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은퇴한 지도 몇 해가 지났습니다.
젊은 시절에는 바쁘게 살아왔습니다. 직장 일에 쫓기고, 가정을 돌보고,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것만으로도 벅찼습니다.
그때는 나이가 든다는 것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할 여유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어느덧 이 나이가 되고 보니, 나이 든다는 것은 단순히 숫자가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히려 줄어드는 것과 늘어나는 것들이 분명히 있었습니다.
줄어드는 것들
먼저 줄어드는 것들이 있습니다.
예전 같지 않은 체력.
밤늦게까지 버티지 못하는 몸.
금방 떠오르던 이름이 생각나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젊을 때는 모든 것을 더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더 많이 이루고, 더 많이 모으고, 더 높이 올라가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살아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았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남과 비교하는 마음은 조금씩 줄어들고, 꼭 가져야 한다는 욕심도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이제는 남보다 앞서는 것보다 오늘 하루를 무사히 보내는 것이 더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늘어나는 것들
반대로 늘어나는 것도 있습니다.
추억입니다.
살아온 날들이 쌓일수록 기억 속 사람들도 함께 늘어납니다.
먼저 떠난 가족.
함께 웃고 울었던 친구.
성당에서 함께 기도했던 교우들.
지금은 곁에 없지만 문득문득 생각나는 얼굴들이 있습니다.
어쩌면 나이가 든다는 것은 사람을 잊어가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람을 가슴에 품고 살아가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감사도 늘어납니다.
젊을 때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사실은 당연한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됩니다.
아침에 눈을 뜨는 일.
두 다리로 걸을 수 있는 일.
성당에 가서 미사를 드릴 수 있는 일.
가족에게 안부 전화를 받을 수 있는 일.
그리고 누군가를 기억하며 미소 지을 수 있는 일.
그 모든 것이 감사한 선물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최근에는 제가 운영하는 유튜브와 티스토리를 통해 글과 음악을 나누며 새로운 인연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기록을 남기고 싶었을 뿐인데, 어느새 제 이야기에 공감해 주시는 분들이 생겼습니다.
살아온 시간을 글로 적고, 마음을 음악으로 나누며 또 다른 인연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은퇴 후의 삶이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옥상 화분에서 피어나는 꽃을 바라보며 문득 이런 생각을 합니다.
꽃은 피는 시기가 다르고, 열매를 맺는 시기도 다릅니다.
사람의 인생도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젊음이 지나갔다고 해서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무엇이 소중한지 알게 되는 시간이 찾아오는 것 같습니다.
마무리하며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습니다.
나이 든다는 것은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소중한지 알아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체력은 줄어들어도 추억은 늘어나고,
욕심은 줄어들어도 감사는 늘어납니다.
그리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했던 기억은 세월이 흘러도 오래 남습니다.
오늘도 그 기억들에 감사하며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평화 안에서.
요셉이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