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를 떠나며 드리는 작별인사

작성자leastory|작성시간15.01.16|조회수4,953 목록 댓글 68

(작별인사를 이곳에 남기는게 좋을지 개인 블로그에 남기는게 좋을지 고민하다 트윗으로 이곳을 찾은 분이 많기에 이곳에 남기기로 한 것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느림보학교는 이념에서 벗어나 아이들의 행복을 꿈꾸는 곳이라 진보진영을 떠난다는 제 인사가 의미가 있을 것 같기도 하고요.)

 

초딩시절 저의 좌우명은 “이상은 높게 행동은 낮게”였습니다. 2살 위 언니의 좌우명이기도 했는데 “자기보다 어려운 사람에게 잘해주라”는 설명이 멋있어  따라 한 것입니다.

 

중학생 때에는 “강자에게 강하게 약자에게 약하게”로 좌우명을 바꿨습니다. 약자를 배려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어렸을 때는 대부분 찢어지게 가난했습니다. 저는 부모의 사랑이 뭔지도 모르고 자랄만큼 불우했기에 약자에 대한 연민과 정의감이 누구보다 강했던 것 같습니다.

 

그 후 지금까지 제 좌우명은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항상 약자의 편에 섰고 나에게는 엄격했지만 타인에게는 너그러웠습니다. 일부는 제가 미국유학을 다녀왔고 이대교수니 갑이란 사실만으로 저를 비난하기도 하는데 우리 부부는 장학금으로 공부했고 유학시절에도 한국에 있는 가족의 생활비까지 책임졌습니다. 가족의 계속된 사업실패로 아직도 빚더미에서 완전히 헤어나지 못한 상태지만 가난한 유학시절에도 우리보다 어려운 사람과 매달 조교장학금을 나누는 걸 당연하게 생각했습니다.

 

우리말은 대표적인 고맥락언어입니다. 즉, 발언만으로는 어떤 의도인지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에 듣는 자가 맥락에 따라 해석함으로써 제대로 의미를 갖게 됩니다. 같은 말도 180도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는 의미입니다.

 

그간 저는 트윗에서 단 한 번도 약자를 비난한 적이 없습니다. 막말하고 의도적으로 시비를 거는 사람에게조차 예의를 갖춰 소통할만큼 상대의 인격을 존중해왔습니다. 항상 약자의 편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떤 분이 제 트윗을 약자를 비난하는 것으로 해석해 당황했습니다. 그러나 그 트윗을 지우지 않았습니다. 내가 살아온 삶이 있으니 맥락을 보고 해석하지 않을까 하는 자신감도 있었고 오히려 논란이 되면 내가 중요하게 생각한 약자의 인권과 방어권을 언론이 다뤄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갑질모녀는 사라지고 백화점 사건의 주인공이 저로 탈바꿈되었습니다. 놀라운 진보언론의 의제설정 능력입니다. 네티즌들이 제게 하고 싶은 말은 제 말이 틀렸다는 게 아니라 문제해결을 말하기 전에 약자를 위로하고 공감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도 그 지적에 공감했기에 여러 번 사과했고 트친들도 대체로 양해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진보언론은 여전히 제 사과와 해명을 감추고 제 의도를 왜곡해서 비난합니다. 이런 걸 없는 허수아비를 만들어놓고 때리는 “허수아비때리기”라고 합니다. 참여정부 때 참 많이 보아온 광경입니다. 그들이 하고 싶은 말은 제가 참여정부 사람이었고 참여정부가 알바 문제에 대해 원죄가 있다는 것입니다. 21세기 정보화시대에 20세기에 이미 유물이 된 계급론으로 제가 틀렸다고 주장하는 글을 홈페이지 톱으로 한 나절 걸어둔 한겨레신문의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새누리당 김무성대표의 “알바는 좋은 경험”이라는 발언에 대한 기사는 발언전문을 붙여 친절한 해명을 하고 제 발언은 왜곡해 비판칼럼을 쓴 경향신문도 마찬가지입니다.
 
참여정부 책임론과 제가 참여정부를 대표하는 사람인 듯 무릎을 꿇으라는 수 많은 요구를 묵묵히 견디며 트윗을 계속한 이유는 해명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내가 이렇게 당하면 분노의 마음이 풀려 연대가 가능할까 하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정부에 1년 있었던 제가 모든 걸 책임지겠다며 사과도 여러 번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노력이 무망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저에 대한 진보언론의 왜곡보도에 대한 저항으로 트윗을 떠나고자 합니다. 앞으로 진보진영의 일원이 되는 것조차 거부합니다.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둔 예민한 시기에 참여정부, 문재인까지 소환하는 그들의 정파적 의도를 전혀 모르고 연신 사과를 했기에 진보언론에 대한 실망감이 더욱 큽니다.

 

떠나기 전 비정규직 참여정부 책임론을 제안했던 한겨레 기자에게 토론을 제안했었습니다. 제 전문분야가 아니라 토론을 외면해왔는데 한 트친에게 다음에 토론하겠다는 약속이 마음의 빚이 되어서입니다.

