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고망원(登高望遠)
글/김철
새벽 안개 걷히는 산길 따라
묵묵히 한 걸음씩 오르다 보니,
어느새 구름은 발아래 머물고
하늘은 손에 닿을 듯 가까워졌네.
굽이진 능선 너머로
아득한 세월이 펼쳐지고,
지나온 날들의 웃음과 눈물이
산그림자처럼 길게 누워 있다.
바람은 아무 말 없건만
내 마음의 사연을 아는 듯하고,
흘러가는 구름은
잊고 지낸 추억을 실어 나른다.
멀리 보인다는 것은
먼 풍경을 보는 일이 아니라,
가까운 욕심을 내려놓고
삶을 조금 더 넓게 바라보는 일.
정상에 서니 세상이 작아진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이 넓어진 것이었네.
산 아래에서는 보이지 않던 길도
높은 곳에서는 하나로 이어져 있고,
인연도, 그리움도, 아픔도
모두 삶이라는 능선 위에 놓여 있구나.
저 멀리 산 너머로 저무는 햇살은
오늘의 수고를 따뜻하게 감싸고,
붉게 물든 하늘 한 자락은
가슴 깊은 곳에 오래 남을 위로가 된다.
이 순간,
나는 산을 오른 것이 아니라
산이 내 마음을 한 뼘 더 높여 주었음을,
멀리 펼쳐진 저 풍경 속에서
조용히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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