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느림보교육 08: 전공을 뛰어 넘는 유연한 적응력을 지닌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작성자코끼리|작성시간17.01.29|조회수53 목록 댓글 2

  우리나라에서는 학문 전공 사이에 상당히 두꺼운 장벽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외국에서는 학부전공과 대학원 전공이 전혀 다른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우리나라에선 그렇지 않다. 이는 이공계 전공자와 문과 전공자 사이에서 특히 그렇다. 문과 전공자는 이공계 전공자를 보면서 자신의 전공 분야에 뛰어나고 수학을 잘하는 명석한 두뇌를 가졌지만, 사회나 역사에 대한 이해 수준은 우수한 문과 고등학생만도 못하고 글쓰기나 말하기에 어눌하여 자신의 생각을 남에게 제대로 전달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이와 반대로 이공계 전공자는 문과 전공자를 대단한 말솜씨와 글 솜씨를 지녔고 이것저것 꿰어 맞춰 그럴듯하게 포장하는 능력이 뛰어나 모르는 것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제대로 아는 것은 별로 없고 수학을 싫어하고 자연과학에 대해 무지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경향이 어느 나라에나 있다는 것을 부정하기 어렵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두드러진다.

  인간의 특성이 모두 다르므로 자신이 좋아하거나 잘하는 과목이 있는 것은 당연하지만 어느 한 분야를 전공한다고 해서 다른 분야에 대해서 거의 아무런 능력도 없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에서는 이런 경향이 훨씬 적다고 생각된다. MIT는 공학대학임에도 불구하고 졸업생의 과반수가 공학이 아닌 다른 분야로 진출한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이학이나 공학을 전공하는 학생이라도 읽기, 말하기, 쓰기를 주축으로 하는 언어교육을 초등학교에서 대학에 이르기까지 철저하게 받기 때문이다. 이런 기본기를 갖춘 공학자가 다른 분야에 가면 새로운 시각으로 그 분야를 참신하게 볼 수 있어 공학을 전공했다는 사실이 오히려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이와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신의 적성을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하는 고등학교 저학년 학생이 문과와 이과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대학입시를 성공적으로 통과하는 것을 최대의 목표로 삼는 상황에서는 학생의 적성과 무관하게 단순히 수학을 잘하는지의 여부에 따라 선택을 하는 경우도 많았다. 대학에서의 상황은 지금도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과와 문과의 모든 학과가 같이 있는 미국의 문리대(College of Art and Science)와 달리 한국의 대학은 대부분 이과대학과 문과대학으로 나뉘어 있어, 대학에 입학한 다음에는 문과와 이과의 구분이 더욱 강화된다. 더구나 한국의 대학은 교양교육을 경시하는 풍조마저 있어서, 교양교육을 통해 상대방 학문의 진수를 접할 기회마저 사실상 거의 없다. 그 결과 대학을 졸업한 학생이 상대방의 영역으로 진출하기는 굉장히 어렵게 된다.

  이런 상태에서 전공을 선택하고 대학을 졸업한 학생이 어느 특수한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는 있지만, 자신의 전공과 다른 분야로 진출하기는 지극히 어렵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전공분야가 사회 환경의 변화에 따라 없어지기라도 하면 할 수 있는 일이 사라지는 처지에 놓일 수도 있다. 이러한 교육은 어느 특수한 분야만을 잘하는 인간을 양성할 뿐, 인간의 고유한 특성인 유연한 개방성을 오히려 억압하는 것이다. 교육은 초원에서만 군림할 수 있는 전문화된 사자를 양성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미래 환경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인간을 양성하는 것이어야 한다. 사자가 대단한 존재인 것으로 보이는 장소가 초원으로 한정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사회 환경이 급변하는 미래사회에서는 고도로 전문화된 인재가 아니라 유연한 적응력을 지닌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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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코끼리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7.01.29 새해에도 건강하고 행복하십시오.
  • 작성자freebird | 작성시간 17.01.30 옛날일이지만 저 또한 수학을 못한 이유로..문과로 자동으로 가는 분위기였고 현재도 그런 분위기가 바뀌질 않고 있으니 교육의 변화는 참 더디게 가는 듯 합니다. 유연한 적응력을 지닌 인재양성이 우리 교육에 실제적으로 들어오려면 또 얼마나 걸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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