 

그의 글을 검색해보니 새누리당이 제안한 장그래법에 대해 한 마디 발언도 없더군요. 제 검색실력이 좋지 않기 때문인지 장그래법이 참여정부의 비정규직보호법을 개선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인지요. 심지어 ‘비정규직보호법’을 ‘비정규직법’이라 부르며 이 법이 참여정부 말기에 비정규직을 양산했다고 주장합니다. 기자는 IMF의 강권에 의해 김대중정부가 1998년 5월에 통과시킨 노동법과 혼동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요? 결국 그 기자는 왜 지난 대선 <문재인이 이긴다>라는 책을 썼냐고 저를 힐난합니다. 어떤 책을 쓴게 비난의 대상이 되나요? 그 기자는 지난 대선 <안철수 밀어서 잠금해제>란 책을 썼더군요.

 

안철수 지지자들이 저에게 갖는 반감 이해합니다. 지난 대선 문재인이 안철수보다 본선 경쟁력이 높다고 주장한 건 안철수 지지자들의 배경을 볼 때 정치적으로 성공하기 어렵다는 경험적 분석결과 때문이지 노무현과는 무관합니다. 하지만 안철수의원이 민주당과 하나가 된 지금 그를 비토할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다음 대선에서는 노무현을 비토했던 사람들이 지지하는 후보가 당선되길 바랍니다. 골고루 권력을 경험해봐야 책임감도 생기고 무책임한 비난에서 벗어나 진보진영도 비로소 연대의 기초를 갖추게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들이 지지하는 대통령이 성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킬 각오입니다. 늘 정파의 이익보다 공동체의 이익을 앞에 두었던 대통령을 모신 참모로서는 이렇게 생각하는 게 당연합니다. 진보진영이 원한에 사로잡힐 시간에 실력을 키워 국민의 지지를 받기 바랍니다.

 

저는 누구보다 진보적인 사람입니다. 하지만 진보지식인으로 불리는 걸 거부했었습니다. 1980년대 노동운동과 민주화운동을 지지했던 수많은 화이트칼라 중산층이 민주화이후 진보진영과 거리를 두게 된 것은 그들이 보수적이기 때문이 아닙니다. 그들은 여전히 우리사회에서 가장 진보적인 사람들입니다. 다만 진보진영이 전혀 진보적이지 않아 외면당한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의 인권보다 집단을 우선시하는 집단주의 문화, 2억을 주면 무슨 짓이든 하겠다는 배금주의가 보수주의와 하나도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그렇게 알바생을 위하는 진보언론이 이런 사건의 재발방지를 위해 갑질모녀를 처벌하고 백화점에 책임을 묻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알고 싶습니다.

 

노무현대통령은 언론의 마타도어에도 불구하고 국민들로부터 가장 존경받는 대통령으로 뽑힙니다. 노대통령이 물질주의의 상징 박정희대통령을 앞서는 이유는 국민의 가치관도 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민에게 가장 겸손했던 권력, 참여정부의 일원이었던 게 자랑스럽습니다.

 

일반 국민들이 새누리당 정부 7년의 엄혹한 시절을 보내고도 아직도 가장 훌륭했던 대통령을 용서하지 못하고 싸우는 진보진영을 보면 표주고 싶지 않을 것 같습니다. 국민이 부도덕하고 무능한 보수진영에 표를 주는 건 그들이 좋아서가 아니라 진보진영을 신뢰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노무현대통령은 많은 반성과 성찰을 남기고 돌아가셨습니다. 이제는 진보진영이 왜 대다수 국민에게 외면받는지 성찰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진보진영이 정말 진보적이 돼서 나도 진보진영의 일원임을 자랑스럽게 여기게 될 날이 오기를 바라며 현재의 과거회귀적인 진보진영을 떠납니다.

 

그 동안 저를 지키느라 애쓰신 트친님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건강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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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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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고양이 | 작성시간 15.01.22 어이없네요. 왜 그럴까요... 참...
  • 작성자카라마조픈 | 작성시간 15.01.20 글에서 감동과 힘을 느꼈습니다.
    위로를 전합니다. 힘을 냅시다. 우리 !!
  • 답댓글 작성자leastory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5.01.20 감사합니다. 그래도 믿을 건 시민들 뿐이기에 힘을 내야지요.^^
  • 작성자검객 | 작성시간 15.02.07 대선후 조교수님은 트윗을 놓으면 안된다고 했지만, 일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 다는 이유로 앱에서 삭제햇지만. 우리가 어디로 가고있고 , 어디로 가야하지? 무엇을 해야하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생길때마다 조교수님의 트위터를 찾았습니다(검색을 통하여). 갑자기 검색되지 않아 이상했는데 이런일이 있었군요. 전 유명팟캐스트에서 새누리당에서 미국관련 선거전문가를 데려온다는것을 비꼴때, 답답했습니다. 비전문가가 전문가를 비하하는것을 보면서, 이대로는 앞으로도 어렵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 저 같은 사람에게 방향과 길을 보여주는 등불이 필요합니다. 반드시 돌아오시기를 바랍니다. "트윗을 놓지말라"
  • 작성자leastory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5.02.07 요즘 트윗에서 볼만한 내용은 뉴스 정도인것 같아요. 그 외는 감성팔이 마녀사냥....민주주의에 역행할 뿐 아니라 진보의 분열에 기여하고 있어요. 소수자 침묵은 여전하고 진보꼴통 잉여의 놀이터가 된 느낌입니다. 다른 방법의 소통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합니다만...요즘은 연구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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