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오늘 밤의 이 글이 예상 되는 하루였다.
매년 4월 둘째주는 시댁에서 기제사를 지낸다. 기일에 상관없이 조상님들 한 데 모아 같은 날 지내는 제사라서 기제사라고 해도 되는지는 잘 모르겠다. 암튼.
아침 일찍부터 살짝 불안감이 엄습했다. "오늘도 에코 챌린지 망할게 분명해!"
아침 설거지를 하며 병조림 옥수수를 먹고 나온 유리병과 잠시 씨름을 했다.
간밤에 물에 담가 불렸는데도 아쭈 이녀석 포장이 안 벗겨진다. 시댁에 가야해서 서 너번 더 긁어내다가 포기.
어머님에게 일회용품은 문명이 어머님께 주는 꿀물이다. 60년 가까운 살림살이 중에 어머님이 만난 일회용품들은 어머님의 고단한 집안일을 도와주는 일등공신. 남편도 아들도 며느리도 못 덜어주는 주방일을 덜어주는 그런 살가운 녀석들이다. 나는 어머님을 이해한다. 우리 어머님 같으신 분들이 애용하는 종이컵, 물티슈, 각종 일회 용기들은 보살이다. ㅠㅜ 그냥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며느리 설거지 줄여주시려고, 내가 가면 일회용품을 더 사용하시려고 하는 어머님의 마음이 진심인걸 안다. 그냥 쓰자. 대신 내가 평상시에 더 날 세워 환경을 지키겠노라! (저 이래도 되는 걸까요?)
그래도 전 부치고 남은 밀가루 반죽으로 설거지 하고, 남은 음식들 어머님이 주시는 대로 바리바리 다 싸들고 왔어요. 저 엄청난 비니루 봉다리 좀 보셔요.... ;;;
앞으로 더 잘 할게요. ㅠㅜ
이른 제사를 끝내고 돌아와서 아침에 싸우다 만 녀석과 끝장을 보았다.
단지쌤 챌린지 하신 걸 보고 나도 하나 마음 먹었다.
저 옥수수 병조림 제조 업체에 잘 벗겨지게 포장지 붙이시라고 건의를 해볼 작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