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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한 명도 못 구했어요?”

작성자peter|작성시간14.05.12|조회수399 목록 댓글 3

“왜 한 명도 못 구했어요?”
학교 운동장 수놓은 ‘촛불 리본’
[현장] 서울 영림중 학생들의 세월호 참사 추모제
 
최대현 기사입력  2014/05/11 [22:51]
지난 9일 오후 6시45분 서울 영림중 농구 코트. 수업을 모두 마치고 학교를 나서던 학생들이 다시 돌아왔다. 왼쪽 옷자락에는 노란 리본이 달렸고 손에는 조그만 양초를 들었다. 서로 눈만 마주쳐도 “까르르~”하고 웃을 14~16살 학생들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없었다.

최인영 학생(2학년)은 “어른들의 잘못으로 단원고 언니 오빠들이 하늘나라로 갔어요. 그렇지만 어른들을 믿지 않는 일이 더 이상 없었으면 해요”라며 “제 주변의 한 사람 한 사람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았어요”라고 말했다. 인영 학생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학생회 주관 촛불 추모제에 200여 학생 참여


▲ 서울 영림중 학생들이 지난 9일 저녁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촛불행사를 열고 촛불 리본을 만들었다.     © 최대현

영림중 학생회는 학교 측의 도움을 받아 오는 16일까지를 ‘세월호 참사 애도기간’으로 정해 희생자를 기리는 행사를 하고 있다. 이날은 ‘세월호 참사 애도 촛불 추모제’를 열었다. 촛불 추모제에는 200여 명의 학생들이 참여했다. 전교생 1000여명 가운데 20%가 참여한 것이다. 
 
오후 7시10분, 학교에 어둠이 내리자 학생들은 서로서로 초에 불을 밝히고 학생회 영상제작부가 만든 추모 영상에 시선을 모았다. 그리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었다. 
 
이경연 학생(2학년)은 “무섭고 아무 것도 해줄 수 없는 것 자체가 슬펐어요”라고 말했고, 김혜원 학생(2학년)은 “한 명의 실수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는 게 참 어이없었어요. 혼자 무엇을 할 게 아니라 같이 힘을 합해서 이런 일이 앞으로는 없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어른들의 사회를 향한 매서운 지적과 간절한 바람도 털어놓았다. 원영은 학생(3학년)은 “남의 일이라는 생각이 안 들었어요. 우리가 여행을 갔을 때 사고가 나도 이렇게 늦게 대처해서 다 떠나게 만들 건가요?”라고 물으며 “우리들이 믿고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줬으면 좋겠어요”라고 밝혔다.
 
이지현 학생(3학년)은 “처음에는 사고구나 했어요. 그런데 사고가 점점 커지니까 불쌍하고 미안하더라구요. 이러니까 선진국과 비교를 하지 않을 수 없어요. 왜 한 명도 구조를 못 했나요?”라며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촛불집회를 이상하게 보는 것도 이해가 안 돼요. 정말 우리가 잊으면 안 돼요”라고 강조했다.

 
“믿고 살 수 있는 사회 만들어 달라”

후배들이 추모제를 한다는 소식에 졸업생 30여 명도 학교를 찾았다. 올해 2월 이 학교를 졸업한 최유진 학생(구로고)은 “자신의 책임을 다하지 않은 선장과 정부가 이렇게 큰 참사를 일으킨 것 같아요. 자신의 자리에서 책임을 생각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준비했으면 해요”라고 나름의 방향을 제시했다. 

박수찬 교장을 비롯한 교직원도 학생들과 함께 촛불을 들었다. 박 교장은 “학생들의 촛불이 차가운 바다에 있는 깜깜한 배를 환히 밝히는 등불이 됐으면 좋겠다. 이 자리가 희생자분들을 위로하고 실종자들을 구하는 기적을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면서 “아이들이 함께 준비해서 추모제를 하는 모습이 정말 대견하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어버이날인 지난 8일 가정통신문으로 학생회가 진행하는 애도행사를 알렸다. 학교 측은 “참가 희망학생과 교직원이 추모 글쓰기와 추모 촛불제로 정서적 연대를 경험하면서 혼자 느꼈을지 모를 외로움과 불안을 극복하도록 도와주고 싶다”고 행사의 취지를 설명했다.
 
학생회는 애도기간 첫 날인 지난 8일 등교시간에 직접 노란리본을 만들어 모든 학생과 교직원들에게 나눠주었고, 점심시간에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고 유가족과 생존자를 위로하는 편지글을 썼다. 또 학교 측과 함께 1교시 수업 시작 뒤 5분 동안 묵념하는 시간을 가졌고, 일부 반에서는 세월호 참사에 관한 계기수업을 하기도 했다. 
 
최명근 학생회장(3학년)은 “중간고사로 조금 늦어졌지만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을 생각하고 사고에 대한 학생들의 마음을 서로 나누는 시간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나는 천 개의 바람이 되었죠..."

학생회 행사를 도운 이명남 생활상담지원부장은 “단원고 학생과 선생님들을 모르지만 언제 어디서 옷깃을 스쳐간 인연이 있지 않았겠나. 다 내 제자들 같고 동료교사들처럼 느껴진다”며 “우리 아이들이 정말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잘못된 것은 문제를 제기하고 더 열심히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고 사회구조를 바꾸는 데 애쓰겠다”고 밝혔다.

오후 8시5분 학생들은 추모제 내내 들고 있던 촛불을 운동장 한 가운데 내려놓고 리본 모양을 만들었다. 촛불로 노란 리본을 만든 것이다. 세월호 참사 24일째인 이날도 생사를 알 수 없는 실종자 29명과 희생자 275명을 위한 마음이었다.

촛불 리본이 만들어지자 영림중 하늘에는 한 가수가 만들어 부른 추모곡이 잔잔히 울려퍼졌다.

"나는 천 개의 바람, 천 개의 바람이 되었죠.
저 넓은 하늘 위를 자유롭게 날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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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mydonpoon | 작성시간 14.05.12 “왜 한 명도 안 구했어요?”라는 말로 들립니다.
  • 답댓글 작성자엄마맘아이맘 | 작성시간 14.05.12 ㅠㅠㅠ
  • 작성자freebird | 작성시간 14.05.13 아직도 못돌아온 실종자때문에..어찌해야 할지 답답하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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