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육부의 공문을 이첩해 서울시교육청이 일선 초등학교에 보낸 '여교장협의 제주 연수 안내' 공문. © 윤근혁 | |
전국 초등학교 1200여 명의 여교장들이 평일에 학교에서 근무하는 대신, 유채꽃이 만발한 제주도에 모여 1박2일 행사를 벌일 예정이어서 ‘낭비성 꽃놀이 여행’이란 지적을 받고 있다.
게다가 학교운영비 5억 원 가량을 빼내 벌이는 평일 행사를 ‘평일 연수 자제’를 지시해온 교육부가 후원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전교조는 “교육부가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보수교육감 단일화 운동에 나선 한국교총에 선심성 특혜를 베푼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평일 여교장 제주 연수는 수십 년 전례 없는 일” 1일 입수한 서울시교육청의 공문 ‘한국초등여교장협의회(여교장협) 제53회 연수 개최 안내’(3월 13일자)에 따르면 전국 초등학교 여교장과 교장 출신 여자 장학관 1200여 명은 오는 10일부터 1박2일간 제주도에서 이례적인 평일 행사를 벌인다. 이 공문은 여교장협의 부탁을 받은 교육부가 시도교육청에 보낸 지난 3월 10일자 공문을 이첩한 것이다.
‘글로벌 비전을 디자인하는 행복교육’ 등의 주제로 열리는 이번 행사 일정표상 연수시간은 모두 22시간. 그런데 이 시간의 절반가량인 10시간 10분 동안은 사실상 제주 유람을 벌인다. 이 단체는 일정표에 첫날인 10일 오후 3시부터 오후 8시까지, 둘째 날인 11일 오후 12시 50분부터 오후 6시까지 각각 이른바 ‘제주 역사문화탐방’ 시간으로 잡아 놨다.
둘째 날 개회식에는 서울시교육감 후보로 거론되는 안양옥 한국교총 회장이 축사를 진행하며, 여교장협의 권익을 담은 결의문도 채택할 예정이다.
이런 행사를 펼치는 데 드는 총 비용은 학교 돈 5억 원 가량(40만원×1200명)일 것으로 추산된다. 여교장협 관계자는 “서울의 경우 교장 한 명당 출장비는 50만 원 정도이며, 전국 평균으로 보면 40만 원 정도가 든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보수교육감 단일화 운동을 펼치고 있는 한국교총의 직능단체인 ‘여교장협이 평일에 대규모 제주도 연수를 계획한 것은 수십 년 동안 전례가 없는 일’이라는 게 교육계의 지적이다. 지난해 여교장협은 여름방학을 이용해 충북 청주에서 행사를 벌였다.
교육부가 이번 행사에 대해 안내 공문을 대신 보내주는 등의 후원을 한 것에 대해서도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여교장협은 이번 행사에 서남수 장관에게 특강을 요청했고, 이에 대해 교육부도 검토 중인 상태다.
교육부 관계자는 “근래에 전국 단위 교사협의회가 평일에 하는 행사를 후원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평일 학생 학습 시간 중 연수 자제를 지시해온 바 있다.
교장들의 평일 제주 연수에 대해 초등학교 교사들은 비판적이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이 아무개 교사는 “임의 교원단체가 평일에 공금을 받아가며 반나절 총회를 위해 제주까지 달려갈 급박한 이유를 도무지 모르겠다”면서 “교사들에게는 몇 시간 문화연수조차 교육부 감사 핑계를 대며 금지해온 교장들이 자신들은 교육부 도움을 받아 제주도까지 가는 걸 보니 기가 막히다”고 비판했다.
“교사들에겐 평일 한두 시간 문화연수도 막던 교장과 교육부가…” 박진보 전교조 정책교섭국장도 “교육감 선거를 앞둔 미묘한 시기에 보수교육감 후보 단일화 운동에 나선 한국교총 소속 교장단체에 대한 교육부의 선심성 특혜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면서 “전국 초등학교 돌봄교실에서는 초등학생의 간식비 1천원도 못 내주는 형편인데 5억 원짜리 교장들의 꽃놀이 행사는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교육부 교원복지연수과 관계자는 “우리가 평일 연수를 자제토록 한 것은 맞지만 이번에는 영향력이 큰 분들이기 때문에 교육정책 홍보 차원에서 협조하기로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오효숙 여교장협 회장(서울장월초 교장)도 “시도지역 별로 돌아가며 행사를 개최하다보니 제주도에서 하게 된 것이지 유람을 위해서가 아니다”면서 “예년처럼 방학 때 진행하면 제주도는 방이 없어 부득이 4월 평일로 잡았을 뿐 교육감 선거를 의식한 것은 전혀 아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