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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정의 직언직설

잡설

작성자나비하늘|작성시간14.01.04|조회수47 목록 댓글 10

정독도서관에서 ‘꽃신’이란 단편소설을 읽었다.

중학교 국어교과서 중 하나에 실린 작품이다.

 

촌스러운 문체의 소설이다.

도시의 허술한 동네에 간신히 남아있는 오래된 이발소나 목욕탕을 보는 느낌이다.

그런데 그게 오히려 소설의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촌스러운 건 비단 문체만이 아니다. 내용도 촌스럽다.

그런데 촌스러운 문체와 내용이 사람의 마음을 자꾸 움직인다.

 

이루지 못한 아련한 사랑 얘기를 담고 있어 그런가?

사라져가는 것에 대한 아스라한 안타까움을 담고 있어 그런가?

가난에 대한 애잔함을 담고 있어 그런가?

 

이런 소설을 어떤 중학생이 재미있게 읽을까?

매우 적을 것이다.

왜 어린 학생들이 좋아하지 않을 소설을 교과서에 싫을 생각을 했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 했다.

하지만 곧 이런 소설…, 학생들이 반드시 읽어봐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학생들이 평소에 이런 소설을 읽을 리 없으니, 수업시간에 억지로라도 읽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해야 우리 학생들의 마음속에 잠시나마 애잔함과 아련함과 짠함이란 감성이 자리를 잡아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잠시나마 그런 감성을 마음에 담아봐야 우리 학생들의 마음이 건강해질 것만 같았다.

 

물론 나와 같은 사람들도 이런 소설을 가끔 읽어주어야 한다.

그래야 메말라 가는 감성이 균형을 찾을 수 있다.

공허와 오만 사이에서의 널뛰기를 멈출 수 있다.

그래야 삶을 존경할 수 있다.

 

오늘 나는 삶 앞에서 잠시 겸손해졌다.

 

짧은 소설 한 편 읽었을 뿐인데 더 이상 다른 글 읽기가 힘들어 잠시 뒤적이다가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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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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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태은 | 작성시간 14.01.05 좋은 글 감사합니다^^
  • 작성자하얀사슴 | 작성시간 14.01.05 우리 아이 국어책을 들여다보다가 국어교과서 속 작품들이 아이들 인성교육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교과서...잘 만들어져야해요.
  • 작성자나비하늘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4.01.05 오드리 ~ 그냥 잡설이어요. 정책적인 글만으로 채울 수 없으니까 잡설을 많이 실으려고요.
    그리고 저는 글 쓸 때는 상당히 위선적이어요. ㅋㅋㅋ
  • 답댓글 작성자오드리 | 작성시간 14.01.06 ㅋㅋㅋㅋ 잡설 엄청 좋아하구요 샘의 위선도 재밋습니다 ㅋㅋㅋ
  • 작성자초록생각 | 작성시간 14.01.05 예비중등 아들에게 교과서 문학이라는 책을 던져 줬는데 잘 안 읽혀 진다네요ㅠ
    단어들도 어려운데다
    내용도 와닿지 않는다구..ㅠ
    핑계되지 말라곤 했는데
    공감대 이루긴 힘들겠다 싶긴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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