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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집 학생에 상처...홍보용 펼침막”

작성자peter|작성시간14.03.09|조회수78 목록 댓글 3

“가난한 집 학생에 상처...홍보용 펼침막”
왜 교육부는 전국 초중고에 걸게 했을까?
[발굴] “가난한 곳은 가정인데 학생이 저소득층?” 낙인 글귀도 논란
윤근혁 기사입력 2014/03/07 [15:13]

▲ 교육부가 디자인업체에 맡겨 '특허' 비용을 내고 만든 현수막 문양. © 교육부

▲ 교육부 지시에 따라 똑 같은 무늬를 가진 현수막이 전국 상당수의 학교와 교육청에 일제히 걸렸다. 사진은 7일 서울시교육청 정문 주변 모습. © 운영자

“저소득층 초·중·고학생에게 교육비를 지원해 드립니다.”


3월 새학기 시작과 함께 전국 상당수의 초·중·고에 일제히 내걸린 교육부 ‘특허’(라이선스) 펼침막이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일부 학교에서는 학부모가 ‘가난한 집 학생에게 상처를 준다’면서 항의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게다가 ‘현 정부의 6.4 지방선거 대비 변칙 홍보전략’으로 판단한 한 학부모단체는 ‘펼침막’ 철거를 교육부에 공식 요구할 예정이어서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웬 ‘라이선스’ 펼침막? 학교와 교육청은 내용 변경도 못해

7일 교육부와 시도 교육청들에 따르면 교육부는 최근 ‘저소득층 교육비 지원’을 홍보하는 펼침막과 포스터 문양을 17개 시도교육청에 보냈다. 사실상 전국 1만2000여 개 초중고에 똑 같은 글귀와 무늬를 가진 펼침막 등을 내걸라는 지시였다.

이 과정에서 “교육부는 ‘현수막을 초중고에 반드시 내 걸라’는 공개 공문을 보내는 대신, 시도교육청 업무담당자만 들어갈 수 있는 ‘비공개 사이트’에 비슷한 지시를 내렸다”고 시도교육청 관계자들이 전했다.

이런 지시를 받은 서울시교육청 등 시도교육청들은 일선 초중고에 펼침막을 내걸 것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지난 달 19일 ‘교육비 지원 사업 홍보 요청’이란 제목의 공문을 보낸 서울시교육청은 최근 교육청 정문 주변에도 똑 같은 내용의 펼침막을 내걸었다.

기자가 만난 2개 시도교육청 관계자들은 “저소득층 지원을 적극 홍보하기 위한 교육부의 노력을 이해한다”면서도 “올해 유독 예년에 비해 홍보주문이 부쩍 많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홍보물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교육부는 디자인업체에 일을 맡겨 ‘특허(라이선스) 비용’을 따로 지불하는 등 돈을 썼다. 글귀만 내려 보내던 여느 때와 다른 모습을 보인 것이다. 반면, 일선 시도교육청과 학교들은 ‘라이선스 계약’에 묶여 내용을 손질하지 못한 채 교육부가 만든 홍보물을 획일적으로 학교 주변에 내걸었다.

▲ 교육부 지시에 따라 서울시교육청이 일선 학교에 보낸 홍보 요구 공문. '라이선스가 체결되어 재가공하지 말라'는 글귀가 눈길을 끈다. ©윤근혁


펼침막이 내 걸리자 일부 학교에서는 학부모가 항의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미 ‘문자와 가정통신문’ 등으로 ‘교육비 지원’을 모두 안내한 학교가 왜 저소득층 학생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는 펼침막을 일제히 붙였느냐는 항의였다.

