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 속의 두 방 / 나희덕
나를 좀 지워주렴.
거리를 향해 창을 열고
안개를 방안으로 불러들였다
안개는 창을 넘는 순간 증발해버렸다
나를 좀 지워주렴.
짙은 안개를 들이키고도
사물들은 여전히 건조한 눈을 비비고 있었다
나를 좀 채워주렴.
바다를 향해 열린 창으로
안개가 밀물처럼 스며들었다
안개는 창을 넘는 순간 몸 속으로 흘러들었다
나를 좀 채워주렴.
의자가 젖고 거울이 젖고
사물들은 어느새 안개의 일부가 되었다
심장 속에 나란히 붙은 두 방은
서로를 깨우지 않으려고 조심스럽게 움직인다
두 방을 오가는 것은
소리 없이 출렁거리는 안개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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