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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교수님 작품방

산으로 가는 배

작성자김병중|작성시간26.06.12|조회수3 목록 댓글 0

산으로 가는 배 / 김병중

 

 

남미와 북미의 허리를 삭둑 자른

물길 이백리로

파나마나 바위이던 땅에 운하가 생겨

배가 산을 오른다

산의 길로 8시간을 가다 쉬다

기어코 큰 바다로 나아가는데

그걸 오래 구경하다 지치고

파나마시티 햇볕이 너무 뜨거워서

야자짚으로 만든 페도라 하나를 산다

 

정장에 잘 어울리는 모자라서

조폭처럼 쓸 수 없고

운동화를 신으면 격에 맞지 않아

코끼리 삼킨 뱀 모양의 모자를 들고 걷는다

햇빛을 모자로 가리며

존에프 케네디와 알카포네

윈스턴 처칠과 찰리 채플린을 생각하며

모자도 못 쓰는 내 용기를 탓하다가

두루막에 근엄하게 중절모 쓴 아버지가 떠올라

모자를 다시 만지작인다

 

페도라 모자를 쓰면

비가 와도 우산을 쓰면 안 되고

정장은 갖춰야 하는데

거추장스런 옷은 자신이 없는 걸 어쩐다냐

장롱에서 풀이 죽어

이제 쓰나마나 한 모자가 되어버렸어도

파나마에 다시 가고 싶은 건

모자보다 배가 산으로 오르는 기적을

또 보고 싶어도

페도라 쓰고 자신있게 대로를 걸어갈

소박한 용기가 없고

파나마 외딴섬 등대지기로 일할 자신이 없어

잠실로 나아가 태극기를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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