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울교육청이 학교공문 시스템을 통해 학교에 보낸 문제의 문서. © 윤근혁 | |
서울교육청이 무상급식에 반대하며 보수교육감 후보단일화 운동을 벌이는 특정 단체의 행사를 업무관리시스템(학교공문 시스템)을 통해 안내하는 등, 사실상 심부름을 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1일 서울교육청은 14일 ‘학교급식 정상화를 위한 토론회 개최 안내’란 제목의 전자문서를 이 시스템을 통해 전체 1300여 초중고교에 일제히 보낸 것으로 처음 확인됐다. 오는 15일 열리는 이 행사는 6.4 서울교육감 선거에서 보수교육감 후보단일화 운동을 벌이고 있는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공학련)과 이 운동에 참여해 온 한국교총이 함께 주최한다.
서울교육청은 이 시스템에 올린 문서에서 “관심 있는 교직원이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안내하라”고 지시했다. 학교에서는 공문 시스템에 문서가 올라오면 교직원들에게 적극 안내하는 한편, 참석한 교직원에게는 출장비도 지급한다.
이 공문은 행사를 홍보하며 세부내용에 ‘무상급식사업 3년의 허와 실’이란 주제로 “무상급식 등 보편적 교육복지론이 교육위기를 부르고 있다”는 발언이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문용린 교육도 학부모 연수자료 등을 통해 무상급식을 자신의 치적이라고 홍보해온 터라 이율배반이란 지적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공학련은 같은 행사를 안내한 또 다른 자료에서 “전면 무상급식 4년, 친환경은 거짓이었고, ‘전면무상’은 ‘교육보다 정치급식’이었음이 판명됐다”고 홍보한 바 있다.
문제는 서울교육청이 교육감선거를 앞둔 시기에 공공기관의 문서발송 시스템을 통해 특정 정치성향을 띤 단체의 행사를 안내했다는 것.
박신영 전교조 서울지부 참교육실장은 “지난해 서울교육청은 전교조가 주최한 혁신학교 토론회와 학생 농구대회를 알리는 공문을 이첩하지 않거나 전교조 이름을 빼고 이첩했다”면서 “교육청이 교육감선거를 겨냥한 행사를 홍보하기 위해 심부름을 해준 것은 불공정행위이며, 명백한 선거개입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한국교총 등이 토론회를 연다는 공문을 보내와 학교공문 시스템에 탑재했을 뿐”이라면서 “행사내용이 학교급식에 관계된 것이라 특별한 내부논의 없이 공문 시스템에 탑재했다”고 해명했다.
서울교육청, 식중독사고 직후 ‘급식안전 매뉴얼’ 갑자기 철회 한편, 서울교육청은 학교급식 안전에 관한 기본지침을 내렸다가 3월 식중독사건 직후 갑자기 철회한 사실이 드러났다.
14일 입수한 공문에 따르면 서울교육청은 지난 3월 5일 ‘소액 수의견적 입찰기준 강화를 위한 업무 매뉴얼’을 학교에 배포했다. 매뉴얼에는 납품업자의 입찰자격으로 ▲농산물 우수관리 인증(GAP) 식자재 납품업체 ▲한 품목 이상 친환경 취급자 인정업체 등으로 하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서울교육청이 이 공문을 보내고 2주 뒤인 지난 3월 19일 ‘매뉴얼 철회’ 공문을 다시 학교에 보냈다. 교육청은 이 공문에서 기존 공문을 철회한 이유에 대해 “일부 내용이 특정업체에 특혜를 주고 과도한 제한으로 학교 자율권을 침해한다는 민원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때는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 지난 3월 11일 집단 식중독사고사 일어나 논란이 일던 때여서 교육청의 처사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배옥병 친환경무상급식풀뿌리연대 공동대표는 “5천여 개의 업체들이 가격 낮추기 경쟁을 벌여 학교급식 식재료를 공급하는데, 최소한의 안전성을 담보할 지침마저 포기하면 어떡하란 얘기냐”면서 “서울교육청은 식중독사고가 터졌는데도 업체들의 민원에만 귀를 기울이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