶어 대표되는 공식 한개만 외우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이런 방식을 이용하면 암기해야될 공식의 수를 대폭 줄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토오크를 구하는 공식이 많이 나오는데 저는 토오크를 묻는 문제가 나오면 무조건 (T=P/w)의 식에서 시작합니다.
실기에 대해서 잠깐 말씀드리겠습니다.
보통 16~18문제를 2시간 반 동안 풀어야 하는데 실제 시험장에서는 처음보는 문제를 고민하면서 풀수있는 정신적, 시간적 여유가 없습니다. 그래서 아는 문제 실수없이 쓰고 나오는 것이 중요합니다. 게시판에서 2권만 봐도 되느냐, 1, 2권 다 봐야 되는냐로 이슈가 된 적이 있는데 저의 경우 183때는 2권만 보고 시험을 봤고 191때는 1,2권 다보고 시험을 봤습니다. 제가 본 경험에 의하면, 2권만 보고도 합격할 수 있지만 1~2문제 실수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2권을 베이스로 하고 1권에만 있는 계산문제만이라도 풀어야 된다고 봅니다. 10문제가 넘지 않으리라고 보는데 하루 정도만 시간을 들여도 충분할 것으로 보입니다.
요즘 오랫동안 출제되지 않았던 과년도 계산문제가 회차마다 출제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183때 계산문제를 하나 놓쳤는데 1권에만 있는 문제였습니다. 물론 어려운 문제는 아니고 한번만 풀어보면 절대 틀릴수 없는 문제인데 처음 보면 생각할 여유가 없기 때문이지요. 191에서도 오랫동안 출제되지 않았던 계산문제가 나왔습니다.
단답 때문에 어려움을 많이 겪는데 저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단답 포켓북을 셔쓰 안주머니에 1년동안 넣고 다녔는데 사진에서도 보이는 것처럼 얼마 못가서 제본이 터져서 드릴로 구멍을 뚫고 가는철사로 매고 천테이프로
이중으로 감싸서 내구성이 좋게 만들었습니다. 포켓북은 손주들에게 물려줄 생각입니다. 제가 이 세상에 없더라도 어려운 일에 부딪힐 때 한번씩 꺼내보면 힘을 얻을 수 있겠지요. 할배가 70세가 가까운 나이에 공부하면서 얼마나 노력을 했는지…
단답을 암기의 영역으로만 접근하면 상당히 힘들어집니다. 단답 역시 이해하지 않으면 오래 기억하지 못하게 되지요. 일전에 어느 분이 이런 글을 쓰셨더군요. 영혼이 없는 암기는 바로 잊어버리게 된다고. 같은 맥락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필기시험의 경우는 이해만 해도 4개중에 답을 골라낼 수 가 있습니다. 그러나 실기시험의 경우 이해를 하더라도 기억해 내지 못하면 쓸 수가 없습니다. 이런 경우 카페 자료집에 나와있는 실기암기신공을 활용하면 효과적입니다. 저도 이번에 도움을 받았습니다. 태양광발전의 장단점을 어느 분이 올려주셔서 이렇게 외웠습니다. “태규 친자확인하자 애비야!” 올려주신 분께 감사드립니다. 물론 모든 것을 이런 식으로 외울 필요는 없습니다. 정말 잘 안외워지는 것만 골라 검색해서 그 중에 자기에게 맞는다 싶은 것만 이용하면 되는 것이지요.
50~60대 중에 처음으로 시설관리직에 종사하고자 하신다면 이런 조언을 드리고 싶습니다. 우선 전기기능사부터 취득해서 근무조건에 구애받지말고 취업부터 하시라고. 그리고 일을 하면서 전기기사 자격을 취득하라고. 2년 후에는 전기기사자격증, 5~6천만원목돈, 2000kW이하를 선임받을 수있는 경력수첩이 기다리게 된다고. 이런 것을 일거삼득이라고 하지요. 물론 전업으로 공부하시는 분보다 3배의 시간과 노력을 들일 각오를 해야합니다. 이런 조언을 드리는 이유는 기사자격증을 취득하더라도 최소 2년이상의 경력이 없으면 취업하기 힘들기 때문이지요. 작년엔가 기사자격을 취득한 어느 분은 기사자격을 감추고 취업했다는 글을 본적이 있습니다.
제가 남기고 싶은 말을 반도 못했지만 이제 그만 해야 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은 이런 말이 있지요.
"머리좋은 자는 노력하는 자를 이기지 못하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따라가지 못한다."
전기공부를 하게되면 처음에 힘은 들지만 자꾸 하다보면 중독성이 있어 재미있어집니다.
여러분 모두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나름아인슈타인 작성시간 20.04.04 존경스럽습니다 후기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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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슈퍼맨79 작성시간 20.04.20 리스펙트합니다. 대단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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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전지철 작성시간 20.05.20 정말 멋지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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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천리마 72 작성시간 20.08.02 정말 감동입니다.
잘보고 갑니다.
저도 내년이면 50대 길목에 있는데 잘 다니는 직장 그만두고 전기 쪽으로 이직 준비할 생각 입니다.
힘들겠지만, 잘 준비해서 자격증 취득과 전기관련 취업까지 해 보고 싶네요.ㅎ -
작성자정상2 작성시간 22.05.31 늦게나마 축하드립니다.
참 대단하신 분이네요.
저 또한 작은 나이가 아닌데
존경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