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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미래까지 갉아먹나” 역풍 거세지는 R&D 예산 삭감

작성자돌체 콜드브루|작성시간23.10.27|조회수254 목록 댓글 2

현직 연구원 98% “ 바람직하지 않아”
10명 중 8명은 “연구 현장에 카르텔 없어”
기후변화 대응·국가안보 경쟁력 실추 우려
야당 대표 “전 세계가 비웃을 무지한 행동”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8월 2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부 연구·개발(R&D) 제도 혁신방안과 '2024년 국가연구개발사업 예산 배분·조정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23.8.22 연합뉴스



정부가 내년도 연구개발(R&D) 예산을 대폭 삭감한 것에 대한 역풍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과학기술 분야를 넘어 국가보안과 환경, 농업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우려와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회 국정감사에서 R&D 예산 삭감이 초래할 문제점이 연이어 제기되고 여당 내에서도 R&D 예산안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정부는 내년도 R&D 예산을 올해 31조1000억 원에서 25조9000억 원으로 16.6% 줄이는 방안을 발표했다. 나눠먹기식 R&D 지출 관행을 타파하고 연구 현장에 만연한 카르텔을 깨겠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하지만 국민 여론은 미래 성장동력을 훼손하는 잘못된 정책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역대 정부에서 R&D 예산을 삭감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

연구 현장은 격앙된 분위기다. 현직 연구원의 98% 이상이 R&D 예산 삭감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답할 정도다. 24일 정부출연연구기관 단체와 노조 등 9개 조직으로 구성된 국가 과학기술 바로 세우기 과학기술계연대회의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이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R&D 예산 삭감이 ‘매우 바람직하지 않다’는 응답이 91.9%로 압도적이었다. 바람직하지 않은 편이라고 답한 6.3%까지 합치면 거의 모든 연구원이 R&D 예산 삭감에 반감을 가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설문에는 교수와 연구원, 박사후연구원, 대학원생 등 2887명이 참여했다.

예산 삭감의 가장 큰 문제로 응답자의 24.1%가 R&D 카르텔에 대한 정부의 설명 부족을 꼽았다. 불투명한 의사결정 구조(18.7%)와 준비가 부족한 과학기술 정책 방향(17.1%), 연구 현장의 소리 미반영(16.7%) 문제를 지적한 연구원도 적지 않았다. R&D 예산 삭감의 부작용으로 39.7%가 국가 과학기술 경쟁력 약화를 꼽았다. 현장 연구원의 사기 저하(26.9%)와 연구인력 해외 유출 심화(13.8%), 대학 이공계 기피 현상(13.1%)이 뒤를 이었다. 연구 현장에 카르텔이 있냐는 질문에는 10명 중 8명 이상이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정권에 따라 R&D 정책을 바꾸지 못하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응답도 34%나 됐다.

과학기술계의 다른 설문조사도 결과가 비슷하다. 국내 최대 생물학 연구자 모임인 생물학연구정보센터가 과학기술 관련 종사자와 이공계 학생 285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97.9%가 예산이 삭감되면 내년 연구 수행에 차질이 발생할 것이라고 답했다. 연구실 인력의 축소를 고려하고 있다는 응답도 90%에 달했다. 대학원생 응답자 중 91%는 학위를 위한 연구에 지장이 있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한국분자·세포생물학회의 조사에서도 98.8%가 R&D 예산 삭감이 기초연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응답했다.

연구개발 (R&D) 예산 추이



국회 국감장에서는 R&D 예산 삭감에 따른 여러 문제점이 제기됐다. 24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고민정 민주당 의원은 국가보안기술연구소로부터 받은 자료를 근거로 제시하며 내년도 국가 사이버 보안 기술 관련 R&D 사업 예산이 387억2600만 원으로 지난해 대비 29%(156억1000만 원) 삭감됐다고 밝혔다. 고 의원은 “윤석열 정부는 국가 사이버안보 대응 역량 강화를 11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채택했고 얼마 전 미국 정보기관의 용산 대통령실 도·감청 의혹이 터졌다"며 "그런데도 관련 R&D 예산을 삭감한 것은 국가안보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이원택 민주당 의원은 “내년도 농업 분야 R&D 예산이 올해보다 23.6%(2848억 원)나 줄었다”며 “농업의 스마트·디지털화를 위해 매년 증액해야 하는 예산을 큰 폭으로 삭감한 것은 미래 농업을 포기하겠다는 선언과 다름 없다”고 질타했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이동주 민주당 의원은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의 재생에너지와 탄소중립 부문 핵심기술 R&D 예산을 13.5% 삭감한 것을 거론하며 “기후변화 위기 대응 능력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이수진 민주당 의원은 기후 대응 기금의 탄소 포집 관련 R&D 예산이 30% 줄어든 이유를 따졌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23일 당무 복귀 후 처음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의 R&D 예산 삭감에 대해 “전 세계가 비웃을 무지한 행동”이라며 예산안을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판 여론에 거세자 국민의힘도 꼬리를 내리는 모양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여당 간사인 송언석 의원은 24일 국정감사 대책 회의에서 과학 기술계와 야당에서 증액을 요구하는 R&D 사업 예산에 대해  "여야 간 협의를 통해 정부 동의를 얻어서 필요한 사업에 대한 예산 확보를 위해서는 우리 당도 뒤처지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R&D 예산 삭감을 주도한 기획재정부는 고집을 굽히지 않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9일 국감에서 “R&D 예산이라고 성역은 아니다”고 말했다.

장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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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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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Designercity | 작성시간 23.10.27 이 중 3조가 일본 핵패수 대응 비용으로 쓰이죠. 자국 미래를 담보로 남의 사정 봐주는 그야말로 코미디.
  • 작성자마이산 | 작성시간 23.10.30 나라 거덜나는 소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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