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소화 아씨, 시집 가는 날/윤소영
오후 두 시
능소화가 담장 위에서 터진다
주황의 마음 하나
내 안에서 흔들리다
조용히 웃는다
아씨는 손안의 화면으로
떠날 길을 읽는다
경축보다
조용한 걸음이 어울리는 날
식어가는 커피 옆
능소화 향이 어깨를 두드린다
묶여 있던 기억들이
하나 둘 꺼내놓는다
문장들은 줄어들고
지워진 자리에
꽃잎 몇 장이 앉아 소근거린다
능소화는 더 높이 올라
담장 너머 하늘을 짚고
아씨는 그 기척을 따라
소맷자락을 끌어올린 채
버스에 오른다
창밖의 늦은 거리
아직도 봉우리들을 매단 채
흐른다
시집 가는 날
아씨의 마음이 열릴 때
내 안의 가장 깊은 분홍빛
조용히 깜박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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