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않고 살아가겠습니다. 앞으로의 대한민국은 이런 아픔을 반복하지 않는 나라가 되도록 행동하겠습니다.’ 30일 오후 6시10분 서울시교육청 앞 차도 한 쪽에 앉은 한 교사는 매직펜으로 노란색 손 피켓 뒷면에 이렇게 썼다. 여객선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고 다시는 이런 사건이 일어나지 않게 하겠다는 다짐이었다. 손 피켓 앞면에는 전교조 서울지부가 쓴 ‘우리가 침묵하면 세월호는 계속된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세월호 참사 꼭 보름째인 이날, 이곳에 모인 서울지역 초‧중‧고 교사 300여명은 모두 같은 마음이었다.
▲ 전교조 서울지부가 연 촛불 결의대회에 참가한 교사들이 청계광장까지 행진한 뒤 시민들이 진행하는 추모 촛불과 함께 하고 있다. © 최대현 | | 서울교사결의대회에 참가한 이들은 결의문에서 “무책임한 정부에 의해 죽임을 당한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애도하고 세월호 참사로 상처를 입은 모든 학생들과 교사들을 서로 위로하는 활동과 함께 다시는 이러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을 것”이라고 했다. 또 이들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올바른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거리에 나서는 것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며 “학생들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과 함께 하는 교육, 학생들이 살아 숨 쉬는 학교를 위해 매진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참가자를 대표해 조남규 전교조 서울지부장은 “아이들 목숨 구하라고 할 때는 그렇게 느리더니 교사들의 페이스북 들춰보고 학생들 입단속 하는 것은 정말 빠르다”고 정부의 행태를 비판하며 “유가족들이 미안해하지 말고 실천으로 보여 달라고 했다. 하나하나 교육을 바꾸는 촛불이 되자”고 강조했다. 세월호 사고 단원고 유가족 대책위원회는 지난 29일 기자회견을 열어 “더 이상 미안해하지 말라”고 당부하며 “집단이기주의로 똘똘 뭉친 권력층과 아이를 찾으려는 학부모들에게 어떠한 지원이나 대안을 제시하지 않은 정부와 관련기관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서울교육감 진보 단일 후보로 뽑힌 조희연 예비후보도 이날 대회에 함께 했다. 조희연 후보는 “대한민국호가 무책임하게 국민을 죽어가게 만드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반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교감선생님과 아이들과 함께 돌아가신 선생님들은 책임감을 보여줬다”며 “아이들을 챙기는 선생님들의 정신을 따르고 싶다”고 말했다.
▲ 30일 전교조 서울지부가 연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촛불대회에 300여명의 교사가 함께 했다. ©전교조 서울지부 | | 세월호 참사에서 비춰진 교육의 모습에 대한 얘기도 나왔다. 김유현 교사는 “아이들에게 앞 선 선장이 되라고만 했지, 어떤 선장이 되라고는 말해주지 않았다. 이제 문제가 어디 있는지 새삼 알았다”며 “자신들의 이익으로 사람을 팽개치는 교육을 하지 않아야 한다. 자사고 등의 특권학교로 일반고를 죽여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비슷한 시간 서울 뿐 아니라 부산과 광주, 제주 등 각 시‧도에서도 교사들이 모여 세월호 참사로 희생당한 학생들과 교사들의 넋을 위로했고 기억하겠다고 했다. 전교조가 이날 전국적으로 진행한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촛불 집회에 함께 한 것이다. 전교조는 “학생과 교사의 희생에 대해 전교조 차원에서 애도와 추모의 뜻을 전하고 유족의 고통과 분노를 듣는 자리”라면서 “진정으로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유족의 고통을 나누려면 참사의 원인에 대한 진상규명이 첫걸음”이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오후 7시경, 서울교육청 앞에서 1시간여의 대회를 마친 교사 300여명은 시민들이 진행하는 촛불집회에 합류하기 위해 2km가량 떨어진 청계광장을 향해 행진했다. 교사들이 든 손 피켓에는 직접 쓴 문구가 촛불로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죄 많은 국가를 어찌하리오.’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기다리지 않겠습니다!’ ‘생떼 같은 우리 아이들을 못 구한 대통령은 <국가원수>가 아니라 <국민원수>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