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달의 좋은 동시 [총 10편] | |||
| 한국동시문학회 | 2026년 06월 | ||
| 선정위원장 | 이시향 | 선정위원 | 강지인, 문성란, 박승우 |
1.
그러면서 큰다 _ 김 솜
아무리 꽁꽁 묶어도
풀릴 때가 있지
신발 끈도
단단한 결심도
걷다 보면
나도 모르게 풀려서
끈 밟고 넘어질 때가 있지
그럴 땐
무릎 꿇고
다시 묶어야 하지
서서는 못 묶지
_『바람 먹기 좋은 날』, 2026. 2_《블랙》, 2025년 147호
2.
섬 _ 김영철
답답한 게 싫다고
시험 같은 게 싫다고
달리는 차 안에서
뛰어내린 까만 비닐
이야호! 완전 자유다
환호성을 지른다.
발이 땅에 닿지 않아
주위를 둘러보니
가로수 나뭇가지에
대롱대롱 걸렸다.
오지도 가지도 못하는
외딴섬이 되었다.
- 《아동문학평론》, 2025년 가을호
3.
새싹 회의 _ 김옥순
-누가 먼저 나갈래?
땅속에서 의논하다가
봄비 오는 날
-우리 손잡고 한꺼번에 나가자
고개 내민 새싹들
모두가 일등
- 동시집 『물방울 번지점프』, 아동문예, 2025
4.
꽃과 나비 _ 문삼석
어디선가 날아올 나비를 기다리며
꽃은 살포시 꽃잎을 열고,
어딘가에 피어 있을 꽃을 찾아
나비는 신나게 날개를 팔랑이고,
팔랑이며 달려올 나비 생각에
꽃은 마음이 설레고,
꽃잎 열고 기다릴 꽃 생각에
나비는 가슴이 두근거리고…
- 《문학춘추》, 2026년 봄호
5.
치타와 가젤 _ 박태현
저 가젤을 잡아야지
내 새끼가 굶고 있어
잡히면 안 돼
내 새끼가 기다리고 있어
내 새끼를 위해서
내 가족을 위해서
잡아야 한다고
잡히면 안 된다고
퇴근하는 아빤
어떤 날은 치타처럼
어떤 날은 가젤처럼
문 앞에서 흔들렸다
나는 그럴수록
꼬리를 더 세게
흔들었다
- 《동시먹는달팽이》, 2026년 봄호
6.
국어사전 _ 신현배
시가 풀리지 않을 땐
국어사전 뒤적뒤적.
잠든 낱말 깨우며
밤새 시를 쓰는 아빠.
그런 때, 국어사전은
덩달아 잠 못 들어요.
수십 년 묵은 손때를
몸에 묻히고 살아도.
숱한 낱말 내주어
시를 빛내 주었다며
오늘은 국어사전이
어깨가 가뿐한 듯.
- 동시조집 『하늘빛 날갯짓』 가꿈, 2026년 4월
7.
호박밭 발전소 _ 조영수
잎이
태양열로 만든 전기와
뿌리가
땅속열로 만든 전기가
넝쿨에서
파팟 마주쳤다
딸깍,
호박꽃등 노랗게 켜졌다.
- 《동시발전소》 2025년 겨울호
8.
블랙홀 _ 윤겨울
요즘의 나는
빛의 속도로 게임에
빠져들고 있다
어떤 때는 밥 먹으라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아
엄마에게 혼이 나기도 했다
애인이 따로 없다
여자 친구라면 죽고 못 사는
우리 형처럼
잘못하면
걷잡을 수 없겠다 싶어
반성도 해 보지만, 그때뿐
좀체 헤어나질 못하고 있다
-동시집 『별이 빛나는 밤』 (고래책빵, 2026년 04월)
9.
곶감 _ 이영애
껍질 깎이고
처마 밑에
줄줄이 매달린 감
햇빛과 놀면서
바람과 놀면서
주글
쪼글
희고
달달한
주름 옷을
사 입었다
- 동시집 『탬버린 새』 (2024, 초록달팽이)
10.
웃는 엘리베이터 _ 하 빈
“우리 애가 쿵쾅거려
미안해요.”
“괜찮아요,
애들은 다 그렇죠.”
‘미안해요.’란 말은
내려오고
‘괜찮아요.’란 말은
올라간다.
따뜻한 말 실어 나르는
우리 아파트 엘리베이터
털 털 털
맨날 웃어요.
_《아동문예》 창간50주년 앤솔러지 『퐁당 동시 퐁당 동화』_2026년 5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