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집 딸 / 김병중
붉은 벽돌집으로 지어진 우체국
그 건물 옆 관사에 사는
우체국 집 외동딸은
유난히 얼굴이 희고
머리칼이 제비 날개처럼 빛났다
우체부의 자전거와 배달 가방을 보면
괜스레 마음이 설레도
먼발치에서라도 그녀 얼굴을 보면
죄 지은듯 마음이 콩닥거렸다
밤새워가며 써 놓은 편지를 부치지 못한 건
호랑이 아버지가 보는 날엔
매질 아닌 태질할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지
올 리도 없는 편지를 기다리며
마른하늘 비를 기다리는 것과 같아도
우체부가 온다는 건
기분 좋은 설렘이라서
소인 찍힌 우표를 꼼꼼히 오래도록 모았는데
그러다 그녀가 더 이상 보이지 않아
밤새워 편지 쓸 일 사라진 쓸쓸한 고을에
그래도 하루 한번은 배달부가 다녀갔다
장정이 되어 논산훈련소 입대를 하고
이십 주의 힘든 훈련을 받을 때
매주 마다 한 편씩 명시를 적어 보내준
발신인도 모르는 엽서를 읽으며
빛바랜 기억 속의 긴 머리 소녀를 생각했지
첫 휴가 나오던 날
붉은 벽돌집이 사라진 곳과 마주한 원다실
조용필의 고추잠자리는
엄마야 왜 자꾸만 보고싶지
왜 자꾸만 기다리지 노래가 흘러나오고
찻잔 속에 그 소녀 얼굴이 얼비치며
거기서 붉은 벽돌집 한 채와 그녀를 만나
그리움 뱅뱅 고추잠자리로 날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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