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가 변했어요" ... 가고 싶은 학교 '혁신학교’
큰 아이, '좋지 않은 학교'로 배정받다
오재숙 (광주광역시 신가중 학부모)
큰 아이는 혁신중학교, 작은 아이는 일반중학교에 다니고 있다. 한 살 터울의 형제이지만, 성격이 너무 다르다. 사춘기를 보내는 방법과 시기도 다른 것 같다.
2년 전 큰 아이는 초등학교 6학년이었다. 중학교를 올라가야 하는데, 집 근처인 신가중학교가 유력했다. 당시 신가중은 학부모들 사이에 '좋지 않은 학교'로 소문이 자자했고, 그 학교로 배정받지 않으려면 초등학교 6학년 때 전학을 가라는 말까지 듣기도 했다. 실제로 신가중에 배정받지 않기 위해 매년 11월이면 6학년 각 학급에서 10명 남짓의 아이들이 전학을 가곤 했었다.
결국 큰 아이는 전학을 가지 않았고, 신가중에 배정됐다는 통보를 받은 후 "엄마, 나 신가중이야. 어떻게…."라며 눈물까지 글썽거렸다. 큰 아이를 달랬지만, 엄마들 마음은 매한가지일 것이 분명하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고, 큰 아이를 중학교에 보내는 엄마치곤 큰 기대감이나 설렘도 없이 입학했다.
큰 아이, 혁신학교 생활에 만족하다
큰 아이가 중학교 1학년, 그러니까 신가중이 예비혁신학교로 지정ㆍ운영되던 해였다. 우연히 학부모 활동을 하면서 학교에 참여하는 일이 많아졌고, 학교구성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학생생활규칙에 대해 토론하는 자리가 있었다. 교복, 두발, 화장품, 액세서리 등에 대해 단속과 허용에 대한 각자의 생각들을 말하고, 설문조사 결과를 통한 토론 모습을 지켜보면서 학교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조금씩 퇴색되기 시작했다.
또 한 달에 한 번씩 '등굣길 안아주기' 행사가 있었다. 학생, 학부모, 선생님이 교문 앞에서 등교하는 아이들을 반갑게 안아주는 행사였다. 처음엔 어색한 나머지 피하기만 하던 아이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웃는 얼굴로 아침인사를 하는 광경이 무척 좋았다.
무엇보다, 큰 아이가 수업시간에 옆 친구와 장난을 치면서 수업에 집중하지 못할 때의 일이다. 선생님께선 혼내기보다는 '왜 수업시간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인지' 상담한 후 큰 아이의 마음을 이해해주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신가중의 모든 선생님들이 그랬다. 아이들에게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혹은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성실히 학교생활을 하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들에 대해 아이들과 끊임없이 대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학교에 대한 신뢰가 쌓여만 갔다. 이것이 바로 혁신학교의 모습일 것이라는 생각도 그때 처음 갖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큰 아이에게 물었다. 학교생활이 힘들면 전학이라도 보내줘야겠다는 심정으로 물었다. "다른 곳으로 이사할까?"
당연히, 이사를 하자고 대답할 줄 알았던 큰 아이는 "엄마가 원하시면 이사는 할 수 있는데, 전학은 안 가. 나는 우리 학교(신가중)가 좋아. 선생님도, 친구들도, 공부하는 것도 너무 좋아.“
이러한 아이의 말에 기쁘지 않을 부모가 어디 있으랴. 배정받은 중학교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울먹이던 아이가 이제는 선생님과 친구들이 좋고, 공부하는 게 즐겁다는 아이. 내성적인 아이가 적극적인 성격으로 변하고, 말수도 부쩍 늘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무척 흐뭇했다.
올해 큰 아이는 중학교 3학년이 된다. 지난 2년간 학부모 활동을 통해 지켜본 혁신학교 신가중은 말 그대로 '모두가 즐거운 학교, 오고 싶은 학교'로 그 인식이 바뀌었다. 학생, 학부모, 교사들 모두가 노력한 결과였다. 주변 학부모들 사이에서 신가중을 바라보는 시선도 긍정적으로 변했다. 인근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이 가장 가고 싶은 학교로 신가중을 꼽았다는 말도 들린다.
직접 경험해보지 않고선 섣부른 판단을 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혁신학교 모습이 이럴진대, 아직도 일부에서 혁신학교를 공부하지 않고, 놀면서 체험만 하는 학교로 오해하는 말을 들을 때면 우울하다.
"모든 학교로 혁신학교가 확산되길"
일반 중학교에 다니는 작은 아이가 혁신학교 신가중에 다니는 자신의 형과 초등학교 친구들이 부러운지 전학갈 수 없냐고 말한다. 작은 아이의 학교생활 모습은 30년 전 내가 중학교 다닐 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하다. 그만큼 그 학교의 교육문화가 바뀌지 않았다는 것인데, 요즘 아이들이 그 문화를 만족할리 만무하다. 그래선지 작은 아이는 격한 사춘기를 보내면서 가끔씩 학교 규칙에 벗어나는 행동을 한다.
큰 아이가 다니는 혁신학교는 학생문제가 발생할 경우 충분한 시간을 갖고, 상담과 대화를 통해 그 원인과 해결방법을 찾는다. 반면, 작은 아이가 다니는 학교는 매우 엄격하고, 냉정하다는 느낌이다. 학교규칙을 곧바로 적용해 선도위원회, 폭력위원회를 열어 처벌하고 있다. 과연, 아이들이 학교에서 외면당한다면 어디로 가야하는가.
광주에 살고 있는 학부모로서 작은 소망이 하나 있다. 모든 학교에서 우리 아이들에게 조금만 더 관심과 배려로 대해주길 바란다. 또 학교, 친구들, 선생님이 좋다고 말하는 큰 아이처럼 광주의 모든 학교로 혁신학교가 확산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