게다가 특정 정치세력이 시혜를 베푸는 듯한 표현 내용 또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순수하게 교육비 신청을 안내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교육비를 주민센터에 신청하세요’라고 부각하면 될 것을 ‘교육비를 지원해 드린다’는 글귀를 먼저 내세운 것은 어떤 속셈이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경기 성남의 H고 학교운영위원회의 학부모위원을 맡고 있는 조 아무개 씨는 “정작 돈을 지원받아야 하는 가난한 집 아이들이 학교 정문에 걸린 펼침막을 본다면 얼마나 마음이 아프겠느냐”면서 “학교와 교육청에 학생을 낙인찍는 현수막을 뗄 것을 요청했지만 교육부의 지시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는 교육부에 펼침막 철거를 공식 요구하는 의견서를 내기로 했다. ‘6.4지방선거를 앞두고 변칙 홍보전략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져서다.

박범이 참교육학부모회 회장은 “초중고 학생들에게 급식과 교육비를 지원하는 것은 무상급식처럼 국가의 의무인데도 선별지원을 하다 보니 이 같은 펼침막 사태가 벌어졌다”면서 “게다가 실효성도 없는 펼침막을 전국 학교에 획일적으로 내걸도록 지시한 교육부의 모습은 선거홍보 전략 아니냐는 의혹을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부가 만든 펼침막 글귀 또한 학생 낙인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마치 ‘저소득층=학생’처럼 표현해 ‘가난한 곳은 가정이고 학생은 그저 동등한 학생일 뿐인데 학생이 저소득층인 것처럼 보이게 했다'는 것이다. 한 교육청 중견관리도 “‘저소득층 학생’이란 글귀 대신 ‘저소득층 가정’이라고 썼어야 바람직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육부 “저소득층 위한 활동”, 참교육학부모회 “선거 대비 홍보전략”

교육부는 억울하다는 태도를 나타냈다.

교육부 중견 관리는 “교육비 지원을 받지 못하는 가정이 없도록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적극적인 홍보에 나섰는데 이를 문제 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면서 “학교에 걸린 펼침막을 보고 선거 대비용이라고 비판하는 발상 자체가 정치적 색안경을 끼고 보는 행동”이라고 반박했다.

이 관리는 또 “디자인업체에게 제작을 맡긴 것은 드문 일이긴 하지만 교육청과 학교에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었다”면서 “펼침막 글귀는 짧은 공간에 쓰다 보니 그런 오해섞인 얘기가 나오는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 해 2월부터 학생 신상 노출을 최소화하도록 전국 읍면동 사무소에서 교육비 지원 신청을 받도록 했다. 하지만 올해 지원 예산은 지난 해 1조760억 원에서 1조234억 원으로 오히려 줄었다. 수혜학생은 지난 해 105만8000명에서 106만 명으로 2000명 정도 늘려 잡았다.


초·중학생의 경우 급식비(연 63만원), 방과학교 자유수강권(연 60만원), 교육정보화(연 23만원) 등 연간 최대 146만원을 지원받고, 고등학생의 경우 고교 학비(연 170만원)까지 연간 최대 316만원 상당을 지원받게 된다.


그러나 지난해에 이미 주민센터에서 교육비 신청을 했던 학생은 올해엔 따로 신청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올해 신규 교육비 신청 대상자는 많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게 일반 관측이다. 하지만 교육부 관계자는 “신규 신청자가 50만 명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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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오드리 | 작성시간 14.03.09 가난에 대한 올바른 대접이 필요한 시대입니다...그리고 아이들을 부모의 재산으로 재단하지 말아야는데 진짜 ㅜㅜ
  • 작성자햐니 | 작성시간 14.03.10 어우~ 진짜 아이들이 상처받았겠네요~ ㅠ.ㅜ
    정말 선거에 이용하려고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드네요~
    우리 아이 학교는 경기도에 있어서 그런지 저런 플랭카드 못봤는데 그나저나 김상곤 교육감이 좋은데 경기지사 나가시면 누가 교육감하시나~ 아흑~!
    쌤~! 이 기사 좀 퍼가께요~ 우야둥둥 굿모닝~! ^^
  • 작성자freebird | 작성시간 14.03.10 저도 울 작은애 병설유치원인데 저 펼치막 봤어요..저기다 저소득층이란 말을 쓴거 자체도 너무 이상하고요..기사 내용에 있지만 이미 가정통신문으로 다 안내가 됐는데 말이죠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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