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네의 그림 앞에서 / 김병중
모네가 그린 세관원들의 오두막집 오후
그 그림 앞에 다가서서
톱니같은 남해 서해안 곳곳에 있던
오두막집과 세관원들을 생각한다
빛 좋은 오후의 바다라고 빛깔이 같거나
깊이가 같지 않으니
저마다 부르는 포구 이름도 다르다
파도 붓질에 꽃으로 피거나
병풍을 두르거나 절벽을 만드는 해안에서는
소금 바람에 눈을 뜰 줄 알면
갈매기 울음이 구슬피 들리지 않는다
서해 대천과 장항과 법성포 감시서는
노을이 먼저 수를 놓고
남해 완도 나로도 노화도와 매물도 감시서는
통성명 없이도 가까운 벗이 되며
제주의 한림과 서귀포와 성산포 감시서는
가릴 수 없는 일출 일몰이 있어
등대가 없어도 만선의 깃발을 보는데
세관원들은 독수리 눈초리로
호시탐탐 무엇을 찾았을까
바다새는 독수리를 피해 먹이를 구하고
똑딱선은 가늘게 파도를 끌며
가마우지처럼 신출귀몰하게 감시선을 피하여
세관원들의 오두막집 오후에는
사람보다 파도가 끊임없이 시선을 흔들었으리
너희는 돌고래같이 지혜롭고
무인도 갈매기처럼 순결하라 해도
그 바다를 붓으로 그려내면 오후가 빛나지만
눈으로 바라보면 수평선만 보는
아, 지울 수 없는 수평선은 경계가 아닌 자유
파도는 부서져도 꽃으로 오면서
세관원들은 꽃밭을 지키는 파도지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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