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꽃이 피던 곳/윤소영
그날 밤, 꽃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피었다
하얗게 번지는 향기로 먼저 나를 불러
나는 어둠을 더듬어 그대에게 갔다
말없이도 알 수 있는 것이 있어
서로의 숨이 닿는 자리마다
이름 없는 떨림이 맺히고
밤꽃은 눈을 감은 채 가장 환하게 피어
우리의 시간을 감싸 안았다
보이지 않는 것이 더 깊이 남는다는 걸
그 향기로 배웠다
이윽고 바람이 스쳐 지나가면
흩어지는 것은 꽃이 아니라
서로의 마음이라는 것을
그래서 우리는 끝내
잡을 수 없는 향기처럼
서로를 기억한다
어둠 속에서도
분명히 피어 있었던
한밤의 사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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