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A초등학교가 학부모에게 보낸 가정통신문. © 윤근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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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초등학교가 교사의 말을 듣고 “좋아요. 맞아요. 짱!”과 같은 추임새를 잘 넣은 학생을 골라 ‘품격 어린이상’을 주기로 해 말썽을 빚고 있다.
해당학교 교장 “교육 희화화하면 교육 어려워져” 3일 입수한 가정통신문을 보면 서울 A초는 지난 5월 14일 이 학교 학부모들에게 가정통신문을 보내 이 같은 내용을 알렸다. 이 학교는 가정통신문에서 “우리 학교는 바른 인성 함양을 위해 정직·약속·용서 프로젝트(정약용 프로젝트)를 꾸준히 실시하고 있다”면서 “이에 학생들의 행동 변화를 위해 ‘월별 품격 어린이상을 시행하려고 한다”고 안내했다.
정약용 프로젝트는 서울시교육청이 올해 3월부터 지시한 인성교육 계획인데, 학교·학년별 미션을 정하도록 해 논란이 된 바 있다. 특히 초등학교의 경우 1학년은 우유팩 모으기, 4학년은 폐건전지 모으기 5학년은 동전 모으기, 6학년은 헌 교과서 모으기를 미션으로 잡을 것을 요구해 ‘구시대적 발상에 따른 반강제 수집활동’이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A초의 가정통신문을 보면 이 학교는 6월의 경우 ‘추임새 하기’를 잘 하면 상을 준다. “선생님의 말씀을 들을 때 긍정의 추임새하기”를 잘한 모범 학생을 뽑겠다는 것이다. 시상 인원은 2∼5학년을 대상으로 학급별 남녀 각 1명씩이다.
이밖에도 이 학교는 9월에는 ‘청결하기’, 10월에는 ‘칭찬하기’, 11월에는 ‘친구 돕기’를 잘 한 학생을 뽑아 상을 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학교 주변 한 초등교사는 “시교육청이 정약용 프로젝트로 인성교육 성과를 요구하다보니 이 같은 ‘억지’상이 생겨 주변 학교의 웃음거리가 되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 학교 B교장은 “‘추임새하기’는 인성교육캠페인으로 이미 정약용 프로젝트가 나오기 2년 전부터 진행해 온 것”이라면서 “교육적 차원으로 진행하는 일이 희화화되면 교육이 무척 어렵게 된다”고 걱정했다. 그러나 이 학교가 ‘추임새하기’란 단독 상을 주기로 결정한 것은 정약용 프로젝트 지시가 나온 뒤의 일인 것으로 확인됐다.
‘추임새 상’ 학교의 교장실은 왜 새벽에도 불이 켜 있을까? ▲ 지난 5월 30일 오후 10시 30분, 서울 A초등학교 교장실에 사람은 없지만 불이 켜져 있다. © 윤근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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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2010년 9월 부임한 서울 A초 B교장은 이 당시부터 현재까지 3년여 동안 줄곧 오후 6시쯤부터 다음 날 아침 7시쯤까지 교장실 전등도 켜 놓도록 지시해 ‘전시행정을 위한 전력 낭비 아니냐’는 일부의 지적도 받고 있다.
실제로 지난 5월 30일 오후 10시 30분 이 학교를 직접 방문해 살펴본 결과 운동장 쪽 2층에 위치한 교장실에 형광등 불이 켜져 있었다. 이 시각 이 학교 운동장에는 기자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다만 주변 아파트에서는 불 켜진 교장실을 내려다 볼 수 있었다.
이 학교 관계자는 “교장 선생님이 주말이든 휴일이든 항상 교장실 전등 가운데 하나를 아침까지 켜놓으라고 지시하신 걸로 안다”고 말했다.
이 학교 주변 학부모는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려는 교장이 밤중에도 교장실에 불을 밝히라고 지시한 것 아니냐는 소리가 학부모 사이에서 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해당학교 교장은 “야간에 중고생들이 운동장에 침도 뱉고 담배도 피는 것을 수 없이 지도해오며, 교장실 불을 밝히면 이들이 부담을 갖게 될 것으로 판단했다”면서 “교장실 불을 밝혀 거짓으로 일하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도 없고, 그렇게 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