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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느림보 학교의 길- 사단법인 설립취지문

작성자느림보학교|작성시간16.03.08|조회수316 목록 댓글 0

지난 3월 5일,

사단법인 창립을 위한 발기인(창립)총회가 있었습니다.

 

다음은 사단법인 느림보 학교의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설립취지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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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보학교의 길

 

인간은 누구나 그 자체로 소중하며 존중받아야 할 존재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건강한 환경에서 자신의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는 행복을 누릴 수 있어야 합니다. 이 행복 추구의 권리는 모든 사람에게 예외 없이 주어진 것이며, 어떤 상황에서도 유예될 수 없는 인간의 기본적 권리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교육 현실에서는 이 행복 추구권이 이미 오래 전에 사라졌습니다. 무한 경쟁의 구렁텅이에서 모든 것을 포기하고 공부만 해야 하는 학생에게 고등학교 졸업까지의 기간은 인생의 가장 힘든 시기입니다. 어려운 상황에 놓인 자식을 바라보는 학부모는 자녀에게 별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의 행복추구권을 "어쩔 수 없이" 자발적으로 포기할 뿐 아니라 심지어는 자신의 자녀를 더 극심한 경쟁 체계 속으로 밀어 넣기도 합니다. 공부에 관심이 없는 학생과 학원에서 이미 다 배운 학생을 교실에서 마주해야 하는 교사는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의심하고 학교의 존재 이유를 의심해야 하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됐습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학생과 학부모와 교사 모두에게 교육은 즐거움이 아니라 고통입니다. 학생과 부모의 행복 추구권은 담보되지 않은 먼 미래를 위해 철저하게 포기될 수밖에 없으며, 교사로서의 자긍심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게 됩니다. 학생을 일류 대학에 입학시켜야 한다는 단 하나의 이유 때문에 학생과 학부모와 교사 모두가 이 암담한 현실을 감내하고 있을 뿐입니다. 교육은 그 어디에도 양보할 수 없는 교육 본연의 가치를 추구해야함에도 불구하고, 교육 본연의 가치가 결코 될 수 없는 대학 진학이 고등학교까지 시행되는 전 교육의 목표가 된 것이 우리의 교육 현실입니다.

 

이 왜곡된 교육 현실을 바로 잡고 잃어버린 교육 본연의 가치를 추구하고자 하는 교육공동체가 우리 느림보학교입니다. 이것은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가장 어려운 문제이기에 우리가 감당하기 벅찬 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이것은 우리가 우리 세대에서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라는 것도 또한 알기 때문에 우리는 결코 교육문제를 외면할 수 없습니다. 분배나 사회 보상 체계 등 사회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교육문제만 해결한다는 것이 지극히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교육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또한 알기 때문에 우리는 결코 교육문제를 외면할 수 없습니다. 교육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일이 다음 세대와 우리 자신을 위해 우리가 오늘 해야 할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문제라는 우리의 공통된 인식이 오늘 우리를 이 자리에 모이게 했습니다.

 

우리 느림보학교는 교육을 통해 이전 시대가 이룩한 문명의 자양분을 후대에 전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문명을 창출할 수 있는 주역을 길러낼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배워야하는 교육을 지양하고, 교육을 통해 체계적으로 생각하고 기본적 원리를 탐구하는 성찰의 기회가 제공되기를 희망합니다.

우리는 언어와 인문학 교육을 통해 풍요로운 삶의 지평을 확보하고, 수학과 논리 교육을 통해 체계적인 사고가 가능하며, 과학교육을 통해 우주와 생명과 현대문명을 이해하고, 예술문화교육을 통해 삶을 윤택하게 하며, 체육교육을 통해 건강한 삶을 추구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우리는 충실한 사회/역사 교육을 통해 역사의식과 공동체 의식을 지니는 한국의 민주시민이면서 동시에 합리적으로 사고하며 협동하는 세계 시민을 길러낼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우리는 성적에 의한 서열화를 통해 단 한 사람만이 그것도 잠시만 행복한 교육을 지양하고, 교육을 통해 협력과 이해와 배려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실천하는 지혜롭고 따듯한 민주시민을 양성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우리는 교육을 통해 우리의 아이들이 자신의 성적과 상관없이 자신이 존귀한 존재임을 스스로 자각할 수 있는 교육환경을 희망합니다.

우리는 대입 전형의 성공적인 통과를 목표로 한 교육이 아니라, 개개인의 다양한 재능과 잠재력을 계발함으로써 교육을 통해 개인의 행복 추구와 자아실현의 권리를 되찾고 새로운 환경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우리는 미래의 성과물을 위해 현재의 모든 것을 희생시키는 고통스러운 과정이 아니라, 매 순간 즐거움을 느끼고 행복을 추구할 수 있어 평생 지속할 수 있는 교육을 지향합니다. 공부가 평생 할 수 있는 즐거움이라는 것을 자각함으로써, 우리 학부모는 공부하는 학생의 부모이기 전에 먼저 그 스스로 공부하는 부모가 되기를 지향합니다.

우리는 피폐화된 교육 현실 속에서 고통 받고 있는 학부모와 아픔을 같이 나누면서 대안을 모색하는 노력을 계속해 나가고자 합니다.

우리는 학부모가 변함으로써 교육환경을 변화시키고, 교육환경을 변화시킴으로써 사회 환경을 변화시킬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고 했듯이, 아이와 부모와 선생님이 손을 잡고 작은 변화라도 소중히 여기면서 아이는 행복하고 교사는 보람 있고 부모는 신뢰하는 교육공동체를 이루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가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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